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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50 코카서스 산맥에서 스키 타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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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더와 스키어의 천국 조지아

최고의 설질, 저렴한 스키장 가격

패어글라이딩·스노모빌 체험도

우리 부부는 2017년 가을 조지아에 도착해서, 현재까지 머물고 있어요. 추운 나라에 겨울에 머물게 된 이유가 있어요. 바로 스키장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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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조지아 구다우리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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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를 탈 수 있어서 겨울을 좋아하는데, 세계여행 중 스노보드는 꿈도 못 꾸었어요. 짐을 줄이기 위해 주로 따뜻한 나라를 여행했고, 뉴질랜드 여행 중에 겨울을 맞긴 했지만, 스키장 비용이 너무 비싸서 엄두도 못 냈거든요. 그런데 조지아 여행 중, 스키장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때다 싶었어요. 하루 리프트 비용이 2만 원 안팎, 게다가 전국의 스키장을 이용할 수 있는 시즌권(3개월간)도 500라리(약 20만원)로 저렴했어요. 그래서 이참에 조지아에서 겨울을 보내며 전국의 스키장 투어에 나서볼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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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권. 20만원에 전국 스키장을 겨울 내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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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에는 4개 지역에 번듯한 스키장이 있어요. 트빌리시에서 카즈베기 가는 길에 있는 구다우리(Gudauri), 천연 탄산수로 유명한 보르조미에서 가까운 바쿠리아니(Bakuriani), 조지아 북서쪽의 오지 산골 마을인 스바네티(Svaneti), 흑해의 항구도시 바투미에서 갈 수 있는 고데르지(Goderdzi)예요. 그중 수도 트빌리시에서 가장 가까운 구다우리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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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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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오픈 한 달 전, 우선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구다우리를 방문했어요. 하지만 수도 트빌리시에서 가까운 스키장이다 보니, 터무니없이 비쌌죠. 특히 러시아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스키장이라, 인터넷 홈페이지도 온통 러시아어로 돼 있어 적당한 숙소 찾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렇게 숙소를 찾아 구다우리 마을을 헤매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길에서 만난 한 아저씨께 여쭤 보았어요. 방이 하나 있다고 보여주시겠다고 하더라고요. 별 기대 없기 따라 들어갔는데 웬걸! 예상외로 구다우리에서 둘러본 방 중에 가장 경치도 좋고 가장 저렴했어요. 가격도 하루에 25달러(약 2만7000원). 길에서 만난 아저씨 덕분에 운 좋게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있었죠. 구다우리의 숙박비는 시기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특히 연말부터 1월 첫 주까지는 조지아의 대 연휴라서 미리 숙소를 예약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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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에서 운 좋게 구한 스키장 바로 앞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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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 스키장은 코카서스 산맥 해발 2200~3750m 사이의 설원에 자리 잡고 있어요. 수목한계선 위에 있기 때문에, 스키장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요. 프리라이딩을 즐기는 스키어, 스노보더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어요. 총 6개의 리프트와 1개의 곤돌라가 운행 중이고 그중 2개의 리프트는 각각 어퍼구다우리(Upper Gudauri)와 로워구다우리(Lower Gudauri) 마을에서, 곤돌라는 뉴구다우리(New Gudauri)에서 출발해요. 뉴 구다우리는 마을이라기보다는 콘도 단지에 가까워서, 숙소 가격대가 조금 높은 편이죠. 대부분의 식당과 슈퍼마켓은 로워구다우리 마을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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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한계선 위에 있어 나무가 없는 구다우리 스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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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컨츄리 스키어들이 걸어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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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라이더들의 천국 구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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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도들이 모여 있는 뉴 구다우리. 곤돌라의 시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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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키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평일에는 산 하나를 우리가 전세 낸 것처럼 사람 찾기가 힘들었어요. 리프트 줄은커녕, 사람을 만나면 오히려 반가워서 인사를 하고 싶을 정도였죠. 그리고 정설 슬로프 구간과 비정설 구간(Off piste)의 경계가 없어서, 드넓은 설산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었어요. 폭설이 내린 다음 날은 눈이 허리까지 쌓여 있어서, 아무리 굴러도 아프지 않은 최상의 설질을 느낄 수 있었죠. 맑은 날도 좋지만 구름이 많은 날 운이 좋으면 코카서스 산맥의 허리를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운해를 목격할 수 있어요. 대신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서 안개 낀 날은 길을 잃기 쉬우니, 날씨가 좋지 않을 땐 형광봉이나 리프트 기둥 등 기준을 정해서 라이딩하는 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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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래 펼쳐진 구다우리의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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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해를 뚫고 스노보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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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파묻히는 코카서스의 파우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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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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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를 뚫고 정상에 올라가면 이런 풍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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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 스키장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리프트 내리는 지점에 카페테리아가 있다는 점이에요. 경치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라서, 스키를 타다가 배고픔을 달래기 좋아요. 쿠데비(kudebi)리프트 하단에 있는 카페 카다 헛(Kafe Khada Hut)은 개중에서도 경치가 끝내줬어요. 다른 곳 보다 덜 붐비는 데다가, 음식과 음료 가격이 다른 곳보다 싸서, 매번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어요. 조지아 치즈빵인 하차푸리가 우리돈 3000원, 커피 한잔은 1600원에 불과했어요. 스키장 밖 레스토랑보다 저렴하고 경치도 즐길 수 있어서 일석이조였어요.

