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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인사人사이트] 어느 AI 스타트업의 기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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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기술의 창업자였던 조원규 대표는 1999년 당시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였던 다이얼패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 미국에 건너가 한번 더 창업을 한 뒤 약 8년간 구글 코리아에 몸을 담으며 R&D 총괄 사장으로 여러 글로벌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그는 현재 인공지능 스타트업 ‘스켈터랩스’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스켈터랩스는 기존의 지능형 가상비서 (Intelligent Virtual Assistant)의 한계를 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궁극적으론 기술을 통해 역시 일상 속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다.

세계 AI 선두 그룹보다 10년 뒤쳐진 기술을 1년 만에 따라잡겠다는 스켈터랩스의 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 문화를 들어봤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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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다시 창업자로 3년 째다.

7년간 몸 담았던 구글은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너무 커서 웬만한 혁신은 혁신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1억달러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제안은 밖에서 보면 대단한데, 구글에선 하루에 1억달러를 번다. 내가 생각하는 혁신을 실현시키기 위해선 다시 스타트업을 해야겠단 결심이 들었다. 더불어 제대로 된 기술 스타트업을 만들고 싶었다. 국내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인재에게 걸맞는 일자리가 너무 적다. 좋은 인재가 과학자가 되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고 싶어 도전했다.

기업명처럼 미래 먹거리를 연구 중일텐데, 어떤 부분을 주로 강구하고 있나.

스켈터랩스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를 통해 인공지능 플랫폼이 직면하고 있는 난제를 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양한 케이스를 분석하고, 어떤 기술이 추가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예측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 범용적으로 쓰일 수 있는 플랫폼, 그 중에서도 혁신적인 지능형 가상비서(IVA)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우리의 인공지능 플랫폼은 단순 음성인식을 넘어 상황 인지, 추천 기능, 감정 모델링 등 기술과 매개체를 통해 사용자의 감정, 상황, 취향 등 여러가지 요소를 취합해 분석한다. 스스로 학습해 사용자에게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와 공감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시키는 거다. 확실한 기술력이 갖춰 진다면 매출은 따를 거라 판단하고 있다. 다만 회사이기 때문에 마냥 연구해서 실적을 내는 곳은 아니다. 좋은 이론을 바탕으로 프로덕트가 잘 나와야 한다. 기술, 제품 그리고 영민한 영업력이 갖춰진 회사를 지향한다.

대중에게 인공지능이란 여전히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기술적인 개념으로 파고 들면 당연히 비 전문가로서는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를 전제로 최대한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사고의 흐름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내는 거다. 몇 년 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 대국이 있고 부터 대중들 사이에서 딥러닝 열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그 중 많이 거론되던 뉴럴 네트워크 역시 인간의 뇌 기능을 모방하는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회사 내에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설립할 당시 컨셉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자는 것’이었다. 좋은 아이템은 있지만 엔지니어가 없는 기업을 기술력으로 돕는 형태를 생각한 거다. 그래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기술기업으로 창업했다.

한 가지 특정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는 있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한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을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스타트업은 혁신적이지만 단단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젝트가 단기적인 보상을 바라기 위해서라기 보단, 장기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비전을 이루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하는 기술 개발을 위함이라는 점이다.

우린AI 퍼스널 어시스턴트를 만드는 게 비전이다. 그러기 위해선 고도화하고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상황인식, 대화형기술, 딥러닝 패턴인식 등 기술 자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확히는 세계적인 수준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목표다. 아직까지 국내 딥러닝 기술은 월드클래스와 10년 정도의 간극이 있다. 이를 1년 내로 좁히고 싶다.

회사를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우리의 미션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일상을 이해하고, 도와주고, 더 나아지게 하는 머신 인텔리전스의 혁신을 이루는 것(To innovate machine intelligence for understanding, assisting and improving daily lives anywhere and anytime)”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사람’이다. 스켈터랩스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지만, 그 중심엔 사람이 있다.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찾아가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도, 결국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지능이다. 우리가 인재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유다.

기술개발 중심의 회사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는 뛰어난 인재확보다. 스켈터랩스는 글로벌 IT 기업 구글, 카이스트 AI 랩 출신 등 인공지능 분야 최고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엔지니어 중 70%가 컴퓨터 공학 석사와 박사 출신이다. 엔지니어 외에도 훌륭한 프로덕트 매니저와 UX 디자이너, 마케팅 전문가까지 있다. 유능한 인재야 말로 우리가 지향하는 혁신적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엔진이자 밑거름이다. 이를 근간으로 사람을 위한 머신 인텔리전스를 만드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직원들이 서로 돕는 커뮤니티형 문화가 조성돼 있다고.

당장 실력이 높지 않아도 융화가 잘 되는 사람과 실력은 좋은데 기업과 문화적으로 잘 안 맞는 사람 중 선택하라면 우린 전자를 채용한다. 업무 퍼포먼스는 트레이닝으로 보완이 가능하다. 팀원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실력이 발휘된다고 본다. 문제는 원래 성격이 협력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다. 문제가 생기면 이기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성향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런 성향은 우리와 맞지 않다.

