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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여행+] 멕시코 로스카보스, 처음 온 낙원…처음 본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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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로스카보스의 땅끝인 카보 산 루카스에 있는 엘 아르코. 거대한 바위에 터널이 나 있어 태평양과 코르테스해를 오가기 위한 출구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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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심장이 더 쿵쾅거렸다. 숨이 가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한 날도 여럿이다. 몸에 신호가 온 듯했다. 위기라고. 이제 좀 쉬라고. 그래서일까. 도시 이름조차 입에 붙지 않는 곳으로의 출장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멕시코 로스카보스(Loscabos). 로스앤젤레스까지 11시간, 거기서 2시간30분을 더 날았다. 로스카보스 관광청의 제안을 다시 끄집어내 읽었다. '땅끝의 낙원, 마법의 땅.'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본 하늘엔 티끌 하나 없었다. 쨍했다. 저절로 고개가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 파랑 중에서도 진파랑이라고 할까. 넋 놓고 하늘 감상하기를 잠시. 주위를 보니 상당수가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손에는 술 한잔씩을 들고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다. 마치 펍으로 순간 이동한 느낌이다. 그랬다. 이곳을 왜 '제2의 칸쿤'으로 부르는지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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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2차선 도로가 한가할 정도로 여유로운 드라이빙이 이어졌다. 차창 밖으로 포크를 거꾸로 세워놓은 듯한 선인장이 띄엄띄엄 서 있다. 영락없이 사막 풍광이다. 하지만 한낮에도 바깥 활동이 어렵지는 않다. 습도가 높지 않아 푹푹 찌는 더위는 없다.

그늘에 서 있으면 마치 우리 초가을 같다. 아침저녁으로 조깅을 즐기는 이도 심심찮게 보인다.

바하 캘리포니아반도의 끝인 카보 산 루카스(Cabo San Lucas)에 도착했다. 말발굽 모양의 연안에는 고급 요트가 셀 수 없이 많이 정박해 있다.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로스카보스는 세계 부호들이나 미국 셀러브리티의 휴가지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우아아아~." 배를 타고 얼마 나가지 않아 동승한 십수 명은 똑같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외마디 외침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합창하듯 탄성을 내질렀다. 눈앞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기암괴석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그야말로 빼어났다. 마치 그 광경을 보며 입을 다물면 죄를 짓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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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들의 휴양지로 유명
낮에는 액티비티를 위해, 밤에는 음주가무를 즐기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카보 산 루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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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절정은 엘 아르코(El Arco)에 다다르면서였다. 검푸른 태평양과 에메랄드빛의 코르테스해, 색과 결이 다른 두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에 우뚝 선 바위였다. 태평양에서 코르테스해로 가는 유일한 출구 같이 보이기도 할 만큼 신비한 기운이 거친 파도로 전해져왔다. 이곳에선 누구든 오원 장승업이요, 겸재 정선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흰 화선지에 쪽빛 물감을 듬뿍 적셔 한 번에 휘갈기는 느낌이랄까. 물론 상상으로만 말이다. 동시에 일상의 찌듦도 바다에 던져버렸다. 대신 한없이 진한 푸름을 두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담았다. 지구 반대편의 멕시코, 그중에서도 전 세계 1%만 찾는다는 로스카보스의 바다는 격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실력 좋은 사진작가라면 한자리에서 평생 간직할 작품 여러 장은 남겼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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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옆 사막을 내달리고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로스카보스답게 사륜바이크(ATV)에 몸을 싣고 해안 모래사장을 질주하는 기분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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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울림을 전했다면 로스카보스의 내륙은 몸부림(?)이었다. 바다와 사막이 공존하는 로스카보스답게 사륜바이크(ATV)에 몸을 싣고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액티비티는 짜릿했다. 쉴 새 없이 덜컹거리는 바이크의 격렬한 몸부림은 어떤 안마기보다 시원했고, 끝이 보일 것 같지 않은 모래사장을 힘껏 질주하는 기분 역시 개운했다. 한 시간여의 ATV 투어는 바이크에서 내리는 것이 못내 아쉬울 만큼 무념무상의 경지로까지 내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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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엔 갤러리 탐방
산 호세 델 카보의 아트디스트릭트에는 현대 멕시코의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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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지 않을 듯하던 아드레날린 수치는 산 호세 델 카보(San Jose del Cabo) 아트디스트릭트에 가서야 안정이 됐다. 프리다 칼로 같이 멕시코를 대표하는 예술가의 작품은 물론 로컬 컨템퍼러리 아티스트의 작품을 감상하며 문화 샤워를 해서다. 갤러리와 숍은 산 호세 성당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오밀조밀 모여 있다. 따분한 미술관 관람을 상상한다면 오산. 갤러리마다 예술가들이 직접 관람객에게 테킬라나 와인 등을 내놓으며 인사를 건넨다. 매주 목요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열리는 아트워크에 맞춰 가면 좋다. 리더 격인 파트리샤 멘도사 갤러리를 시작으로 갤러리아 코르시카, 엔리케 바스콘 갤러리 등을 꼭 들러볼 것. 특히 액자 속 천사가 역동적으로 날갯짓하는 이반 과델라마 갤러리의 인터랙티브 아트는 꼭 봐야 한다.

고작 이틀 만이다. 밤새 숙면을 취했다. 몸도 가볍다. 새로운 세상에 입장한 기분이다. 로스카보스. 맞다. 이곳은 낙원이고, 마법의 땅이다.

▶▶로스카보스 100배 즐기는 법

1. 가는 법=아직 직항편은 없다. 대신 운항편이 많은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댈러스 또는 멕시코시티까지 가서 로스카보스로 갈 수 있다. 싱가포르항공이 주 7회 인천~로스앤젤레스를 운항 중이다.

2. 묵을 곳='제2의 칸쿤'으로 불리는 만큼 고급 호텔과 리조트는 물론 프라이빗 빌라까지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있다. 파라디수스, 브래스리스, 시크릿, 마르키스 등 숙박부터 음식, 리조트 내 액티비티 등을 대부분 포함한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가 매력적이다.

※ 취재협조 = 로스카보스 관광청, 익사이팅투어

[로스카보스(멕시코) =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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