그런데 조지아 스키장에서 놀란 점은, 스키장 카페테리아에서 온갖 주류를 다 팔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많은 스키어나 스노보더들이 술 한 잔씩 들이켠 후 다시 스키를 다시 타러 나가서 당황스러웠어요. 어떤 스키어는 리프트에서도 술을 홀짝홀짝 마시더라고요. 다들 술을 한 잔씩 해서 그런 것인지, 겁 없이 더 쌩쌩 달리는 것 같기도 했죠. 조지아 스키장에서는 음주 스키어, 스노보더를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스키를 타지 않는다면 카페테리아에서 경치를 보며 따뜻한 와인(Glint Wine)한 잔 마셔볼 것을 추천해요. 추운 날씨와 따뜻한 와인의 조합이 단연 최고였어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구다우리 스키장의 명물 강아지 ‘쌈바’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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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중턱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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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딩 후 즐기는 해발 2750m에서의 식사. 따뜻한 와인이 몸을 녹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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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의 명물 &#39;쌈바&#39;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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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m에도 카페테리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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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구다우리 스키장에는 스키보다 더 유명한 스포츠가 있어요. 바로 패러글라이딩이에요. 스키를 즐기지 않는 여행자들도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패러글라이딩으로 내려가곤 해요. 대부분 구다우리 스키장의 동쪽 정상인 쿠데비(3006m)에서 출발해 솔리코(Soliko)리프트 하단에 착륙해요. 이 지역의 큰 사업이다 보니 호객 행위도 많고, 때로는 달콤한 할인 유혹을 받기도 해요. 한 번은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도착했는데, 파일럿이 지금 당장 타면 50라리(약 2만원)에 내려갈 수 있다고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스노보드를 옆에 던져두고 하늘로 몸을 던졌어요. 무려 내 인생 첫 패러글라이딩이었어요. 패러글라이딩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주로 250라리부터(약 1만1000원)예요. 스키와 패러글라이딩이 모두 능숙한 사람들은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싣고 스키를 타기도 하더라고요. 언젠가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스포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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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보드가 아닌 패러글라이딩으로 스키장 내려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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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글라이딩 스키를 준비하고 있는 스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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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다우리에는 패러글라이딩 외에도 스노모빌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요. 스키장 중턱에 놀이터나 포토존이 있어 가족 여행에도 좋을 것 같고요. 겨울에 조지아에 들른다면, 구다우리에서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움을 듬뿍 느끼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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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중턱의 포토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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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프트 의자에 앉아 휴식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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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중턱에 놀이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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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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