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해수욕장 인근 옛태광식당
산모, 기 허한 사람 보양식으로 먹어
국물 고소하고 바스러진 살 씹는맛도
옛 태광식당에서 먹은 우럭미역국과 밑반찬. 우럭을 사골처럼 푹 고아 살점이 거의 바스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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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미역국을 먹고 싶다 생각한 건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에 실린 단편 ‘가리는 손’을 읽고서였다. 소설에 우럭미역국 끓이는 내용이 섬세하게 묘사돼 있다.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 우럭을 들통에 깐다. 거기 대파와 생강, 청주를 넣고 팔팔 끓인다. 익은 살은 따로 발라 한곳에 두고, 몸통뼈와 대가리만 다시 삶는다.” 주인공은 강릉 출신인 어머니가 끓여주던 맛을 기억하며 생일을 맞은 아들을 위해 국을 끓인다. 소설 내용과는 별개로 우럭미역국이 나오는 대목마다 침이 고였다.
우럭미역국은 곰탕처럼 국물이 진하다. 우럭을 2시간 이상 푹 끓여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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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미역국을 주문했다. 다양한 생선탕과 생선회도 있었지만 아침식사로는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미역국과 여섯 가지 반찬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미역이 듬뿍 들어 있었고 바스러진 우럭 살도 보였다. 국물을 떴다. 으어. 탄성이 나왔다. 두 숟갈, 세 숟갈 들 때마다 옅은 탄성이 이어졌다. 구수하고 개운한 맛이 늘 먹던 소고기미역국과는 결이 달랐다. 국 한 사발에 깊은 바다의 맛이 농축돼 있는 것 같았다. 강릉 사람들이 우럭미역국을 ‘소울푸드(영혼의 음식)’으로 꼽는 이유를 알 만했다.
30년째 강릉 강문동에서 우럭미역국을 끓이고 있는 원송죽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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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람들이 소울푸드로 꼽는 우럭미역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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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기가 좔좔 도는 밥과 깔끔한 반찬도 맛있었다. 동해안 횟집에는 반찬을 사다 쓰는 집이 많지만 이 집은 손수 만든 반찬을 낸다. 직접 재배한 배추를 1년 이상 숙성한 젓갈에 담근 김치와 강릉 토속음식인 삭힌 오징어젓갈이 특히 맛있었다. 고등어구이 한 도막까지 깨끗이 발라먹으니 세상 부럽지 않은 포만감이 밀려왔다.
옛태광식당의 대표 메뉴는 우럭미역국이지만 생선탕과 생선회 메뉴도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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