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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문재수·레드준표 정치인 패러디 분장 빵 터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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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분장사 오창렬씨

‘하이힐’ 등 10여년 영화 특수분장

‘SNL 코리아’ 프로서 패러디 히트

“수많은 인물 군상 표현해 즐거워”

중앙일보

특수분장사 오창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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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연기자가 꿈이었던 오창렬(47·사진)씨.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1997년 캐나다 토론토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경험한 특수분장은 ‘신세계’였다. “당시 국내에선 특수분장이라고 하면 사극에 출연하는 배우에게 수염을 붙여주는 일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반면 캐나다에선 얼굴·신체 본을 뜨고, 그 모양을 살려 채색을 하는 데만 몇 주일씩 걸려 작업을 하더라구요.” 할리우드로 가는 길이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할 무렵, “예식장 잡아놨다”는 부모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오씨는 결국 꿈의 할리우드 대신 서울에 정착했다.

방송국 소품팀, 영화 특수소품 제작을 전전하다 김현정 감독, 한석규 주연의 ‘이중간첩’(2002년)과의 만남이 처음 맡은 특수분장이었다. 이후 김은숙 감독, 이성재·송승헌·김하늘 주연의 ‘빙우’(2004년), 신정원 감독의 ‘시실리 2㎞’ 등을 연달아 맡으면서 “영화를 하면 특수분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듬해에는 장진 감독을 만나 ‘박수칠 때 떠나라’(2005년)를 비롯해 내리 3년 동안 세 작품을 함께했다.

영화판에서 그렇게 10년 넘게 일했지만 살림살이는 힘들었다. ‘돈을 벌자’ 결심하고 2009년 친구의 권유로 중국에서 시작한 ‘한국식 웨딩사업’은 제법 순탄해보였다. 하지만 현지인 동업자가 돈을 빼돌리는 바람에 2년 만에 빈털털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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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를 패러디한 문재수. 오창렬씨는 “앞머리 모양과 흰 머리의 위치, 웃을 때 입가의 주름 등을 관찰한 후 배우 김민교씨의 얼굴에 비슷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SNL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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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으로 집 밖에 나가질 못했다. 집에서 두문불출하던 그를 집 밖으로 불러낸 사람은 장진 감독이었다. 그는 “tvN에서 하는 ‘SNL 코리아’란 프로그램을 맡게 됐는데 딱 세 번만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시작한 SNL은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하는’ 핫한 패러디의 중심지가 됐다. 개그맨 신동엽·유세윤·정성호·김민교·정상훈 등이 그에게 얼굴을 맡긴다. 지난 대선 때는 여러 정치인의 얼굴을 패러디하면서 ‘대박’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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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정석 오창렬 특수분장사. [사진 오창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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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할 대상의 얼굴에서 도드라진 부분을 먼저 찾죠. 가령 웃을 때 잡히는 팔자주름의 깊이나 길이, 심각한 이야기를 할 때 미간에 잡히는 주름의 길이와 각도 같은 것들이죠. 그리고 연기자의 얼굴에서 닮은 점을 찾아서 강조를 하죠. 눈썹각도를 조금 더 기울이고, 팔자주름을 더 깊게 하고…화장품으로 하이라이트와 쉐이딩을 조합해서 조금씩 닮게 만들어가죠. 하지만 그분의 행동이나 말투를 똑같이 해내는 연기자들의 노력이 없다면 어색할 뿐이죠.” 오씨는 패러디 분장의 인기는 “수많은 배우와 개그맨들이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연기해준 덕분”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돈 좀 벌겠다고 업계를 떠났던 제게 장진 감독이 영화 ‘하이힐’(2013년)을 같이 하자며 일을 줬죠. 그때 했던 작업이 차승원씨의 여장이었어요. 선이 굵고 수염과 눈썹이 워낙 짙은 배우라 쉽진 않았죠. 여성용 파운데이션으로는 수염을 깎고 난 자국을 가릴 수 없어서 특수 에어브러시로 피부를 처리했죠. 그때 스스로 나서 수염이랑 눈썹 숱을 옅게 다듬어준 차승원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오씨는 비록 연기자의 꿈은 접었지만 연기자와 똑같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분장사의 매력으로 꼽았다. “젊은 층부터 노인까지 수많은 배우를 만나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물 군상과 그들의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즐겁습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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