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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74] ‘배스 영양제’로 매달 200%씩 성장하는 소셜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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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겉만 보고 판단 하지 마세요.”

내부 팀원 평균 나이 23살, 대학교 창업 동아리에서부터 시작한 ‘포올라이프’는 올해 6월 설립된 신생 기업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다루고 있는 제품과 철학은 무겁다. 생태계 교란 어종 배스, 초유, 못난이 과일 등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국내 농수산식품을 재가공해 분말형 펫푸드를 만든다.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이끌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의 제품은 가격과 영양소 모두를 고려하는 고객들 사이에서 점차 입소문이 나 매달 20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겉모습만으로 판단되지 않는, 속이 꽉 찬 제품을 만들며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는 포올라이프의 서정남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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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남 포올라이프 대표 /사진=플래텀 DB



배스를 업사이클링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이 인상적이다. 원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나.

소비만으로도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문제 되는 게 무엇인지, 동시에 미래에 각광받을 사업은 무엇일지 등을 같이 고민했다. 그러다 ‘배스’의 실상을 접했다. 막연히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어종인 배스를 *업사이클링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 결심으로 여기까지 왔다. *업사이클링: 생활 속에서 버려지거나 쓸모 없어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능을 더해 재활용하는 것.

단순한 궁금증 하나만 묻자. 배스는 왜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로 자리 잡았나.

배스는 1970년대에 국민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에서 들여온 어종인데, 여러가지 문제로 보급에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배스는 번식력과 식성이 강해 어민들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강에 버려진 배스는 생태계를 교란시켰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배스의 문제다.

다만 정확히 알아야 할 게 있다. 배스 자체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은 아니다. 민물 어종인 가물치는 배스와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다만 가물치는 어느정도 크면 남획된다. 강엔 상품성 없는 배스만 남는거다. 결국 사람이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

정부나 학계가 이를 몰랐을 리 없을텐데.

배스 활용 사업을 정부가 진행한 적 있지만 결과가 별로였다. 우선 소비자 인식이 안 좋았다. 버려지는 물고기로 만든 제품을 꺼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만든 사료라 해도 일반 사료보다 가격차이가 나지 않았다. 보통 육고기, 연어 등이 포함된 사료일 경우 함량이 5% 미만이다. 배스가 원료라 해도 원재료에 포함되는 비율이 워낙 낮었다. 즉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았다. 부가 가치 창출에 실패해 모두 흐지부지됐다. 우린 틈새를 알았다.

배스가 원료인 애완동물 음식을 만들기까지의 아이데이션이 궁금하다.

우리에겐 ‘배스’와 ‘반려동물’ 이 두개의 단어만 존재했다. 고양이는 영양분인 타우린을 생성하지 못해 영양제를 따로 먹는다. 게다가 국내에선 생산이 안 돼서 중국산 합성 타우린만 유통되고 있다. 이 점에 주목했다. 배스의 영양 성분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거다. 유해어종이어서 자료가 많지 않은 만큼 생생한 정보를 듣기 위해 발로 뛰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나온 보고서, 각 지자체 및 모든 전문가와 자문위원을 만나 조사했다. 그 결과 배스엔 타우린, 비타민E, 오메가-3가 풍부했다.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즉, 배스를 지속가능한 식품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미션이 된 거다.

현재 배스는 구하기도 쉽지 않다. 어떻게 공급받았나.

배스는 현재 정상적인 유통범위 내에선 불법이다. 양식도, 수입도 안되고 마트에서도 찾을 수 없다. 무조건 자연산을 구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의 수매담당자를 찾았고, 이들에게 어촌계를 소개받아 로드맵을 확장하며 베스를 공급 받았다. 각 지자체에선 생태계 관리 명목으로 배스 수매사업을 한다. 이는 평균 연간 몇백톤, 예산만 몇억 원씩 발생한다. 이를 알고는 각 수매 사업 담당자를 찾아가 받아왔다. 그렇게 4000km를 오갔다. 이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공하던 중 분말형 영양제를 만들었다.

영양제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나.

영양제로 만들면 유통기한이 늘고 부가가치가 일반 사료보다 높다. 게다가 분말 형태라 여러 방면에 응용이 가능하다. 우리 영양제는 기본적으로 연어, 황태보다 20% 많은 단백질이 함유돼 있고 오메가 3도 2배가 많다. 거기에 비타민 E도 보존돼 있다. 거기에 타우린도 한 통에 한달 분량 섭취 가능하도록 들었다. 이 성분을 최대한 손실하지 않도록 제조했다.

