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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여행 +] 무술년, 술 없는 나라에 취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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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브루나이 술탄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사진 위)와 대표적인 여행지 핫스폿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 [사진 제공 = 로열브루나이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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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국왕이 직접 세뱃돈을 주는 여행지가 있다고?"

숨이 멎었다. 눈동자만 굴렀다. 딱 1초 전까지만 해도 '무술년, 개띠해'를 맞아 첫 호 지면회의를 하면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메가 이벤트를 앞둔 대한민국 평창부터 가장 해가 먼저 뜬다는 기즈번까지. 좌충우돌 열띤 회의는 단 한마디에 정리됐다. "연초, 국왕이 세뱃돈을 주는 재밌는 여행지가 있던데."

그렇게 2018년 모든 여행지를 한 방에 '올킬'해버린 여행지, 바로 브루나이다. 이 나라를 처음 들어보신다면 긴장해야 한다. 이미 세계적인 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의 항공권 검색량 급부상 여행지 8위를 차지했으니까.

이 브루나이란 나라, 모든 게 상상초월이다. 신기하면서도 애매하다. 보르네오섬 북단.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면적이라 해봐야 보르네오섬의 100분의 1인 5770㎢. 경기도 넓이가 1만㎢ 수준이니 그야말로 콩알 같다. 인구수라 해봐야 우리나라 의정부 정도인 40만명 남짓. 놀고, 먹고, 쉬는 여행지로서 일반적인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이곳, 연초만큼은 매력 덩어리다.

이유? 간단하다. 세뱃돈이다. 연초 개방되는 왕궁을 찾아가면 국왕이 직접 나와 세뱃돈 100만원을 준다. 복지 수준은 해외 토픽감이다. 모든 브루나이 국민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혜택을 받는다. 60세부터는 연금이 지급되는데 이것도 내는 돈이 전혀 없다.

가구당 차는 4대까지 그냥 나온다. 구간을 막론하고 1달러만 내면 탈 수 있는 대중교통 버스. 택시는 전국에 48대뿐이다. 콜만 부르면 온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테크에 월세테크까지 머리 아플 것도 없다. 30만원만 내면 4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축구장 크기만 한 수상가옥을 준다. 그것도 평생 임대다. 연초부터 건강보험료 또 오른다고 난리인데, 이곳 국민이 연간 부담하는 의료비는 고작 900원 수준. 고칠 수 없는 병은 주변 국가로 보내 끝까지 고쳐주고, 유학도 그냥 보내준다. 상상초월 이런 복지 뒤엔 석유가 있다. 매장된 14조배럴의 원유와 천연가스는 50년간 국민에게 세금 한 푼 받지 않아도 국민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규모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국왕의 저택이다. 개인이 소유한 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면적인 23㎢ 수준. 5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연회장에 1770개 방, 260개 화장실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안뜰에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 고급 승용차 7000대가 주차돼 있다. 원래는 바이크와 비행기를 집 앞뜰에 모았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모두 수장(?)해버리고 차로 바꾼 거라니, 말 다했다.

이쯤 되면 슬슬 마음이 동하실 게다. 아예 이 나라로 뜨고 싶을 터. 참고 삼아 잠깐 알려드린다. 이 나라 대사관의 홈페이지를 보면 '형식상 신청 자격은 제한이 없으나, 취득하는 것은 개별 심사를 통해 이뤄지며 취득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극히 제한적인 조건은 딱 세 가지다. 이것 역시 상상 초월. 첫째는 여자의 경우다. 브루나이 남자와 결혼해 15년 이상 살면 된다. 에이, 설마 하시겠지만 한국인 중에 이런 도전에 성공한 여왕이 이미 있다. 무슬림은 평생 4번의 결혼을 할 수 있다. 국왕 역시 이 율법에 따라 3번의 결혼을 했고 마지막 한 번의 결혼 기회가 남았는데, 현재는 전 세계에서 미혼 여성들의 이력서가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는 쿠란을 통째 외운 뒤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거다. 세 번째가 그나마 쉽다. 33자쯤 되는 국왕의 이름을 외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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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재밌으면서 황당한 나라, 요즘 편하게 갈 수 있다. 브루나이 국영항공사 로열브루나이항공이 작년 11월 말부터 인천~반다르스리브가완 직항 정규편 운항을 시작해서다.

아, 여기까지 보고 달려가실 분들을 위해 주의사항 한 가지. 모든 게 다 좋은 브루나이에 아킬레스건이 있다. 강력한 무슬림국가답게 20세기 들어 이슬람 형법인 '샤리아'를 채택한 것. 무슬림국가 중에 샤리아를 택한 나라는 브루나이뿐이다. 이게 황당하다. 국적에 관계없이 브루나이 영토 내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 적용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미풍양속을 훼손하는 행위 또는 옷차림은 바로 처벌이다. 2015년부터는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는 물론이고 캐럴을 부르는 것도 금지다. 어기면 징역 5년. 술도 안 된다. 어이없다고? 그럼에도 끌리는 묘한 나라, 그게 브루나이다.

브루나이 가려면…

브루나이의 랜드마크는 7성급 '엠파이어 호텔'이다. 황금 장식 로비에 황금 객실, 여기에 크고 작은 수영장과 18홀 크기의 골프장, 영화관까지 통 큰 규모를 자랑한다. 브루나이의 국영항공사 로열브루나이항공이 작년 전세기 운항에 이어 작년 11월 26일부터 인천~반다르스리브가완을 직항으로 연결하는 정규편을 운항하고 있다. 브루나이까지 약 5시간30분 소요. 개인 휴대폰, 태블릿PC 등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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