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315석)과 하원(630석) 의원을 뽑는 이번 이탈리아 총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까지 선거 운동에 참가하는 등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유럽 곳곳에서 득세하고 있는 포퓰리즘 운동의 기세를 가늠할 수 있는 선거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영방송 RAI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연합’이 출구조사에서 33~36%의 득표율을 기록해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과반수 의석 확보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운데) 전 총리가 우파연합에 속한 당수들과 손을 잡고 있다. /블룸버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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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연합’은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의 극우당동맹, 신파시즘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형제들(FDI) 등이 손잡은 진영이다. 이들은 불법체류 난민의 본국 송환, 세금 감면, 최저 연금액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체제 성격의 오성운동은 출구조사에서 29.5%~32.5%의 득표율을 기록, 출구조사에서 단일 정당 중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오성운동은 난민 정책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한편, 친(親)러시아·반(反)EU의 성향을 띄고 있다.
반면, 집권 중도좌파인 민주당은 참패가 예상된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득표율은 24.5%~27.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총선에서 우파연합이 승리를 확정지으면 이탈리아의 난민 정책과 대(對)유럽 정책은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거 결과에 따라 누가 총리가 될지도 주목된다. 우파연합은 총선 결과 연합 내 최다 득표 정당에서 총리를 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FI나 극우당동맹의 대표가 총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FI에서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측근인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이 총리 후보로 나와 있는 상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내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됐다. 그는 2011년 미성년 여성들을 불러 ‘붕가붕가’ 섹스 파티를 한 사실이 폭로된 데 이어 산더미 같은 부채 위기에 밀려 자리에서 물러났다. 2013년엔 탈세 혐의가 인정돼 의회에서도 쫓겨났고, 2019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후 미성년자 성매수, 탈세, 이혼소송 등 여러 추문에 휩싸였지만, 이번 총선을 계기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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