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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Startup’s Story #392] 플리마켓 · 중고 거래에서 카드 할부 결제를 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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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가 가까워지고 있다. 중국은 이미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통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지갑 판매량마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도 결국 이 흐름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에 발맞춰 다양한 P2P 송금, 결제 서비스가 등장하는 추세다.

‘딜앱(DEAL)’은 개인 간 송금을 넘어 신용 결제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안전결제 서비스다. 개인이 개인에게 할부 결제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리더기와 같은 단말기는 필요 없다. 개인마다 고유의 계정을 만들어놓고, URL 혹은 QR 코드를 매개로 거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용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플리마켓에서 현금이 없을 때, 판매자가 보낸 URL로 구매자는 바로 카드 결제할 수 있다.
– 고가의 중고 제품을 거래할 때, 판매자와 구매자 간 상호 협의 하에 할부 결제를 할 수 있다.
– 학부모가 개인 과외 선생님에게 고가의 과외비를 할부로 지급할 수 있다.

눈치챌 수 있듯, 딜앱의 주요 사용자는 개인 혹은 웹페이지가 따로 없는 소규모 판매자들이다. 보통 판매시점관리(POS) 기기를 등록하는 데에만 5일 이상이 걸리고, 온라인 결제에 필요한 전자금융결제서비스에 등록하는데도 한 달이 걸린다. 이 때문에 소규모 판매자들의 경우 현금 거래 이외의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파이어씨드(Fireseed)의 이문영 대표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16년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의 계기는 무엇인가.

여행을 좋아한다. 학생 땐 돈이 없고, 사회인일 땐 시간이 없지 않나. 그래서 대학 창업 동아리를 하면서, ‘나 자신에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를테면 <도쿄 여행>이라는 상품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 날 커피 안 사 먹고 아낀 돈 4,500원을 결제하는 거다. 부모님이나 친구에게 대신 결제해달라고 링크를 공유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했는데, 여행사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다.

피봇팅을 한 결과가 ‘딜앱’인가.

그렇다. 초기 모델을 들고 세계 투자자들이 모이는 MWC 바르셀로나에 참석했다. 현장에서 부스를 운영하면서 이벤트로 오프라인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다들 현금을 안 들고 다니지 않나. 그때 우리가 기존에 만들었던 서비스를 개인 간 거래에 응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를 계기로 서비스 방향을 바꿨다. 실제로 당시 현장에서 서비스를 이용해 어느 정도의 돈을 모금했다. 그리고 작년 4월 ‘딜앱’을 정식 출시했다.

딜앱은 중고 물품이나 수공예 제품, 또는 개인 강습 거래에서 자주 사용된다고 들었다. 과거 이러한 거래에서는 어떤 불편이 있었나.

먼저 소규모 사업자들이 카드 리더기를 등록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사업자등록증부터 단말기 등록비, 법인 인감증명 원본, 법인 신규 가맹점 서류 등 수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게다가 온라인 결제에 필요한 전자금융결제서비스에 등록하는데도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현금 결제 이외의 거래 수단을 찾기 어려웠다.

딜앱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딜앱의 가치는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상호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단말기, 통신선, 웹사이트와 같은 부대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모바일로 간편하고 빠르게 결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판매자는 수많은 서류와 기기 없이 딜앱에 신분증과 사업자등록증(있을 경우에만) 두 가지만 인증한 후 바로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구매자는 앱을 다운받지 않더라도 판매자가 보낸 링크 또는 QR코드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 페이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결제도 가능하다.

수익 모델은 수수료인가.

그렇다. 거래액의 1%를 판매자에게 받는다. 판매자는 카드 수수료까지 포함해 총 4.5%의 수수료를 부담하면 된다. 직거래가 아닌 오픈마켓 등의 플랫폼을 거쳐 판매할 경우 수수료가 7~30%까지 증가한다.

2015년 페이팔이 내놓은 개인 간 금융 거래 서비스 페이팔미(PayPal.me)와 서비스 모델이 흡사해 보인다. 페이팔미 역시 개인 URL을 통한 결제가 가능한데. 차별점은 무엇인가.

페이팔미의 경우 국내 시장 지원이 안 된다. 또 각종 간편결제 시스템도 붙여서 이용할 수 없다.

개인 간 거래에 사용되다 보니 거래액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국내 부동산을 제외한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가 20조 원 정도로 굉장히 크다. 특히 명품 중고 거래의 경우, 할부 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에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아이에게 카드를 맡기기 어려운 부모님들이 우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 이 밖에도 모든 프리랜서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시장이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기업 측에서도 딜앱 서비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송금이 아닌 결제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별로 없다. 일단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자금이 많이 필요하고 인프라적으로 진입 장벽이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는 자사 결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 투자 방식으로 접근을 한다.

규제 문제로 인한 어려움은 없나.

항상 많다. 기준이 애매모호한 부분도 워낙 많고. 하지만 일단 해봐야 안다고 생각한다. 아직 정부당국도 문제에 대한 정의를 명료하게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일단 해보고, 문제가 되면 그 때 대응하자는 입장이다. 모든 준비를 다 끝내고 일을 시작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크라우드펀딩, P2P 대출 등 핀테크 여러 갈래의 서비스들이 겪어왔듯, 결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생길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 본다. 일단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합법적으로 전자금융결제업 기업으로 등록해두는 것이다.

해외 진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늘 준비하고 있다. 제일 먼저 노리는 것은 베트남 시장이다. 플랫폼 형태이기 때문에 기본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고, 그 위에 현지 카드사, PG들을 얹으면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 응대가 가능한 현지 인력을 잘 관리게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파이어씨드의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딜앱은 새로운 개념의 개인별 금융 계정이다. 서비스 정체성을 부각하기보다는, 딜앱이 각자의 삶 속에 잘 녹아 들어가서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안기적으로는 서비스 안정화다. 규제 이슈도 있고, 아직까지는 불안한 상태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 시장에서 하나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현재 현대카드 블랙 스튜디오에 입주해있는데, 지난번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 앞에서 서비스 소개를 할 기회가 주어졌다. 피칭을 마치고 나니 정 부회장이 ‘그래서 이걸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하고 묻더라. 딜앱이라는 서비스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꾸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크리에이터, 1인 소규모 사업자들이 모이면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딜앱은 그런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디딤돌 같은 서비스로 성장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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