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광고 대부분 대선후 구매' 발언에 비난 쏟아지자 '내 실수' 사과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러시아 대선개입 파문과 관련해 페이스북 고위직은 어떤 변명도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또다시 확인됐다.
지난 16일 '러시아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은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미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인사 13명과 기관 3곳을 기소했다.
당시 37쪽의 기소장에는 페이스북의 명칭이 무려 35번이나 등장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 [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러자 롭 골드먼 페이스북 광고담당 부사장은 블로그 글을 통해 "대부분의 러시아 가짜 광고는 대선 이후에 사들인 것"이라면서 "러시아 댓글 부대가 미국 사회를 분열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대선 때만 한정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미국 정치 개입은 항상 있었던 일이고, 지난 대선에서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읽혔다.
그는 특히 러시아 기관들이 미국 정치에 개입하기 위해 페이스북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글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골드먼 부사장의 글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리트윗을 통해 "골드먼의 글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며 "언론이 얼마나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호응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 트윗으로 인해 지난 주말 내내 집중포화를 맞았다.
IT 전문매체 리코드의 편집장인 카라 스위셔는 "페이스북 임원이 여론을 오도하는 방식의 글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써야 했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페이스북 내에서는 골드먼의 발언이 마치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반박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먼 부사장은 결국 자신의 발언 나흘 만인 20일 공식 사과의 글을 사내 블로그에 올렸다.
그는 "회사 사람들과 어떤 상의나 검토 절차 없이 내 개인 생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특검팀은 (대선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나보다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고 이를 반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 발언은 심각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회사와 뮬러 특검팀에 대해 두손, 두발 다 들고 사죄한 것이다.
2016년 말 가짜 뉴스 파문이 터져 나온 직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그(가짜 뉴스)건 매우 적은 양에 불과하며 선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사소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거센 역풍에 휘말렸었다. 결국, 저커버그 CEO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고 가짜 뉴스를 없애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 조치를 올해 초 내놨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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