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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김구 선생 연기하는데… 감독님이 '백범일지' 못 읽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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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장 김창수' 배우 조진웅 "촬영하며 고정관념·선입견 깨져"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죠.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요."

조선일보

/씨네그루 키다리이엔티


배우 조진웅(41·사진)씨는 오는 1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대장 김창수'에서 청년 시절의 백범(白凡) 김구(金九·1876 ~1949) 선생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3~4년 전 출연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만 해도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역사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김구 선생을 연상시키는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고 나온 그는 "사실 영화 첫 제목은 '사형수'였다. 제목이 주는 어감부터 싫었다"면서 웃었다.

김창수는 청년 시절 김구 선생이 썼던 이름이다. 영화는 명성황후가 일본에 살해당한 을미사변 이듬해인 1896년 스무 살 청년 김구가 국모(國母) 살해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일본인을 죽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사건이 일어났던 황해도 안악의 나루터 이름을 따서 흔히 '치하포 사건'으로 부른다. 김구는 사형 선고를 받고 옥살이를 하다가 1898년 탈옥에 성공한 뒤 애국 계몽운동에 나섰다. 조진웅씨는 "영화 출연을 결심한 이후에도 김구라는 역사적 인물이 주는 무게감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MBC PD 출신의 이원태 감독이 연출했다. 이 감독은 김구 역을 맡은 조씨에게 딱 하나를 주문했다고 한다. "김구의 '백범일지'를 미리 읽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신 감독과 출연진은 2박 3일 동안 제주 여행을 떠나서 대본을 함께 읽었다. 조씨는 "촬영하는 동안 김구의 인물상에 대해 스스로 느끼고 깨달았으면 하는 감독님의 바람 때문이었던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촬영 기간 내내 거대한 돌이 계속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 돌이란 아마도 김구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일 것이다.

김구는 투옥 기간 동안 동료 수감자들의 소장을 대필해주고 문맹 퇴치 교육에 나서면서 민족 지도자로 거듭났다. 1898년 독립신문은 김구가 수감 생활을 하던 인천 감옥을 '감옥이 아니라 학교'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씨도 "김창수가 김구 선생으로 거듭난 것처럼 평범하거나 천한 사람도 고난을 거치면서 얼마든지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에 이끌렸다"고 했다. 관객은 실존 인물일 경우 배우와 작품 속 배역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조씨는 "영화 한 편으로 인생이 바뀐다고 하는데 저 역시 작품을 통해 큰 가르침을 받았다"면서 "앞으로는 평생 지나가다가 침도 못 뱉고 살 것 같다(웃음)"고 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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