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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푸른 바다에 피어난 한송이 연꽃 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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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이재언의 섬

⑩ 연화도

연화사·보덕암 등 불교와 인연 깊어

조선시대 사명대사 전설 내려오기도

통영8경 속하는 해안 절벽지대 비경

44m 길이 출렁다리도 섬의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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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연화도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봉오리 진 연꽃을 떠올리게 한다. 연화도는 유독 불교와 인연이 깊은 섬이다.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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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통영시 욕지면에 속한 연화도는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4㎞ 해상에 위치해 있다. 바다에 핀 연꽃이란 뜻을 지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북쪽 바다에서 바라본 섬의 모습은 겹겹이 봉오리 진 연꽃을 떠올리게 한다. 이 섬에 처음 사람이 살기 시작한 건 약 130여년 전으로, 도산면 수월리에 살던 김해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흉년으로 고초를 겪다가 뗏목을 타고 이곳에 들어와 정착했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다.

연화도는 섬이 크고 나무가 울창해 식수가 풍부한 편이다. 섬의 관문인 북쪽 포구에는 연화마을이, 동쪽 포구에는 동두마을이 둥지를 틀고 있다. 주민들의 주업은 당연히 어업. 연화도 뱃머리에 내리면 가두리 양식장에서 자라는 고기들에 줄 작은 생선들을 주민들이 절단기로 잘게 토막을 내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두리 양식장의 고기밥으론 냉동된 갈치, 정어리, 멸치 등이 쓰인다. 양식이라고는 해도 자연산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 배가 닿는 곳에는 식당 겸 횟집들이 여럿 있어 손님이 늘 붐빈다. 이밖에도 연화도에서 키운 고구마는 품질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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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 자리잡은 보덕암에는 바다를 굽어보는 해수관음상이 서 있다.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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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대사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연화사 경내.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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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굴 수행하던 연꽃도인의 전설

연화도는 유독 불교와 인연이 깊은 섬이다. 섬의 이름부터가 그렇다. 실제로 이 섬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연화사와 보덕암을 가기 위해 들르는 사람이 꽤 많다. 연화사는 본촌마을 동쪽 끝자락에 있는 연화분교를 지나 조금 더 간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연화장세계문’(蓮華藏世界門)이라고 쓰인 편액이 걸린 일주문이 맨 먼저 반기고, 이어 아스팔트 길이 이어지다가 건물 한 채가 나타난다. 다시 언덕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2층짜리 전각이 서 있다. 1층은 천왕문이고 2층은 범종이 걸려 있는 범종루인데, 2층에는 ‘연화산연화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천왕문을 지나면 좌우로 법당이 있고 대웅전은 가운데 있다. 천왕문보다 한 단계 높은 곳에 서로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건물은 쌍둥이 같다. 왼쪽엔 ‘안심료’(安心寮), 오른쪽엔 ‘해행료’(解行寮)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데, ‘집 료(寮)’자가 붙은 전각은 매우 드문 편이다.

연화사의 역사는 5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한양에서 이 섬으로 피신해 온 승려가 불상 대신 둥근 전래석을 토굴에 모시고 예불을 올리며 수행하던 중 깨우침을 얻어 도인이 되었다고 한다. 도인은 입적하면서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는 말을 남겼다. 제자들과 주민들이 유언대로 도인을 수장했더니 도인의 몸이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나 승화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섬 이름이 연화도가 된 사연이다. 입적한 승려도 연꽃도인이라 부르게 됐다. 그 후 사명대사가 이 섬에 들어와 연꽃도인이 수행하던 토굴 아래에 움막을 짓고 정진한 끝에 마침내 큰 깨달음을 얻었다. 얼마 후 사명대사는 자신을 찾아 연화도로 들어온 세 여인을 출가시켰다. 사명대사의 누이동생인 보윤, 사명대사를 짝사랑하다가 비구니가 된 보월, 사명대사가 출가 전 정혼한 보련, 이렇게 세 사람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사명대사는 육지에서 승군을 일으켜 왜군을 무찔렀고, 바다에서는 이 세 비구니가 왜군과 대적해 승승장구했다. 이 세 비구니를 통틀어 자운선사라고도 부른다. 여기까지가 연화도에 얽힌 전설이다. 하지만 정작 연화도에 실제로 사찰이 세워진 건 극히 근래의 일이다. 1998년에 이르러서야 하동 쌍계사의 조실(큰스님)이던 고산이 연화봉 아래 연화사를 창건했다. 돌담과 8각9층 진신사리 석탑 등이 어우러진 매우 여성스럽고 운치있는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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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돼지목이라 불리는 협곡에는 44m 길이의 출렁다리가 설치돼 있다.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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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사와 맞닿은 곳에는 보덕암이 있다. 절벽 속에 자리잡은 보덕암은 연화사와 더불어 연화도가 불교 성지 순례지로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암자다. 보덕암에서는 통영8경 중 하나인 용머리해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으며,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 남해 금산 보리암 등에 결코 뒤지지 않는 빼어난 전망을 자랑한다. 5층 석탑이 있는 능선에서 섬의 서쪽 방향으로 가다 보면 토굴 하나가 있다. 토굴이라고는 하나, 돌을 쌓아 사각형의 묘처럼 조성한 뒤 그 안을 비워 토굴을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곳이 연꽃도인과 사명대사의 토굴 터로 알려진 장소다. 토굴에서 약 3분 정도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연화봉 정상에 닿는다. 사방이 탁 트인 ‘망양정’(望洋亭)이란 정자도 있어, 여기에 앉아 주변을 빙 둘러가며 조망해도 가히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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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8경의 하나인 연화도의 해안 절벽지대. 이재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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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목이라 불리는 험준한 협곡

연화도의 자랑거리는 또 있다. 동두마을에선 연화도 제1의 절경인 섬 동쪽 끄트머리 용머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두마을 부근 4개의 바위섬을 포함한 이 해안절벽 지대는 통영8경에 꼽히는 비경 지대다. 뾰족한 바위섬들의 배열이 마치 대양을 헤엄쳐 나가는 용의 날카로운 발톱을 보는 듯하다. 유달리 바람과 파도가 거센 외해에 속한 이곳에 꿋꿋하게 서 있는 4형제 바위, 거북바위, 천년송과 비경은 여행객들의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일몰 직전 찾으면 더욱 비경이고, 지는 해의 빛을 받아 황금으로 물드는 바위가 장관이다. 동두마을 뒤로는 2011년 12월 개통된 출렁다리가 있다. 일명 돼지목이라 불리는 험준한 협곡에 놓인 연화도 출렁다리의 총길이는 44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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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봉 주능선을 따라 조성된 연화도 탐방로도 인기다. 길을 걷는 도중 줄곧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 일반적인 탐방 순서는 본촌마을 뒤편의 연화봉에 오른 뒤 동쪽의 용머리 쪽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본촌마을에서 동두마을까지 전체 탐방로의 길이는 약 5㎞. 돌아오는 포장도로를 합하면 총 8㎞에 이른다.

연화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일 정도로 섬 주변에 사시사철 대물들이 넘쳐난다. 여객선이 닿는 선착장 주변에선 초보 낚시꾼들도 손쉽게 고기를 낚을 수 있다. 뛰어난 풍광과 짜릿한 낚시의 손맛은, 이렇다 할 해수욕장이 없는 아쉬움을 달래준다. 갓 잡아올린 활어와 싱싱한 무공해 채소가 여행의 피로를 싹 잊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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