음식을 섭취할 때 인간은 ‘맛’으로, 동물은 ‘향’으로 판단한다. 개와 고양이마다 짠맛, 단맛 등 선호하는 맛이 다르며 종별로도 다르다. 영양소 안에서 강아지는 40%를, 고양이는 80%를 섭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동물 별 사료가 다르다. 사료마다 영양비율과 기호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에 맞췄다. 우리 제품은 영양학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도 가격은 반값이다. 현재 원가 또한 0원이니 100%의 부가가치 달성을 자랑한다. 때문에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구매자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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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R&D를 담당하는 팀원이 따로 없다. 어떻게 만들었나.

전국의 유명한 사료 공장과 어묵 공장은 다 찾아다녔다. 거기서 돈 안 받을 테니 얼마간만 일을시켜 달라고 했다. 거절 당해도 굴하지 않고 밤낮 없이 청소했다. 실내에서 쫓겨나면 마당에서 청소했다. 그렇게 배우며 만든 게 지금 상품이다. 아마 우리가 나이가 많고 프로페셔널 했다면 결코 통하지 않았을 거다. 지금도 공장분들과 가깝게 지낸다.

다른 나라에서도 수출 제의가 들어온다고.

식품으로 거부감 없이 즐기는 대만에서 수출 제의가 왔다. 현재 대만 내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호주와도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여담이지만, 배스는 일본에선 회로 먹고 중국에선 고급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매달 성장률이 2배가 넘는다. 매출은 어느정돈가?

첫 달 매출은 500만원을 올렸고 매달 200%씩 성장 중이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를 모두감당 하기 어려워서 직접 생산보다 oem 방식을 택했다. 현재 새 제품을 깨끗하게 잘 만들어줄 수 있는 공장을 물색중이다. 올해 7월에 시작한 온라인 판매도 하루 2만원에서 200만원 매출이 날 정도로 늘었다.

마진이 많이 남는 편인가.

생각보다 그렇진 않다. 그럼에도 B2C, B2B 각각 일정 비율 이상 마진은 꼭 남기고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유통을 직접 하는 방식이다. 고객에게 바로 우리 제품이 가는 걸 선호하고 있다. 소매를 하는 이유는 도매 과정에서 손실을 일으킨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시장이 잘못 됐다고 하더라도 따라야 한다고들 한다. 우린 그게 오래가지 않을 거라 본다. 스타트업 중 낡은 사업을 혁신해 기존업계가 따라오게하는 기업이 많지 않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원칙과 소신으로 매출을 늘리고 새로운 제품을 만든 뒤 시장에 출시하고 구조를 바꾸는 데 노력할 거다.

성장이 지속되면 사업에 예상치 못한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정부에서 다시 배스 사업을 할 때 닥칠 불이익도 간과할 수 없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엔 ‘배스’만 들어가지는 않는다. 가치가 저평가된 아이템을 찾아 만드는 게 핵심이다. 배스 기준으로 말하자면, 정부에선 수매 사업을 30년 간 해왔다. 언젠가 이 방식은 바뀔 것이고, 이 지점에 우리가 있을 거라 본다. 우린 가치 있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소비자들에겐 합리적인 소비를 제시하는 것 뿐이다.

사업 운영시 위기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감성적으로 접근 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망할 수 있다는 거다. 규모가 커질수록 감당해야 하는 문제는 많이 생길 거다. 실제 사료 시장 비율은 외국산 제품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한다. 대기업도 힘든 시장인데, 우리 같은 스타트업이 성장 단계를 잘 거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다.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왔다고 보나.

설립된 지 몇 달 밖에 안된 만큼 내세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여기저기서 받은 1억5천만원으로 공장을 지었다. 거기서 최대한 제품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현재는 월 매출 2천만원이지만 최대한 빠르게 월 5천만원을 내는 게 목표다. 좋은 기술을 가진 소셜벤처가 되기에 우린 아직 작은 새싹에 불과하다.

왜 기업형태를 소셜벤처로 정했나.

고민을 많이 한 뒤 소셜벤처로 해보자고 잠정 결론지었다. 우리는 소셜벤처 이전에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소셜벤처도 임팩트 투자가 아닌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 선례로 기억된다면 오히려 더 멋진 자취를 남기며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팀원들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10만원도 없어서 힘들 때가 있었다면 지금은 1억원이 없어 힘들고 내년엔 10억원이 없어서 힘들 것 같다’고 말이다. 힘든 일은 성장할 때마다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려고 한다.

끝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하루를 치열하게 살며 앞으로도 다가올 ‘오늘’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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