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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70] 애니메이션 제왕 ‘카툰네트워크’가 IP를 허용한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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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훈 대표는 2000년에 올엠을 창업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18년 경력의 게임꾼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1번의 창업과 네오위즈, 웹젠 등을 거치며 ‘피파온라인2’, ‘메틴2’ 등 연매출 1천억원 대의 게임 타이틀 2개를 사업화해본 경험도 있다.

팝조이(POPJOY, 구 파라노이드조이)는 그가 두번째로 창업한 게임 스튜디오다. 지난 2015년 인도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그는 한 번의 실패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흥행하는 게임을 탄생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IP(캐릭터 지식 재산권)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팝조이는 애니메이션 채널인 카툰네트워크와 IP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파워퍼프걸스’, ‘어드벤처타임’ 등 8개 시리즈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것이 바로 ‘카툰네트워크 아레나(Cartoon Network Arena)’다.

2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오는 11월, 드디어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올리는 팝조이의 도전 과정을 따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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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조이 강지훈 대표



■ 18년 경력 ‘게임꾼’에게도 역부족이었던 척박한 인도 시장

올엠의 창업 멤버로 업계에 입문해 약 13년 간을 게임꾼으로 살아온 강지훈 대표는 2013년 7월, 팝조이를 설립하고 인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그의 표현을 빌리면 ‘정신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거친 시장’이었던 인도가 그에게 가르쳐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도 시장을 첫 해외 진출지로 삼은 이유는 뭔가.

‘남들이 가지 않은 시장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인도 인구가 13억 명이고, 2013년도부터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IT 지원이 크게 확대됐다. 중국 시장처럼 커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고, 2015년 인도 신화를 배경으로 한 RPG 게임인 ‘요다’를 만들어서 가지고 갔다. 하지만 실제 겪어본 인도는 멘탈(정신력)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거친 시장이었다.

어떤 부분에서 거칠다고 표현한 것인가.

먼저 기초 임금이 워낙 적다 보니, 일반 대중이 사양 높은 휴대폰을 구매하기가 어렵다. PC 시대가 없이 바로 모바일 시대로 들어온 국가이기 때문에, 집 안으로 랜선을 끌어오려면 50만 원이 든다. 인도 대학생이 졸업을 하면 월급이 우리 돈 15만 원 정도다. 누가 50만 원 주고 선을 끌어다 게임을 하겠나. 또 모바일의 경우 선불 데이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게임을 즐기기도 어렵다. 컨텐츠 구매에 대한 경험 자체가 적고 구매 단가가 낮기 때문에 우리가 무언가를 내놨다고 해서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컨텐츠 경험도가 낮은 나라에 외국의 작은 기업이 와서 모바일 게임을 흥행시킨다는 것 자체가 아주 무모한 짓이었다. 대표인 나도 여러 번 무너지는 경험을 했는데, 따라간 직원들은 어땠겠나. 결국 1년 수개월 만에 사업을 정리하고 돌아왔다.

인도에서의 실패를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인도 시장에 우리를 짜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서 사용자들을 끌어당겨야 성공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세가지 요건을 정리해봤다. 먼저 대세 장르를 따를 것, 기술적 차별화를 갖출 것, 마지막으로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IP를 확보할 것. 앞의 두 가지가 성립돼도, IP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된다.

도전을 통해 조직 차원에서 얻게 된 무형의 자산은 없었나.

척박한 곳에 사는 동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특이한 변종으로 진화하게 된다.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게임을 유통하다 보니, 300~400메가짜리를 20메가로 줄이는 등 한국에서는 하지 않아도 될 노력을 너무 많이 했다. 그 과정이 몸에 베면서 자연스레 팀의 기술력이 향상했다. 다른 회사는 캐릭터 하나를 만드는 데 100메가를 소모한다면 우리는 1메가짜리를 만들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게 됐다. 실패했지만 좋은 자산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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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툰네트워크아레나의 게임 소개 (자료 제공 = 팝조이)



■ 한국의 작은 게임 스튜디오가 ‘파워퍼프걸스’의 IP를 가져오기까지

팝조이는 다시 한번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카툰네트워크 아레나’라는 게임을 만들었다. 이 게임에는 타임워너 터너 그룹의 애니메이션 브랜드인 ‘카툰네트워크’의 8개 인기 만화 속 캐릭터가 등장한다. 카툰네트워크는 톰과제리, 파워퍼프걸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채널이다. 기술력이 좋은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것은 늘 IP였다. 국내 게임사가 자체 오리지널 캐릭터를 만들어, 세계 흥행에 도전한다는 것은 허황된 꿈이나 다름없었다. 강지훈 대표는 글로벌 IP가 그들의 게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팝조이는 글로벌 성과를 거둔 경험이 없는 작은 스튜디오였다. 어떻게 라이센스를 가져올 수 있었나.