자유로운 팀분위기를 지향한다.

자율 출퇴근제는 물론, 사무실에서 호버보드나 킥보드를 타고 돌아다니거나 게이밍 PC로 게임도 하면서 쉴 수 있다. 멤버들의 실력과 책임감이 뒷받침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선진적 기업문화가 중요시 되는 추세지만, 막상 이를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적다. 또 조직문화, 팀문화를 혁신한다는 대기업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그게 ‘따라하기’만 할 뿐 본질에 닿진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큰 규모의 기업들은 쌓여온 문화의 뼈대가 있기 때문에 급진적으로 우회를 하기 어렵다. 새로운 인재를 영입할 때도 그 기업문화에 맞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뽑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기업문화를 다듬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데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조직에 있어 변화란 굉장히 중요하지만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좋은 의도로 기업문화를 바꿀 수는 있겠지만, 이에 따른 결과는 그 누구도 예상을 하지 못 한다. 그래서 쉽게 하기 어렵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조직 문화를 추구하며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많지만 모든 기업에 100% 적합하지는 않을거다. 확실한 건, 수평적 체계를 통해 구성원의 능력을 향상시키고 스스럼없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문화가 요즘 추세라는 거다. 반면에 스켈터랩스와 같은 스타트업은 기업문화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여유가 있고,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회사 메인 프로젝트가 아닌 팀원 자신만의 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을 쓰기도 한다.

전 직장 구글에 ‘20% 룰’이라는 게 있었다. 20%를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하고 80%엔 메인 프로젝트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걸 우리에 맞춰 1주일 정도는 메인 프로젝트를 멈추고, 하고싶은 걸 하도록 하는 데 시간을 쓰게 했다. 봄에 하는 이노베이션 위크, 겨울 데모데이즈가 그 개념이다. 두 사내 이벤트에선 일주일 동안 팀을 꾸려 스스로 리더가 돼 기획을 하고 개발, 디자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상품성 있는 기획이 많이 나오기에 제품으로 출시하자고 했다. 반응이 좋으면 공식 런칭이 될 수 있을거다. 이렇게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하려고 한다.

성수동으로 회사를 이전한 이유가 있다고.


보다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개방형 사무실을 원했다. 그래서 칸막이가 없는 넓은 공간을 찾아 여기로 왔다. 성수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느낌이라 더욱 만족하고 있다. 많은 미팅이 이뤄지는 강남도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니까 가깝고 말이다.

개인적으로 공간은 팀내 분위기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우린 칸이 없다. 내 일이 아니더라도 타인의 일을 도울 수 있고, 서로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공간에선 자유로운 협업이 잘 된다고 본다.

스켈터랩스의 기업문화 중 실패에 대한 관점이 흥미롭다.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우리같은 기술 기업은 실패가 다반사다. 선례가 없는 만큼 시행착오를 여러 번 거친다. 중요한 건 실패 유무가 아닌 ‘어떻게’ 실패 했는 지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론이 틀린 것이라면, 괜찮다. 과정에서 배운 게 있기 때문이다. 실패도 즐겨야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사견을 전제로 이야기 하자면, 테크스타트업은 제품의 컨셉을 보여주고 그걸 만들 수 있다는 증명을 해내는 게 1단계다. 이를 검증 받아 투자 받으면 다음 단계에선 시장성을 증명해야 한다. 그걸 성공시킨 뒤 투자를 받으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이처럼 단계마다 돈의 용도가 정해져 있다고 본다. 아쉬운 건 국내에선 이런 이해 없이 투자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때문에 창업자는 단계에 상관없이 투자를 받으면 무조건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문제는 증명이 안 된 상황에서 매출을 올려야 하기에 온갖 것에 매달린다는 거다. 일직선으로 내달려도 성공할 지 모르겠는데, 빙빙 돌아가는 거다. 이러면 기술벤처는 절대 성장하기 어렵다. 10억원의 돈이 1억원의 가치만 가지든, 혹은 100원의 가치를 가지는지 결정하는 덴 조력과 협업이 중요한 요인이다.

카카오브레인, 케이큐브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궁금한 이들이 있는데 현재는 독자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까지 어느 시점에서, 어떤 단계로 협업이 진행될 지는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지만 다방면으로 여러가지를 논의 중에 있다. 우리는 현재 시장에 선보일 정도의 기술을 만들어서 매출을 올리는 시기에 있다. 올해도 매출이 발생했지만 내년은 더 낼 수 있을 거라 본다.

끝으로, 스켈터랩스가 추구하는 혁신을 이야기해 준다면.

한때 미국의 영화 렌탈 시장은 ‘블록버스터’라는 업체가 1위를 차지했었다. 동시대에 같은 DVD 렌탈 업체가 있었는데, 그 기업은 비디오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를 전환하며 블록버스터가 파산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그게 ‘넷플릭스’다. 블록버스터와 넷플릭스의 차이는 혁신의 유무였다고 본다. 트렌드 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그 사이에서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시대다. 영상 콘텐츠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기업은 테크 회사에게 먹힐 거다. 우린 바꾸고 쇄신해 세계적인 IT 기업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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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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