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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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차전지 업계에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급락한 상황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를 끝내겠다고 언급해 왔다.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는 그동안 IRA에 따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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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3분기 공장 절반도 못 돌려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하면 가뜩이나 캐즘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각 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평균 공장 가동률은 59.8%로 전년 동기(72.9%)보다 13.1%포인트 감소했다. SK온의 3분기 가동률은 46.2%로 전년 동기(94.9%) 대비 급락하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신규 수요가 줄어들고,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한 영향이다. 가동률은 공장 설비가 생산 능력 대비 얼마나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매출과 연동된다.
업계는 IRA 상 첨단제조세액공제(APMC)에도 변동이 생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보다 직접 보조금을 받는 AMPC의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올 3분기 LG에너지솔루션은 4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모두 AMPC를 제외하면 적자였다. 미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디애나주에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SDI도 내년부터 AMPC 규모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15일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는 일제히 폭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12.09% 하락한 3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POSCO홀딩스(-10.48%), 포스코퓨처엠(-9.5%), 삼성SDI(-6.81%) 등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 사진 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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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중국 견제 반사이익 볼 수도
다만 향후 정책 방향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많다. 로이터 보도에서 AMPC 폐지는 언급되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IRA 전면 폐기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배터리 공장이 설립된 주들은 대부분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지역이고, 이미 공화당 하원 의원 18명이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 IRA 전기차 보조금 관련 폐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IRA 폐기는 의회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차기 트럼프 정부가 중국 견제를 강화한다면 오히려 한국 배터리 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산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업체들이 미 시장 공략을 확대할 수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올 4분기에도 완성차 업체들의 재고조정 등 영향으로 실적 부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 리스크가 더해지며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등 일부 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수요 하락에 대응하고 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법 자체를 폐기하기는 어렵겠지만 행정명령으로 일부 내용을 바꿀 수 있어 수많은 시나리오가 존재하고, 배터리 업계는 내년 초까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대미 로비를 강화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AMPC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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