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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396] 일상에 녹아드는 감성 AI를 만드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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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과 오고 간 텍스트에서 감정 상태를 분석해주는 텍스트앳이라는 서비스가 있었다. 답변에 따라 요청자의 희비가 엇갈렸던 이 앱은 연애에 관심 많은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같은 회사에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에게 저녁마다 보내는 카톡’, ‘연인의 콩깍지, 이렇게 하면 훨씬 오래 간다’등 연애를 둘러싼 콘텐츠도 출시됐다. 내용은 심리학 논문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또 이 회사에서 일반적인 연애 테스트를 넘어 간단한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핑퐁’이라는 명칭의 인공 지능 서비스도 나왔다. 이 서비스는 ‘감성AI’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2011년 법인 설립 이후 스캐터랩이 걸어온 7년 간의 발자취다.

스캐터랩은 감정, 대화, 관계 등 본질을 함유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선보여 왔다. 이 가운데 연애 콘텐츠앱 ‘연애의과학’은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넘는 등 사업적으로도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를 포함해 3명의 공동창업자가 근속하며 회의를 할 땐 대표와 인턴 할 것 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맡은 일에 애정, 재미를 느껴 책임감이 크기 때문이다.

갈등이 생겨도 끈끈한 믿음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현재 몰두해 있는 지금 이 자체가 삶의 모든 것이라 말하는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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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스캐터랩 대표/사진=플래텀 DB

지금까지의 모든 프로젝트가 무계획에서 탄생했다.

텍스트앳은 작은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대학에서 단순 과제를 수행하던 중 서비스로 만들어 보고 싶어 동창과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거다. 그러다 정부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연애의과학과 진저, 핑퐁 모두 계획을 세워놓고 시작한 게 아니었다. 다만 감정, 대화, 관계 등 본질은 같다.

우선 텍스트앳은 ‘문자메시지로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 지 알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전부였다. 그 기조를 가지고 운영하는 동안 카톡 데이터가 제법 모였다. 이를 연애 및 인간관계의 조언자적인 가치로 변환해보자는 취지로 커플 애플리케이션 비트윈 사용자를 위한 인공지능 서비스 ‘진저’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심리학 논문에서 발견한 연애 및 관계 관련 내용을 정리한 콘텐츠인 ‘연애의과학’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진저를 운영하던 중 사용자가 자기 얘기 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 엄밀히 말하면 정보로서의 가치는 없다. 다만 누군가가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에서 사람은 큰 동기부여가 되는 듯 했다. 이처럼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인공지능이라면 유의미하다고 봤다. 그래서 핑퐁을 개발하게 됐다. 핑퐁은 일상에서 사람과 가까운 감성적인 AI가 되는 게 비전이다.

7년 간 어쩌면 쓸모 없을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며 서비스를 만들었다. 피봇을 권하는 등 주변의 우려는 없었나.

대놓고 들은 건 아니었지만 종종 느꼈다. 투자의 주요 의사결정권자인 4,50대 남성에게 공감을 주지 못 했다. ‘마음이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니냐’, ‘일상대화를 왜 분석하고 있는 거냐’는 질문 많이 들었다. 데모를 시연할 때도 마찬가지다. 핑퐁과 대화를 나눠보라고 하면 ‘내일 날씨는 어때?’라고 묻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가 원하는 건 ‘오늘 피곤해’, ‘야근하기 싫어’와 같은 지극히 일상에서 쓰이는 말이었다.

그렇다고 좌절한 적은 없다. 표준편차가 큰 사업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 일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투자자를 만나 적재적소에 투자를 받으며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표준편차가 크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연애 콘텐츠 앱인 ‘연애의과학’을 운영하기 위해 논문을 많이 읽었는데, 거기엔 연애와 투자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들 나와 있다.

대개 연애를 잘 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객관적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평균점수에 해당한다. 다만 논문에 따르면 연애를 할 땐 표준편차가 중요하다. 절대적 수치를 따져 보면 호불호가 분명히 드러나는 이가 상대적으로 연애할 확률이 높은 것이다.

10명이 평가해 10점 만점 중 평균 5점을 기록한 사람 두 명이 있다고 가정하자. A는 10명 모두에게 5점을 받았고 B는 10점과 0점을 준 이들을 포함해 5점을 받았다. 8점은 넘어야 연애를 할 수 있다고 치면, 그 밑으론 모두 의미 없는 점수다.

이를 투자로 전환하면 결과는 흥미롭다. 평균 정도로 매력적이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린 누군가 0점과 10점을 준 사업의 영역에 있었다.

대부분 서비스엔 유행이 있다. 스캐터랩은 트렌드 중심에 서있던 것 같진 않다.

대세는 아니지만 늘 특정한 영역엔 있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재밌다고 느낀 일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진저와 연애의과학 모두 유사 서비스가 없다. 특히 연애의과학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콘텐츠는 보통 외부에서 제작해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에 비하면 독특한 구조라 할 수 있다.

논문을 활용해 스캐터랩의 방식으로 콘텐츠를 가공했다. 이걸로 유의미한 매출도 기록 중이고.

심리학 논문을 읽다 보니 유익하고 재밌는 내용이 많았다.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고, 수요에 비해 시장에 의미 있는 콘텐츠가 많이 없는 듯 보였다. 연애에 실제로 도움 될 만한 걸 만들자고 결심했고 이를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 홈페이지와 앱을 차례로 만들며 사용자에게 다가갔다.

성[性]은 삶에서 중요하며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분야다. 하지만 시장 콘텐츠는 자극적인 것에 편중돼 있었다. 이 분야에서 건전한 콘텐츠로 균형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양지에서 당당히 볼 수 있는 성인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는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사랑을 받고 있고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콘텐츠 구매가 활발한 시장이 아니었다.

