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의 말처럼 제주에 가면 삼도동으로
2001년 개업한 우진해장국 먹으러
돼지 육수와 고사리의 놀라운 궁합
고기죽 같은 육개장…뭍에선 볼 수 없는 맛
모자반 듬뿍 넣은 제주 향토음식 몸국도 별미
제주산 고사리와 돼지고기로 푹 끓여낸 고사리해장국. 생김새는 호감이 가지 않지만 누구든 한 숟갈만 먹어보면 감탄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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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육개장이 턱 하고 테이블에 놓였다. 첫인상에 놀랐다. 지금껏 봐온 육개장과는 전혀 다른 생김새 때문이었다. 보기만 해도 속이 아릴 정도의 빨간색이 아니라 거무튀튀한 국물이었다. 국이라기보다는 죽처럼 점성이 높은 것도 독특해보였다. 숟가락을 넣어 휘저었다. 고춧가루와 채 썬 쪽파, 깨가 국과 함께 버무러졌다. 강한 향이 올라왔다. 아주 묵직한 고기 냄새와 진한 고사리향이 어우러진 듯했다. 이른 아침, 전혀 입맛이 없었는데도 침이 고였다.
펄펄 끓인 육개장 위에 채 썬 쪽파와 고춧가루, 참깨를 얹어준다. |
뭍에서 먹는 매운맛이 강한 육개장과는 차원이 다르다. 고사리와 돼지 육수가 기본인데다 점도가 높아 고기죽 같다. |
새벽녘에 육개장을 든든히 먹고 한라산 눈꽃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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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육개장만 먹다가 몸국(8000원)을 먹은 날도 기억난다. 몸국은 돼지 사골 우린 육수에 해초인 모자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제주 향토음식이다. 우진해장국은 고사리육개장으로 유명한 집이기에 몸국에는 눈길도 안 줬는데 이 집 몸국도 꽤 소문이 났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뚝배기에 담겨 나온 몸국의 형체는 푸릇한 색이 도는 것 말고는 육개장과 비슷했다. 은근히 올라오는 냄새는 미역국과 비슷하면서도 진한 돼지고기 향이 섞여 있었다. 국물이 입에 들어간 순간 육개장을 한 숟갈 떴을 때처럼 감탄이 절로 나왔다. 미역·다시마·톳 등 세상의 해초를 모두 머금은 것처럼 개운한 맛이 강하게 밀려왔다. 모자반이 톡톡 씹히는 식감도 별미였다. 잘게 다진 오징어젓갈, 부추김치와의 궁합도 훌륭했다.
모자반을 듬뿍 넣은 몸국은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이다. 우진해장국에선 고사리육개장처럼 돼지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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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국 순례를 해보니 솔직히 우진해장국의 몸국이 최고는 아니었다. 그러나 육개장과 몸국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일행이 있으면 꼭 이 집을 찾는다.
얼마 전부터 우진해장국은 택배를 시작했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육개장과 몸국을 서울 집으로 주문했다. 그리고 냉장고에 가득 쟁여놨다. 틈틈이 얼어있는 국을 녹여 끓여 먹지만 역시나 식당에서 먹을 때와 같은 맛은 아니다. 그래서 다시 제주에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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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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