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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이 과자 만드는 데 8년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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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4겹 과자' 만든 신남선 오리온 개발4팀 부장

5개월 만에 매출 140억원 기록

"제 자식이나 다름없죠."

신남선(41·사진) 오리온연구소 개발4팀 부장이 품 안에 수북이 안은 '꼬북칩'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리온이 지난 3월 출시한 '꼬북칩'은 얇은 옥수수 가루 반죽을 4겹으로 말아서 포갠 스낵 과자다. 얇은 과자 4개를 한꺼번에 씹는 듯한 바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이전까지 국내에는 2겹짜리 스낵만 있었고 세계적으로도 4겹까지만 개발됐다. '세계 기록'에 도달한 셈이다.

조선일보

/고운호 기자


'꼬북칩'은 출시되자마자 품절 사태를 빚으며 열풍을 일으켰다. 소셜 미디어에선 '꼬북칩 대란'이란 말까지 돌았다. 5개월 만에 1300만개 넘게 팔리며 140억원 매출 대박을 터뜨렸다. 그 뒤엔 4겹 과자 개발에 8년을 매달린 신남선 부장이 있었다.

4겹 과자 개발은 2009년 시작됐으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 중단됐다. 반죽이 서로 달라붙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고 한다. "전분은 익으면서 찐득해져 서로 달라붙습니다. 반죽 양끝을 붙이면서 가운데 적절한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죠."

원료 배합 비율과 수분 함량 등을 수십 차례 바꿔보고, 여러 종류의 기계 설비를 테스트하면서 2015년 바삭한 식감의 4겹 과자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대량 생산 과정에서 또 문제에 부딪혔다. "기계를 개조하고 자체 제작하는 등 생산 설비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했다.

8년간 투입된 예산만 100억원. 4겹 과자 개발을 처음 제안한 사람이 신 부장이었기 때문에 책임과 부담이 컸다고 했다. "성공에 대한 확신과 개발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모양·식감·맛 삼박자가 맞으면 '장수(長壽) 과자'가 될 수 있어요. 3겹으로 목표를 낮출 수도 있었지만,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오지 못할 기술을 고집했죠."

2000년 입사한 신 부장은 '포카칩', '오감자' 등 히트 과자를 만들어 온 베테랑 연구원이다. 6세·4세 두 딸 의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애들은 맛없으면 절대 안 먹거든요. '꼬북칩'은 처음 손에 쥐어줬을 때부터 '한 개만 더 달라'고 졸랐어요." 그는 "세대를 초월해 기쁨을 주는 과자를 계속 만들고 싶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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