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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Startup’s Story #394] 꽃배달을 넘어 선물 커머스 기업으로 간다. ‘원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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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배달 당일 배송 서비스인 원모먼트엔 사업 시작 당시 강력한 브랜딩으로 입지를 굳혀 놓은 선두 업체와, 이를 따라한 수많은 유사 서비스라는 장벽이 있었다. 원모먼트는 당시 유행처럼 번지던 ‘구독(서브스크립션)’이 아닌 ‘배달’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이는 주효했다. 원모먼트는 주문 당일 2시간 내 배송 원칙을 지켜가며 월 매출 1억원을 넘는 등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원모먼트가 성장하기 까지는 남성 고객층이 있었다. 남성 고객이 알아서 찾아온 것은 아니다. 추천한 상품을 모바일로 편히 주문할 수 있게 하고 선물을 받는 대상의 만족감을 높이는 UI/UX(User Interface/User Experience, 사용자환경)에 신경썼다. 그것이 성과로 나타났다.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가기에 사명감이 남다르다”는 박건태 원모먼트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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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태 원모먼트 대표/사진=플래텀 DB

원모먼트의 시작은 어땠나.

비료 사업을 할 때다. 공동창업자의 지인이 고객에게 보낼 승진 축하용 화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흔한 모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다행스럽게도 요청을 받아 만든 화분은 고객 취향에 부합했고 그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화분을 받은 사람과 사업적으로 좋은 관계가 되었다. 이후로 그 지인은 종종 여성 고객에게 보낼 선물을 우리에게 주문해왔다. 고객이 좋아하는 만큼 사업성이 보인다면서 말이다. 그 말에 꽃을 만들어 본 게 시작이었다. 남성에게 선물은 ‘해야만 해서 하지만 해도 칭찬 듣기 어려운 무언가’다. 이때 상대방이 기뻐하면 만족도는 둘 모두에게 배가 된다. 이 수요를 파고 들자는 생각으로 뛰어들었다.

2015년 설립 이후 2년 반 정도 되었다. 매출이 꽤 성장했다고.

2016년 5월 처음으로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매해 5월은 업계의 성수기로 불리운다. 현재는 비수기에도 평균 1억원 넘게 매출을 내고 있다.

론칭 당시, 구독형 꽃배달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많은 카피캣이 등장했다 사라졌고. 원모먼트는 후발주자임에도 현재까지 살아남았다.

여러 구독형 브랜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고 카피캣도 상당히 많았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는 그런 브랜드가 있는 줄 몰랐다. 꽃 사업을 결심하고 시장 조사를 하다 알게 된 정도였다.

대개 카피캣은 업의 본질은 못 보고 피처만 베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꽃 서비스는 초기 규모를 어느 정도 키운 뒤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많은 유사 서비스는 그 단계에 오르지 못해 키우는 데 한계가 있었을 거다.

처음 우리도 고객으로부터 구독 서비스 문의가 있어서 구독 모델과 당일 배송 시스템을 둘 다 운영해봤다. 고객의 반응은 당일 배송에서 컸다. 구독서비스와 배달은 다르다. 운영효율과 배송 최적화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배달에 집중했다.

우리는 개발팀을 따로 두고 택배 기사 배차도 자동 연동화를 해뒀다. 배송 알림도 자동화 처리한다. 특정 기념일 당일에 주문이 폭증해도 배차가 자동화 돼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있다. 고객도 편하게 배송 현황을 알 수 있다. 이는 원모먼트의 강점이다.

구독형 모델을 떠나 전국을 대상으로 한 크고 작은 꽃배달 서비스가 많다.

우린 기존의 플레이어와 겹치는 시장이 아니다. ‘김영란법’으로 인한 전국 꽃배달 시장의 규모가 30~50%까지 줄었다고 하는데, 우린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기존 업체 대부분이 경조사 제품 비중이 높은데 반해 원모먼트는 개인 선물 배달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고객 중 상당수는 한 번도 꽃을 안 사본 사람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화환을 보낼 줄 알지 로맨틱한 용도론 이용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사용자는 꽃을 주문하려고 해도 번거롭다. 전화 주문이나 상담 등 과정이 번거롭고 꽃의 종류와 가격도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꽃은 남성들에게 ‘없어도 그만’인 만족도 낮은 상품으로 인식 됐다. 꽃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O2O서비스가 그렇다.

