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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학교밥-서울 숭례초등학교] “고사리·김치 더 주세요” 아홉살의 즐거운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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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무항생제 육류 쓰고, 생선 등 튀기기보다 굽고

전통 식문화 교육도 심혈

구청선 든든한 지원


청소년들이 먹는 음식을 건강한 식재료로 올바르게 만드는 건 청소년 성장에는 물론 교육적으로도 중요합니다. 올해 초부터 ‘건강한 회삿밥’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리얼푸드’는 이를 청소년으로 확대, 식품의약품안전처ㆍ서울시의 도움을 받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한끼’를 만들고 있는 학교를 연속으로 소개합니다. 리얼푸드의 건강한 학교밥 시리즈가 건강한 회삿밥과 함께 매일 먹는 급식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건강한 기획이 될 것입니다. <편집자>

“할머니, 고사리 더 주세요.” “저는 김치 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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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숭례초 2학년 학생들이 점심밥을 받고 있다. 성북노인복지관 할머니들이 급식 도우미로 일손을 돕는다. 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아이들은 정말 ‘잘’ 먹었다. 채소, 김치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입으로 가져갔다. ‘초등학교 2학년이면 원래 이 정도로 잘 먹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달 22일, 서울 성북구 숭례초등학교에서 목격한 급식시간 풍경이다. 이날 점심 메뉴는 산채비빔밥. 버섯, 애호박, 도라지, 고사리, 취나물 등 평소보다 채소가 많았다.

1~2학년 학생들의 배식을 돕는 도우미 어르신들이 여분의 밥과 반찬을 들고 교실로 들어서자 열댓 명 어린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번쩍 들었다. “애호박 더 먹고 싶어요”, “취나물 더 주세요.” 아이들의 요구는 구체적이었다. 이세윤 군에게 말을 걸었더니 “저는 파프리카도 되게 좋아해요. 우리 반엔 반찬 투정하는 애들이 없어요”라고 했다.

학생들이 밥 먹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자에게 김언정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원래는 잘 안 먹던 것도, 짝꿍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자기도 따라서 먹더라고요. 제가 다 먹으라고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서로 잘 먹네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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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후배들보다 ‘머리가 굵은’ 선배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6학년 오성식 군에게 급식 한줄 평을 부탁하니, “학교 급식 만족해요. 다른 학교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같은 반 김가은 양은 “중학교는 급식이 맛없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말했다.

점심밥을 학생들이 잘 먹으면, 가장 뿌듯한 사람은 영양교사다. 양경진 숭례초 영양교사는 “남기지도 않고 유난히 잘 먹는 아이들 보면 고맙고 예쁘죠. 그간 학년별로 다양한 식생활 교육을 진행한 게 많은 도움을 줬어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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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고추장을 직접 만들고 있다. [제공=숭례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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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진 선생님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급식에 느끼는 만족도를 높이고자 고민을 거듭했다. 일단 재료의 건강함과 안전성은 기본. 국내산 한우를 비롯해 국내산 무항생제 돼지고기ㆍ닭고기를 쓴다. 조미료는 급식실에서 직접 만들고 피클, 물김치, 겉절이, 동치미도 그때그때 조리사들의 손으로 만든다.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조달하는 데에는 학교가 속한 성북구의 도움이 컸다. 성북구청은 친환경 학교급식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자치구로 이름났다. 서울에선 처음으로 ‘친환경급식지원센터’를 세우고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들을 선정해 관내 학교에 소개한다. 학교들은 쌀, 김치, 수산물 등 주요 식재료를 센터를 통해 안심하고 공동구매한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숭례초 급식실에 대형 오븐이 도입됐다. 오븐이 들어오면서 급식 메뉴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주로 튀기던 생선은 이제 오븐에 굽고, ‘회오리 감자’ 같은 튀김 메뉴도 구워서 학생들에게 낼 수 있게 됐다.

양경진 선생님은 “아무래도 기름에 튀기는 것보다는 굽는 게 아이들 건강엔 좋다”며 “요즘은 오븐을 활용한 요리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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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많은 비빔밥도 2학년 아이들은 잘 먹었다. [제공=숭례초]


한편 숭례초는 전통음식, 전통 식문화 교육에도 공을 들인다. 작년엔 교육청으로부터 ‘전통식문화 계승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석가탄신일, 단오, 삼복 등 주요 절기에 어울리는 메뉴가 급식으로 나왔고 매달 한 번씩은 경기도, 충청도 등 각 지방별 향토음식(곤드레밥ㆍ토란탕ㆍ부추장떡 등)을 급식 메뉴로 꾸미기도 했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각 절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지역별 음식의 맛은 어떤지 배울 수 있었다.

전통 식문화 교육은 올해도 여전히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음식을 이웃들과 함께 나누는 행사가 유독 많았다. 배혜경 숭례초 교장은 “단순히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직접 음식을 만드는 체험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올해는 아이들이 고추장, 오이소박이, 송편 등을 직접 만들고 학교 주변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했다”고 소개했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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