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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휴]800m 상공의 출렁다리...하늘위 걷는 듯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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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동화속 나라에 온 것 같은 산타마을

썰매 등 다양한 시설물로 동심 유혹

지역특산품 송이버섯으로 만든 요리

그윽한 천연의 맛과 향에 입이 행복

서울경제

차에서 내려 숨을 들이쉬니 찬바람에 콧구멍이 들러붙었다. 봉화군은 경상북도 안에서도 겨울 추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고장이다. 봉화의 겨울 추위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면서 굳이 새벽부터 찾아온 것은 이곳 겨울 맛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봉화의 추위는 35번 국도를 따라 나란히 흐르는 낙동강 줄기만 봐도 알 수 있다. 강물이 얼어붙으면서 부피가 커진 얼음은 거북 등처럼 갈라졌고 깨진 조각들은 옆의 얼음을 타고 올라와 포개져 있었다.

봉화에서 만난 이들마다 “하필이면 이 추위에 취재를 왔느냐”고 위로를 했다. 하지만 어쩌랴. 다음주 쓸 기사가 떨어져 버린 것을. 우선 청량산 하늘다리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하고 도착한 주차장 앞에서 입구를 바라보니 청량사로 올라가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무지막지하게 가파르다. 차를 들이밀고 살금살금 오르기 시작했는데 비탈이 너무 심하다 보니 자동차가 머리를 치켜들어 도로 대신 파란 하늘이 보였다. 앉아서 운전을 하는 건지, 누워서 운전을 하는 중인지 분간할 수 없을 지경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후진으로 내려와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 오르려고 보니 입구에 ‘차량진입 절대금지’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깎아지른 비탈을 20분쯤 걸어 오르니 청량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절 뒤편으로 하늘다리로 가는 길이 나 있는데 여기서부터는 경사가 비교적 완만하다. 하지만 이 역시 계단의 연속이라 만만치는 않다. 절 뒤로 난 길을 따라 30분쯤 오르면 마침내 하늘다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다리는 해발 800m의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연장 90m, 폭 1.2m의 교량이다. ‘국내에서 가장 긴 산악현수교량으로 지난 2008년 5월 봉화군에서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설치했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 교량의 자재는 첨단 신소재인 PC강연 케이블과 복합유리섬유 바닥재를 사용해 안전성을 확보한 까닭인지 걸어서 건너는 동안 흔들림이 없었다. 통과 하중은 ㎡당 340㎏으로 동시에 100명이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데 그 많은 인원이 동시에 올라설 일은 없겠지만 그럴 경우 간이 졸아붙을 듯싶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른 탓인지 영하 20도에 이르는 추위에도 방한복 아래에서는 땀이 삐질삐질 흘렀지만 산 아래로 내려오는 동안 땀이 식어버리자 다시 추위가 몰려들었다. 산을 내려와 차를 분천역으로 돌렸다. 2년 전 가을에 승부역을 찾았던 터라 이번에는 분천역을 보고 싶었다. 분천역에 내려서자 칼바람이 매섭다. 분천역은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관광열차인 오트레인(O-train)과 브이트레인(V-train)이 정차하는 역이다. 오트레인은 충북과 강원·경북 등 중부내륙권 여행지들을 한 바퀴 순환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브이트레인은 백두대간의 협곡을 왕복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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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에는 산타마을이 조성돼 있는데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관광객들의 성화에 아직도 시설들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도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에 발 디딜 틈이 없다. 역 주변에는 눈썰매장·산타카페·산타시네마·산타갤러리 등 산타와 관련한 시설들을 조성했다. 이 시설들은 2월 중순까지 유지할 예정이다. 봉화군은 분천역 산타마을이 성황을 이루고 있는 데 힘입어 올해 총 30억원의 예산을 투입, 식당가를 새롭게 단장해 이동하는 한편 조경·포토존·체험시설 등을 정비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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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 왔다면 지역 특산품인 송이버섯 요리를 반드시 맛봐야 한다. 봉화군은 가을이면 가두에서 좌판을 벌이고 송이버섯을 판매할 정도로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 지역이다. 하지만 근처의 울진이나 양양보다는 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송이 시세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송이 철은 지났지만 봉화군에는 송이 요리 전문점이 여러 곳 있는데 그중 유명한 곳이 인하원이다. 메뉴로는 송이돌솥밥 1만7,000원, 능이돌솥밥 1만5,000원, 영양돌솥밥 1만원, 송이구이 100g 5만원, 송이전골 1만5,000원 등이 준비돼 있다. 돌솥밥이라고는 하지만 각종 산나물 등 15가지 안팎의 정갈한 밑반찬이 함께 나와 한정식을 방불케 한다. 돌솥의 뚜껑을 열면 짙은 송이 향이 번져 나와 입맛을 돋운다. 봉화읍 유록길 20, (054)672-8289.

/글·사진(봉화)=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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