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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81] 한 달에 25번 켜는 중고 거래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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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부동산을 제외한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는 20조 원에 육박한다.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거래의 중심이 웹에서 앱으로 이동하면서 최근에는 중고 거래 앱 간의 경쟁과 연합이 활발해졌다.

지난 9월에는 번개장터의 퀵켓과 셀잇이 인수합병하면서, 중고 거래 시장의 ‘공룡’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 합병은 2013년 퀵켓의 지분을 인수한 네이버와, 2015년 셀잇을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인수한 카카오 간의 결합이기도 하다.

중고 시장은 중국의 테크 자이언트들도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다. 지난 4월에는 텐센트가 58퉁청(同城)의 중고 거래 플랫폼인 좐좐(轉轉)에 2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알리바바의 중고거래 앱 셴위(閑魚)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셴위는 2017년 5월 기준 중국 10대 전자상거래 앱 중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앱이다. 일본에서는 중고 마켓인 메루카리(Mercari)가 유일하게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듯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이 중고 시장에서, 남들이 찾아내지 못했던 빈틈을 찾아 자신들만의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시장’, 당근마켓의 이야기다. 김재현, 김용현 두 공동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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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김용현 공동 대표와 당근마켓 팀원들.



■ 사내 게시판에서 발견한 지역 기반 중고 마켓의 기회

반경 6km 이상 떨어져 있는 지역의 사용자 끼리는 거래를 할 수 없다. 이것이 당근마켓의 규칙이다. 어쩌면 수익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계를 스스로 그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슬리퍼 신고 나가 중고 거래할 수 있는 동네 플랫폼 만들고 싶었다”

어디서 서비스 아이디어를 얻었나?

둘 다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여느 회사가 그렇듯, 사내 게시판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중고 거래가 굉장히 활발하게 일어났다. 아무래도 거래하기 편하고 관심사나 생활 수준도 비슷하기 때문에, 물건이 많이 올라온다. 여기에 착안해 판교에 있는 대형 IT 기업을 대상으로, 지역 기반 중고 마켓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판교를 시험대로 서비스를 시작한 거다.

시험적으로 서비스를 운영했을 때, 수치는 어땠나.

판교 테크노밸리 안에서만 주간 2천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당시에는 마치 익명 SNS인 블라인드처럼, 회사 이메일로만 회원가입이 가능했다. 그 이메일로 해당 회사에 다니는 것이 인증되어야만 자사 중고 거래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수순이었다. 그런데 시범 운영을 해보니, 판교 이외에는 기업이 모여있는 지역이 많지 않더라. 확장성이 떨어졌던 거다. 한계에 부딪힌 이후, 서비스 성격을 지역 주민 대상으로 바꿨다. 역시 시작 지점은 판교였다.

애초에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고객군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 직장인에서 주민으로 고객군이 한층 더 넓어졌는데,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육아를 하고 있는 부모 회원이다. 우리나라는 각 지역별로 일명 ‘맘까페’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의 주 고객층이 바로 이 맘까페에 속해 있는 여성 회원들이다. 얼마간 시범 운영을 한 결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했을 때 사용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보고 서비스 성격을 바꿨다.

정확한 사용자 비율이 어떻게 되나.

현재 전체 사용자의 75%가 여성, 25%가 남성이다. 연령대는 20대보다는 30~40대 고객이 많다.

맘까페 내에서도 중고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쟁자로도 볼 수 있는 것인가.

경쟁사라기 보다는 타깃 사용자층이 비슷하다. 현재 경쟁사는 딱히 없다. 번개장터를 비롯한 여타 중고 플랫폼은 10~20대가 주요 고객층이다. 당근마켓의 경우 앞서 말했듯 육아를 하고 있는 30~40대 고객이 훨씬 많다.

판교방, 수지방 이런 식으로 지역별 공간이 개설되는 형태인가.

그렇다. 우리는 직거래 연결 거리를 1, 2, 3단계로 나눈다. 최대 6Km 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고, 그 바깥 지역의 물건은 검색이 안 된다. 딱 슬리퍼 신고 나가서도 거래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열어뒀다. 지역별로 최소 350명이 오픈 신청을 하면, 거래 공간이 개설된다.

사실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끼리도 거래를 할 수 있게 만들면 당근마켓의 수익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굳이 거리 한계를 정해놓은 이유는 뭔가.

애당초 기획 의도가 각 동네의 작은 중고 거래들을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거리 제한을 풀면 수익은 늘어나겠지만, 컨셉 상 안 맞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지역 기반 광고 비즈니스다. 대부분의 광고 시장을 네이버, 카카오 등 대기업이 평정했지만, 여전히 지역 기반 광고 시장에는 승자가 없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 사람이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 수단으로 맨 처음 두드려 본 것이 중고 거래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역을 구획하고, 거래 영역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 서비스에 있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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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자 간 ‘관계 형성’이 사용자 고착도를 높인다

당근마켓의 수치 데이터는 매우 좋다. 2015년 7월 출시한 이래 현재까지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 사용자당 평균 일 체류 시간은 18분 46초다. 글로벌 SNS인 인스타그램이 25분 대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긴 편이다. 사용자당 평균 방문 횟수는 10월 기준 무려 25회다. 한 달에 약 일주일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한 번씩 꼭 켜는 앱이 되었다는 의미다. 단순 중고 거래 플랫폼이 이처럼 사용자 고착도(Stickness)를 높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사용자들은 한 달에 평균적으로 25회 앱을 켠다
이전에 거래했던 동네 주민이 어떤 물건을 올렸는지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수치 데이터가 좋다.

