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맞은 삼치회 입에서 살살 녹고
갈치조림·돌게장은 푸짐한 양에 감동
시장 구경하며 주전부리 먹는 재미도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의 후렴구다. 동시에 여수에서 맛난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갈 때마다 터지는 탄성 소리다. 코끝 알싸한 갓김치부터 아이스크림처럼 입에서 살살 녹는 삼치회까지, 여수의 맛은 하나같이 긴 감탄사를 자아낸다. 봄 기운 슬몃 찾아온 2월 19~20일, 전남 여수에서 다섯 끼를 먹고 왔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다섯 번의 ‘일일오끼’ 중 식당 고르기가 가장 난감했다. 맛보고픈 음식도 많거니와 쟁쟁한 식당이 워낙 많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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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배 늘어선 여수 종포항 밤바다는 낭만적이다. 한데 이보다 치명적인 여수의 매력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갯것들로 만든 음식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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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장 전문식당인 청정게장촌에서는 1인 정식만 시켜도 간장·양념게장과 15가지 반찬을 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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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밥 추가요.” 점심시간,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애타게 밥 찾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를 잡고 게장백반정식(2인 이상, 1인 1만원)을 주문했다. 금세 상 한 가득 게장과 반찬이 깔렸다. 게장은 간장·양념 두 종을 스테인리스 그릇에 수북이 쌓아줬다. 꽃게가 아니라 돌게(민꽃게)다. 여수 거문도가 고향인 박현숙(52) 사장은 “돌게가 크기는 작아도 살이 꽃게보다 달다”며 “처음엔 여수산만 썼는데 요즘엔 인천에서도 게를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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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은 무한리필이다. 한데 맛난 반찬이 많아 게장을 무한정 가져다 먹는 손님은 많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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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는 혼밥족을 위한 1인 정식(1만2000원)을 파는데 거의 2인분에 가까운 양을 내준다. 전남 고흥 출신의 황일권(48)씨는 식당이 개업한 2011년부터 단골이었단다. 황씨는 “깔끔한 맛 때문에 게장집은 여기만 찾는다”며 게 껍질에 밥을 비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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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는 조림용으로 먹갈치만 쓴다. 살이 단단하다. 양파·무·감자가 넉넉히 들어 있어 국물이 달고 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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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시간, 가게 문을 열었다. “식사 되죠?” 물으니 “잠깐 기다려보소. 밥 좀 있나 보고.” 정민숙(68) 사장이 시큰둥하게 답했다. 메뉴는 세 가지 뿐이었다. 갈치조림(1만2000원), 홍어(2만원), 돼지 목살(2만원). “갈치 드소, 갈치가 지금 젤로 맛낭께. 근디 오늘은 꼴뚜기를 못 내주겄네. 명절이 지나부러서 시장에 살 것이 없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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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에 단골 손님이 많은 건 반찬 때문이기도 하다. 풀치조림, 양념게장, 꼬막무침 등은 하나하나가 메인메뉴를 능가하는 훌륭한 음식이자 안줏거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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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일일오끼 |
일행과 2인분을 먹고 공기밥을 더 시켜 먹었는데도 갈치가 남아 있었다. 1인분에 2만~3만원 하면서 정작 갈치는 몇 토막 안되는 제주나 서울 식당과 비교할 수 없는 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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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시장. 넓은 시장을 구석구석 누비며 주전부리 먹는 재미도 느껴보자. 꿀빵으로 유명한 사랑빵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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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들른 곳은 서시장. 커피 한 잔 사들고 시장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쪽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는 주부떡집에서 걸음을 멈췄다. 두툼한 호박시루떡을 한 입 물었다. 단맛이 인위적이지 않고 쫀득한 식감이 두드러졌다. 여수에서 호박시루떡을 많이 먹는 이유를 물었다. “글씨, 나도 모르겄소. 그냥 옛날부터 많이 먹었지라.” 김덕기(61) 사장이 맛 좀 보라며, 거문도 쑥으로 만든 쑥떡도 건넸다. 향이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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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사람들이 즐겨 먹는 호박시루떡. 늙은 호박을 채 썰어서 맵쌀에 버무린 뒤 쪄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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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장과 이웃한 교동시장은 공사가 한창이어서 지나쳤다. 교동시장은 관광객보다 여수 시민들이 수산물 사러 많이 찾는 곳인데 밤에 가면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술꾼들이 연등천변에 불 밝힌 포장마차를 찾아 삼삼오오 모여든다. 선어회나 생선구이, 삼겹살과 해산물을 함께 볶아 먹는 여수삼합에 술잔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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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수산시장에서는 서대, 가오리, 병어, 조기 등을 옥상에서 말린 건어를 많이 판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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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식당에 거문도에서 잡은 6㎏짜리 삼치가 막 들어왔다. 5시간 저온 숙성한 뒤 회 떠서 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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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이 익히 알려진 식당을 찾아갔다. 수산시장 옆 골목에 있는 대성식당(061-663-0745)이다. 마침 거문도에서 잡은 삼치가 박스에 담겨 식당에 들어왔다. 김정연(44) 대표가 박스를 열었다. 한 마리에 6㎏. 구이로 먹던 삼치와는 아예 다른 종처럼 보였다. 참치나 방어에 버금가는 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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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삼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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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회 작은 것을 시켰다. 디저트용 과일까지 스무 가지가 넘는 찬이 먼저 나왔다. 홍어삼합과 삶은 소라와 피꼬막도 있었다. 곧 삼치회가 나왔다. 고기 맛이 궁금해 윤기 좔좔 도는 등살을 그냥 먹어봤다. 이런 식감은 처음이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이빨이 할 일이 없었다. 혀와 입천장 사이에서 살코기가 녹아버렸다. 독특한 감칠맛이 입안에 남아 맴돌았다. 삼치회를 푸아그라(거위 간)나 셔벗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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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식당의 삼치회 상차림. 과일까지 한 번에 차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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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길을 돌린 삼치회 전문식당은 조일식당(061-655-0774), 월성소주코너(061-653-5252)다. 모두 문수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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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어상회는 항구에서 주워온 어구로 실내를 꾸몄다. 식당에는 젊은 여행객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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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곳, 작은 부둣가에 최근 젊은 여행객이 줄 서서 먹는 맛집이 있다 하여 찾아갔다. 돌문어상회(061-665-4595). 평일에는 오후 5시부터 저녁 장사만 하고, 주말에만 점심부터 문을 여는 젊은 식당이다. 2017년 3월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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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문어라면에는 거문도에서 잡은 300~500g 크기의 돌문어 한 마리가 들어간다. 게, 홍합, 새우 등 다른 해산물도 넉넉히 담겨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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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큼직한 돌문어 한 마리가 들어가는 돌문어덮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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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포항에 자리한 커피 맛 좋은 카페 '달콤'. 왼쪽은 플랫화이트, 오른쪽은 르완다 버번 드립커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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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톱이 있어서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고소동 듀 카페. 멀리 돌산대교가 보이고 유람선이 장군도 방향으로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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