게임과 웹툰 시장을 보면 이전과는 다르게 거부감이 줄어든 모습이다. 우호적인 외부 환경이다. 내부에선 고객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가장 중요한 건 충동구매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린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 사업을 하는 만큼 스토리텔링과 참신한 마케팅으로 이목을 끌 수 있을 지도 고민한다.

전반적으로 ‘19금’ 콘텐츠가 많다. 품질의 성향이 치우쳐져 있는 건 아닐까.

이는 우리가 소비자에게 강제한 게 아니다. 고객의 소비 패턴이 그렇다. 조금 다른 얘기인데 우리 고객의 성비는 5:5로 일정한 편이다. 웹툰과 웹소설 등 각 콘텐츠 유저의 비율이 남성, 여성으로 쏠리는 것에 비하면 고른 수치다.

현재 개발 중인 기술 솔루션 핑퐁은 일반적인 AI와 다르다고.

챗봇과 가상비서, 스피커 등 대화형 인공지능 제품은 사용자와 관계가 기존 제품과 다르다. 사람들은 제품과 말하는 순간 그것이 살아있다고 본다. 이는 애플의 음성 인식 서비스인 ‘시리’와 농담하는 것에서도 유추할 수 있다. 챗봇에서 반려동물을 대할 때와 같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거다. 때문에 혁신의 토대 위에 일상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갖춘 자가 분야 선두가 될 거다. 그렇게 하려면 기술적인 접근이 달라야 한다.

스캐터랩이 핑퐁에 부여하려는 건 일반적 명령이 아닌 일상대화다. 친구와의 대화 중 80%는 단순 수다다. 그게 제품과 사용자간 거리를 좁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거라 본다. 이를 믿으며 만들고 있다.

핑퐁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우리 기술의 API 공개를 통한 B2B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에이전트 장비 및 기술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다. 그 다음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타깃은 유아와 노인이다. 기능보단 일상 대화가 중요하다고 보기에 관련 제품 개발을 할거다.

스캐터랩이 운영하는 모든 서비스는 거의 최초이고 유일하다. 운영 측면에서의 일장일단이 있을 것 같다.

본질을 우리 방식대로 재정의할 수 있는 점은 재밌다. 반면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은 시장이 없다는 것과 같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 이 말은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우린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회사에 규칙이 없는 걸 선호한다고 들었다. 인턴과 대표가 스스럼 없이 지낼 정도로 유연한 조직이다. 만약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른 이들의 생각과 다르다면 어떤 식으로 해결하나.

기본적으로 회사는 일을 잘 하려고 모이는 곳이다. 이들을 믿으며 운영 한다면 규칙이 꼭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꼭 필요한 내부 룰은 있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대표의 의견이든 구성원의 의견이든 신뢰를 가지고 노를 저어 결과를 보려고 한다. 이와 같은 끝을 보기 위해선 형언하기 힘든 끈끈함이 쌓여있어야 한다.

스캐터랩은 그게 가능하니 이는 곧 팀의 강점이다. 다들 성취욕이 큰 편이다. 하는 일이 의미 있으니 더욱 잘하고 싶어한다. 내부적 동기가 성과로 나타나는 형태다. 억지로 독려하면 오히려 어긋날 거라 본다.

학생 창업으로 시작한 지 7년이다. 여러 역경을 거쳤을 텐데.

객관적으로 보면 힘든 상황이었지만 주관적으론 힘들지 않았다. 물론 어려운 점은 많았다. 그럼에도 사업하는 동안 운이 따랐다. 적정 타이밍에 투자도 받았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다. 모든 것이 감사하다.

공동창업자 모두 설립부터 지금껏 근속 중이다.

그들이 없었으면 성장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다. 나는 이들이 개발 능력 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도 많다고 생각한다. 없어선 안 될 사람들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업력이 오래 됐다. 앞으로도 잃고 싶지 않은 원칙이 있나.

단지 돈을 많이 버는 게 주목적이 아니었으면 한다. 일을 원해서 하는 분위기가 유지되길 바란다. 우리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것이고 잘 될 수 있음을 끊임 없이 불어넣을 거다.

채용이 진행 중이다.

스캐터랩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회사는 아닐거다. 어떤 이는 홈페이지를 보고 ‘무슨 이런 회사가 다 있나’ 싶을 수도 있다. 그만큼 색채가 뚜렷하다. 이런 분위기는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도 잘 드러난다. 살펴본 뒤 느낌이 통한다 여긴다면 지원해주시길 바란다. 스캐터랩에는 각기 다양한 배경을 가졌지만 일을 스스로 하는 주체적인 인재가 모여 있다.

대표로서 채용 시 꼭 보는 게 있나.

지원자가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살핀다. 예를들어, 학교를 다니며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왜 그 과에 진학했는지 등을 보는 거다. 얼마나 주체적인 선택을 해 왔는지 궁금했다.

투자 유치를 마무리 중이다. 어디에 쓰이나.

주로 핑퐁 머신러닝 팀을 키우는 데 쓰일거다. 우리의 비전과 믿음을 구체하려면 엔지니어가 더 투입되어야 한다. 이외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3개 국어 버전을 빠르게 완성하는 데 사용하려고 한다.

올해에도 바쁜 한 해를 보내겠다.

일년에 2번 집에 가는 것 외엔 사무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 외 번잡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단추 있는 옷도 잘 안 입을 정도다. 이렇게 극단적일 필요가 있나 싶을 때도 있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살아보겠나. 내게 스캐터랩은 ‘현재 가장 몰두해 있는 모든 것’이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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