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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공감! 여행스케치] 태고의 해변과 사막을 걷는 ‘대청도’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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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고려시대로, 조선시대로 혹은 별나라로 가고 온다는 타임슬립 이야기로 가득 찬 세상이다. 어쩌면 시공간을 초월해 동화 속의 어린 왕자를 만날 것도 같은 신비감과 설렘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먼 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211km 떨어진 푸른 섬, 대청도는 아득히 먼 과거를 현재에 만날 수 있는 신비스런 공간으로 거짓말처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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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안여객터미널의 고려고속페리 코리아킹호. 고속페리로 약 4시간을 가면 비릿하고도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풍겨오는 대청도의 선진포 선착장에 도착한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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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사막을 만나다 - ‘옥중동 모래사막’

선착장의 어부상(像)과 눈맞춤을 시작으로 억겁의 세월을 품고 있는 자연을 찾아 여행을 시작한다. 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가볼 곳은 사막이다. 대한민국에 사막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바람에 날려온 모래가 연흔(모래나 눈 위에 만들어지는 물결 모양의 흔적)을 형성하고, 이로 인해 시간의 흔적이 겹겹이 쌓인 모래언덕이 대청도 옥중동 해안가 뒤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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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동 모래사막의 낙타들. 대청도의 모래사막은 환경부에서 공식적으로 사막이라 부르는 국내 유일의 활동사구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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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메꽃과 해송이 어우러진 옥중동 모래사막. 그러나 바람막이 숲과 도로 선착장이 모랫길을 막으면서 사구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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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한 가운데에는 낙타 두 마리가 긴 속눈썹과 넓적한 발로 사막을 걷고 있다. 신발을 벗고 발가락에 전해지는 따뜻한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거대한 금빛 모래언덕을 올라가자, 저 언덕 너머 어디에선가 어린 왕자가 장미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대청도의 시공간 여행이 실감나는 순간이다.

10억년 전의 시간을 만나다 - ‘농여 해변과 미아동 해변’

대청도는 사방이 물이고 해변이다. 그 중 농여 해변은 물이 맑고, 모래밭은 단단해서 자동차가 달려도 끄떡없다. 1.5km의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는 농여 해변에 풀등이 펼쳐지면 이 또한 환상적인 광경이다. 사분사분 백사장을 걸어가면 고목나무 바위가 있는데, 나무껍질 같은 바위 표면에는 세로줄이 90도로 세워져 있다.

‘원래 수평방향으로 퇴적되어 형성된 사암과 셰일이 커다란 지각변동을 받아 변성된 규암과 점판암이 수직으로 서 있는 것’이라고 한다. 침식이 약한 부분이 빨리 깎여 고목나무 바위의 점판암 부분에 구멍이 뚫렸다. 한 낮의 햇빛이 통과하고 바닷바람도 들락거린다. 10억 년의 시간도 들락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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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여 해변의 고목나무 바위. 그 사암은 10억 년 전 모래가 쌓여서 생겼다고 한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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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여 해변은 물이 빠지면 미아동 해변과 이어진다. 농여 해변에 고목나무 바위가 있다면, 미아동 해변에는 주름바위가 있다. 물결 같은 주름이 바위에 가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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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판과 비슷한 모양의 물결무늬가 가득한 미아동 해변의 주름바위.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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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동 해변, 썰물이 지나간 넓은 갯벌에 물결치는 주름.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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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름바위에는 빨래판 모양의 물결자국 무늬(화석 연흔)가 대규모로 발달되어 있고, 그 아래쪽 해변의 모래갯벌에는 물결무늬의 자국(현생 연흔)이 크게 발달되어 있다. 10억 년 전의 화석화된 물결무늬 자국과 현생 물결무늬 자국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다.

바다를 보며 숲길을 걷는 공간 - ‘서풍받이 산책길’

해변을 보고 나면 이제 대청도의 내륙 깊숙이 속살을 만나러 갈 차례다. 삼서 트래킹(삼각산~서풍받이) 중 서풍받이 산책길이 발길을 끈다. 서풍받이는 중국에서 서해를 거쳐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섬을 지키고 서 있는 거대한 절벽이다. 대청도의 남서쪽 광난두 정자각에서 출발해 오른쪽 산 속으로 접어들어 산 능선을 따라 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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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받이 산책길에 만나는 ‘대갑죽도’. 어떤 이는 서풍받이길을 힘들게 올라야 하는 이유가 대갑죽도를 보기 위함이란다. 고기잡이 나간 어민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해주는 섬으로, 입을 벌린 채 바다 위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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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파란 하늘은 구름과 함께 멋진 그림을 그려내고, 작은 배들은 둥실둥실 출렁이며 바다에 길을 낸다. 걷다 보면 바다 가운데 작은 무인도 섬이 계속 따라온다. 대갑죽도이다. 대갑죽도를 보며 산길을 더 걸으면 대청도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조각바위 언덕에 도착한다. 오랜 시간 바위와 바람과 파도와 시간이 합작한 조각 작품이 바다에 발을 담고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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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받이길의 조각바위와 전망대. 원나라 순제가 이곳을 바라보며 ‘천상의 광경’이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MK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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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오른쪽엔 서풍받이, 왼쪽엔 조각바위 언덕의 정상, 뒤를 돌아보면 가을에 흔들리는 모습이 아름다웠을 갈대밭이 이어지고, 다시 광난두 정자각에 도착한다. 이날 광난두 정자각엔 순도 100%의 햇빛이 강하게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MK스타일 주동준 기자 / 도움말・사진 : 안연정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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