첫 만남은 네오위즈 시절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시작됐다. 미팅 때 다른 북미에 있는 스튜디오와 비교했을 때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가를 어필하려고 노력했다. 먼저 내가 네오위즈와 웹젠 시절 피파온라인2와 메틴2라는 연 매출 1천억 원 대의 게임 타이틀 2개를 사업화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이 많이 반영됐다. 또 낮은 제조 원가로 동일한 수준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설득했다. 욕심을 내지 않았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 캐릭터를 가져온다고 해도, 이를 게임화시키기 위해서는 비용 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일단 우리가 만들어 볼테니 마음에 들면 투자를 하고, 아니면 말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과정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우리가 감내하겠다고 했다.

서로 다른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한 게임에 등장한다. 도대체 어떤 게임을 만들었나.

마블 내 개별 캐릭터가 있고, 그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저스 시리즈가 있지 않나. 8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모아 카툰네트워크 판 어벤저스를 만들었다고 이해하면 쉽다. 장르는 실시간 소환형 전략 모바일 게임이다. ‘파워퍼프걸스’, ‘스티븐유니버스’, ‘위베어베어스’, ‘어드벤처타임’ 등 각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맵 형식으로 펼쳐진다. 이 각각의 맵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개연성 있는 스토리 라인이 필요하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 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기획 단계가 아주 중요했다.

회사 내 스토리 팀이 따로 있나.

그냥 우리 개발팀 내 기획자들이 모여서 만든 거다. 처음에 전문 작가팀을 섭외해보려고도 했는데, 다들 부담스러웠는지 거절했다. 2년간 연구를 하며, 각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캐릭터의 특징을 게임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좋아할 요소가 많을 거다.

현재 실시간 소환 전략 게임의 대표적인 사례는 클래시로열(Clash Royale)이다. 이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나.

‘카툰네트워크 아레나’는 ‘클래시로열’의 게임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전략 장르로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게임 룰을 만들었다. 똑같은 게임이면 더 잘나가는 걸 하지 우리 게임을 할 이유가 없다. 클래시로열이 3D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입체적으로 공간 내에서 움직이게 한다면, 카툰네트워크의 IP는 그 특성상 소비하는 연령층이 낮기 때문에 딱 봤을 때 어렵지 않고 재밌어 보이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고, 해외 사업 경험이 적다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카툰네트워크 IP를 좋아하는 10~20대 남자 및 여성 유저층을 공략할 수 있고, 194개국 방영 채널이라는 강력한 마케팅 플랫폼을 뒤에 두고 있다. 또 자체적으로 실시간 서버 동기 최적화를 구현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개발했다는 점이 강점이다.

■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게 맞다’

오는 11월, 팝조이는 말레이시아 시장을 필두로 동남아, 아시아 시장 등을 차례로 공략할 예정이다. 글로벌 IP를 등에 업고 나가는 이번 팝조이의 도전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판단할 때, 국내 게임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자금이 있는 대형 게임사가 직접 퍼블리싱 역량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도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신생회사의 몸집으로는 꿈과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블루홀 지노게임즈가 만든 <배틀그라운드(Battleground)>의 경우 큰 희망을 주는 사례다. 블루홀은 신생회사가 아니지만 그걸 만든 개발팀 자체는 글로벌 성공 사례가 없는 조직이었는데 전 세계 1등을 하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역사적인 일이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하던 걸 그대로 해외로 들고 나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도 자체적인 기술력과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무기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적으로는 역시, 카툰네트워크 아레나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게임 유저들이 아레나라는 게임 안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즐길 수 있도록, 추가적으로 IP를 개발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놓으면 마케팅비를 많이 투입하지 않아도, 바이럴을 발생시키며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글로벌 IP에 독자적인 기술력과 게임성을 입혀 해외로 들고 나가는 게임 스튜디오가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실패할 수 있다. 흥행에 실패하는 건 이 업의 본질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여기까지 왔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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