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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특허 냈지만, 함께 나누려 등록은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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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발명왕’ 건국대 이봉학씨

경향신문

“돈보다는 사람들과 ‘행복’이나 ‘가치’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 크죠. 제가 발명에 매달리는 이유입니다.”

대학생 이봉학씨(25·건국대 컴퓨터공학4)는 고교 시절부터 ‘발명’에 남다른 재능을 뽐냈다. 2학년 때 그가 내놓은 첫 발명품은 ‘LED 바둑판’이었다. 실제 바둑판에서 컴퓨터와 바둑을 둘 수 있는 방식인데, 원격으로 연결된 다른 사람이 바둑알을 둔 지점에 LED가 점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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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발명에 뛰어든 지금, 그가 특허 출원한 발명품은 어느덧 40건을 훌쩍 넘겼다. 수상 실적도 화려하다. 최근 발명한 ‘기부 자판기’는 제4회 대한민국창의발명대전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받았다. 음료자판기를 개조한 ‘기부 자판기’는 음료를 구매한 후 레버를 돌려 거스름돈을 가져갈 수도 있지만, 레버를 반대로 돌리면 남은 잔돈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엔 뜨거운 커피의 열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컵홀더 ‘홀더 배터리’를 발명해 아시아 3대 디자인 대회인 ‘K디자인 어워드’에서 위너(Winner) 상을 받기도 했다.

그간 특허 출원작품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실제 특허 등록작품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이씨는 그 이유를 “행복과 가치를 공유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4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지만, 전부 등록을 포기했어요. 출원만으로도 발명품과 관련한 정보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누군가 새로운 발상을 하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발명을 수익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것보다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화장실(Bathroom)과 침대(Bedroom), 버스(Bus) 등 이른바 ‘3B’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한다. “주로 화장실에서 샤워하며, 침대에서 잠들기 전, 그리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특히 버스를 타고 창문 밖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그 모습들을 통해 일상의 불편한 점이 눈에 들어오거든요.”

이씨는 발명으로 다져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꿈꾸고 있다. “아무리 많은 특허를 등록해도 금방 여기저기서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복사해내기 마련입니다. 정말 좋은 사업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가능해요. 코카콜라가 좋은 예입니다. 그래서 특허 등록을 포기하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었죠.”

지난 1년간 준비해 만든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인 ‘반달소프트’의 사업자 등록을 최근 마친 이씨는 사업의 성공을 통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 <세 얼간이>를 보면, 주인공이 자신의 창의적 생각을 토대로 마을을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어요. 저도 이런 공동체를 꿈꾸고 있습니다. 저처럼 독특한 친구들이 모여 있으면 늘 재미있겠죠(웃음). 멋진 사업도 좋지만, 그렇게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씨가 최근 구상 중인 발명품은 ‘자율주행 카트’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카트를 끌고 다니는 게 불편했어요. 계산대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요.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카트가 손님을 따라다니기도 하고, 카트에 담은 물품을 바코드를 이용해 자동 인식해서 정산이 되게 하면 편할 것 같더라고요. 기술이 개발되면, 이 시스템을 적용한 사업도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안광호 기자·정두용 인턴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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