우리는 페이지에 가격과 디자인을 모두 공개한다. 이를 모바일로 주문하면 바로 배송해준다. 편리함 때문에 재구매율도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전국 꽃배달 서비스와는 겹치지 않는 고객군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2018년 현재 많을 땐 90%의 남성고객이 원모먼트를 이용한다. 여성 고객의 유입이 늘긴 했지만 30대 초중반 남성 고객이 과반을 넘는다.

남성 고객이 서비스를 접하는 주요 지점은 어디인가.

우선 우리가 올린 SNS콘텐츠를 보고 반응한 ‘여자친구’로부터의 소환이다. 연인의 반응에 구매로 이어진다. 또 하나는 기념일에 임박해 우리 광고에 노출됐을 때다. 이때도 구매 전환율이 높은 편이다.

원모먼트는 겉으로 보여지는 않는 개발에도 신경쓴다고 들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고객이 등록해 놓은 기념일이 다가와 24시간 전 알림을 보내면 구매 전환율이 매우 높다.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고 신진 고객의 수를 높여야 하는 우리로선 개발이 필수다.

정확히 배송 시간을 지키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그걸 어떻게 구현하고 있나.

론칭 당시 규모있는 O2O 서비스는 자체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우리도 서비스 품질을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봤지만, 물류배송 내재화는 부담이었다. 그래서 퀵서비스사와 제휴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마찰이 있었다. 시간을 맞춰달라고 사정하고, 교육도 시키고 싸우면서 시간을 맞추려 협업을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해온 게 지금의 결과로 증명되는 듯 하다. 프리미엄 서비스를 시작하면 차량을 배치하고 배송 품질에 신경을 쓸 계획이다. 다만 직접 운영할 생각은 현재까지 없다.

꽃을 상하지 않게 배달하느라 만든 ‘박스’에서 브랜딩 효과가 났다고.

택배기사가 기피하는 상품 중에 하나가 꽃 배달이다. 꽃다발을 보낼 때 많은 업체가 쇼핑백을 이용하나보니 꽃이 상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컴플레인은 고스란히 택배기사의 몫이고. 당연히 꽃 배달을 꺼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플라워박스다. 꽃을 안전하게 배달하면서도 택배 기사의 수고를 덜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바이럴 효과가 났다. 꽃은 사무실에 배달되는 경우가 많은데 받은 사람이 만족해 하는 모습을 본 동료가 차후 이벤트가 있을 때 우리를 찾아줬다. 현재는 우리의 큰 자산이다. 최근에는 우리처럼 꽃배달 전용 박스로 배달하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원모먼트의 브랜딩 전략이 있었다면.

원모먼트는 시의성이 강한 서비스다. 그렇기에 사용자로 하여금 써야한다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꽃’ 콘텐츠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제철 꽃을 소개해 사용자를 자극시키고 있다. 고객 입장에선 몰랐던 정보를 아는 동시에 생각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

한 번은 서양화가 모네가 사랑한 꽃이라며 양귀비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명화에 남아있는 모습과 매칭이 잘 됐던 것 같았다. 고객은 SNS에 우리를 태그해 예쁜 꽃을 추천해줘서 고맙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꽃이라는 본질적인 콘텐츠가 중요한 것 같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경 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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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반과 현재를 나눠볼 때 각 시기마다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나.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신경쓰는 건 품질에 공을 들인다는 거다. 아무래도 주문량이 늘어나면 수준이 일정하지 않을수 있다. 규모화 뒤 서비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초기 고객은 ‘변심했다’며 서비스를 이탈한다.

우리도 이런 사례를 겪었다. 원모먼트의 모든 플로리스트는 본사 소속이다.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플로리스트를 많이 채용했는데 결과물이 달랐다. 고객 입장에선 이전보다 별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제작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플로리스트를 교육 시킨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구매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 번만 실망해도 고객이 떠나는게 이 서비스다. 모든 고객이 받아봤을 때 일정한 품질로 높은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사업초기 도매상과 관계는 어떻게 만들었나. 쉽지는 않았을텐데.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땐 선도 서브스크립션 업체의 카피캣이 성행할 때였다. 우리도 도매상에게 그중 하나로 취급 당했다. 다행히 판매량이 늘어 꽃 주문량이 늘면서 협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는 거래선을 두고 안정적으로 꽃을 공급 받고 있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도매시장에 진입했는데.