그렇다. 월간 거래액이 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배 성장했다. 일간 활성자 수(DAU)가 12만, 월평균 이용자 수(MAU)가 40만 명 수준이다. 전년 대비 10배 성장했다. 사용자당 평균 일 체류 시간은 18분 46초다. 페이스북이 40분, 인스타그램이 25분대니까 꽤 높은 편이다.

단순 중고 거래 앱을 한 달에 25번이나 켜고, 하루에 18분이나 접속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나.

한 번 거래한 사람과 재거래 하는 확률이 10% 정도다. 예를 들어 5세, 6세 부모가 거래를 하면 한 살 차이니까 매년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 나오지 않겠나. 같은 동네이기도 하니까 재거래가 계속해서 이루어진다. 이는 다른 중고 마켓에는 없는 패턴이다. 채팅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니까, 운이 좋으면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꼭 ‘거래’만을 목적으로 앱을 켜는 것이 아니라, ‘우리 동네에 어떤 물건이 나왔나’, ‘가까운 주민이 어떤 물건을 내놨나’ 궁금해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동네 벼룩시장 구경을 나가는 느낌이랄까. 또 가끔 일명 ‘쿨매(쿨한 매물)’라고 부르는 저렴하고 상태 좋은 매물이 나오는데 이 경우엔 1분도 안 돼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앱을 켜게 되는 것이다.

관계가 사용자 고착도를 높인 셈이다. 반면, 지역 기반 거래이기 때문에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것 같다.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다. 아직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지만, 매너 있는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알다시피 중고 거래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판매자와 구매자 상호 간 매너 점수를 매기게 해서, 평이 너무 안 좋은 사용자에게는 거래 정지 조처를 한다. 또 재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서로 동네에서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거래 매너가 좋은 편이다. 실제 99%의 거래에 긍정적인 평가가 매겨졌다.

숫자로 말한다

김재현, 김용현 대표는 인터뷰 내내 정확한 수치를 거론하며 당근마켓의 특장점을 설명했다. 노트북 안에는 그동안 분석해놓은 운영 데이터가 가득했다.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 자료들을 근거로 나왔다. 당근마켓의 테크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9명 중 6명이 개발자,
머신러닝으로 사기 거래 검수하는 테크 커머스 기업”


사기 거래의 경우 어떻게 방지하고 있나.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한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머신러닝을 통한 사기 매물 검수다. 사기 확률이 높은 게시글의 문체와 이미지를 기계에 학습시켜 놓으면, 매물의 가품 확률이 계산되어 나온다. 가품 확률이 높은 게시글은 자동으로 삭제해버리는 방식이다. 법적으로 온라인 거래가 금지되어 있는 주류 및 담배도 걸러낼 수 있다. 플랫폼에 일주일에 10만 건이 넘는 글이 올라오기 때문에 사람이 검수하려면 인력을 계속해서 채용해야 한다. 자금 소비가 크다. 반면 머신러닝은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만 두면, 천 건이건 만 건이건 비용 차이가 거의 없다. 이렇듯 기술을 이용해 효율을 높이며, 팀을 작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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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신러닝을 이용한 가품 검수 결과물 (사진 제공 = 당근마켓)



현재 팀원이 몇 명인가.

총 9명인데 그중 6명이 개발자 출신이다. 그래서 항상 중요한 결정은 데이터를 근거로 내리고 있다.

향후 어떤 투자사에게 투자를 받고 싶은가.

우리가 지향하는 사업 방향에 공감해주는 투자사를 만나고 싶다. 앞서 말했듯 우리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지역 광고 비즈니스다. 현재 당근마켓은 분당을 넘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 향후에는 지역 정보를 다루는 지역 Q&A 서비스로도 확장할 계획이 있다. 이 지역 광고 시장의 가능성을 알고, 우리를 믿어주는 투자자를 만나고 싶다.

주 수익원이 될 광고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되나

모바일 광고 수익 모델을 늦어도 내년 1월 전에는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초에는 시범 운영이 될 것이다.

최근 중고 스타트업이 대기업에 인수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 당근마켓도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나.

우리가 끝까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고마켓을 넘어 지역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당근마켓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현재 40만 명인 MAU를 10배 이상 더 늘리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기반 광고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다. 국내에 자리를 잘 잡게 되면, 동남아와 유럽 시장 진출에도 관심이 있다. 그러나 현재는 국내 시장 공략이 먼저다. 열심히 하겠다. 지켜봐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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