원모먼트는 일종의 ‘피봇’을 거친 사업이다. 처음엔 지렁이를 키워 유기농 비료사업을 2,3년 정도했다. 그러다 사업방향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 전환했다. 흙과 비료 모두 양재동 화훼시장에서 유통된다. 종류는 달라도 취급하는 시장은 겹쳤다. 시장은 처음부터 익숙했다.

우리나라는 꽃이 일상인 문화는 아니다. 왜 이 사업을 하나.

가까운 나라 일본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일본은 1980년대 버블호황이 지난간 뒤 경조사 화환이 크게 줄며 시장이 반토막 났었다. 그러다 꽃을 일상에서 즐기는 유러피안 라이프스타일로 변했고, 현재 경기 흐름이 회복되어 5조원 규모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경조사, 선물, 홈 데코가 거의 같은 비율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경조사 부문을 포함해 총 1조 2천억 규모인 화훼 시장은 지난해 김영란법으로 몸살을 앓으며 업계 추산 8,9천억 원 정도가 되었다. 유러피안 라이프스타일로 국내도 변해가는 추세다. 이후 2~3조 정도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거라 예측하고 있다.

원모먼트 상품의 가격대는 어떤가. 저렴하지 않다는 평도 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싼 편에 가깝다. 우리 품질과 비슷한 꽃다발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려면 만원을 더 줘야 한다. 거기에 배송비는 별도다. 원모먼트에선 당일 2시간 배송이 가능한 데다 배송료도 무료다. 그렇게 해서 39,000원이면 비싼 편은 아니라 본다.

다만 소비자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존재하는 것 같다. 우리 제품보다 1,2만원 적은 정도를 가격 적정선으로 생각하는 고객에겐 다가가기 어렵다고 본다. 대신 여러 번 구매해 본 고객은 이 가격에 배송이 되는 게 신기하다고들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관점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고객 여부는 달라진다.

성장 단계별 투자 유치를 해왔다.

운이 좋았다. 우리에게 투자한 업체 관계자 모두 평소 기념일마다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한 투자자는 “특정 기념일만 되면 유명 디저트 가게에서 1시간씩 줄 서서 사가는 4,50대 남성들만 보더라도 남성 고객을 타깃하는 원모먼트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참고로 미국엔 시리즈 C 라운드까지 마무리 한 온라인 꽃배달 업체가 있다. 이 분야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투자금은 어디에 사용되고 있나.

경기권까지 무료로 당일 배송하는 게 단기 목표다. 이를 위해 택한 건 권역별로 허브를 만들어 배송하는 거다. 현재 제작 공간은 서울 종로와 양재 두 곳에 있다. 여기서 구로와 영등포에 하나씩 증설하면 부천, 고양 등 분당까지 무료 배송이 가능해질 거라 본다. 또한 판교와 분당, 부천과 인천에도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서 경기 지역에 지점을 내는 걸 목표하고 있다. 동시엔 개발팀에도 투입하려고 한다.

장기적 계획을 말해 달라.

우린 선물 커머스 기업이 되려고 한다. 꽃과 함께 즐거운 선물로 전해질 수 있는 물건을 선별하고 이를 상품으로 구성해 성장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우리 고객은 꽃을 사기 보단 선물이 필요한 이들이다. 그래서 꽃과 함께 디저트류도 같이 팔고 있다. 모두 고객 요청에 따라 운영되는 거다. 달마다 베이커리 부문에서 2천만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주얼리를 같이 보내달라는 요청도 상당하다. 여기에 곁들일 메시지 카드도 한달 평균 2,300장씩 판매된다. 1만원이라는 가격임에도 많이들 구매한다.

이 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뭔가.

중요한 날, 중요한 순간에 꽃을 선물하지 않나. 연인을 사귄 지 100일, 1주년, 프로포즈 등 중요한 때 함께하고 싶다. 실제 프러포즈용 꽃을 주문하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 고객 중 ‘원모먼트가 아니면 결혼 못할 뻔 했다’는 사람도 있다. 고객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꿈이자 사업 시나리오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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