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규슈올레' 21호 지쿠호·가와라 코스…신라인 숨결 느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제련기술 전한 4∼5세기 신라인 기리는 신사 구경 등 역사 속 재미 '쏠쏠'

(가와라<日 후쿠오카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스물한 번째 '규슈올레' 지쿠호(筑豊)·가와라(香春) 코스가 11일 오전 한국과 일본의 올레꾼과 마을 주민, 관광업계 관계자 등 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행사를 하고 개장했다.

연합뉴스

규슈올레 '지쿠호·가와라 코스' 개장
(가와라<후쿠오카현>=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11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현 가와라에서'규슈올레' 지쿠호(筑豊)·가와라(香春) 코스 개장식이 열리고 있다. 2018.3.11



스물한 번째 규슈 올레의 개장 무대가 된 가와라정(香春町)은 후쿠오카현의 북동부에 있는 소도시다. 3면이 산으로 둘러싸였고 면적은 44.56㎢, 인구는 1만여 명이다.

가와라는 광공업 도시로 유명하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가와라는 사이도쇼(採銅所)라는 큰 구리 광산에서 난 구리를 곳곳에 공급했다. 사이도쇼산 구리는 오이타현 우사신구 신사의 어신경, 나라의 대불 주조에도 사용됐다. 현대에는 금이나 구리 등 광업 대신 가와라다케(香春岳)라 불리는 석회암산의 풍부한 석회를 바탕으로 시멘트 산업이 발달했다.

연합뉴스

가와라 중심부에 자리잡은 시멘트 제조공장



가와라의 옛 역사가 깃든 사이도쇼역 앞에서 열린 이날 개장식에서 쯔쯔이 스미오(筒井 澄雄) 가와라 정장은 "지쿠호·가와라 코스는 사이도쇼역에서 출발해 가와라역에서 끝나는 총연장 11.8㎞의 코스로 에도와 막부 시대의 역사가 살아 숨 쉬어 역사와 문화를 즐길 수 있다"라며 "이번 코스의 개장이 지역 발전의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올레의 핵심은 단순히 자연만이 아니라 마을을 지나고, 역사가 있는 공간을 지나고, 사람을 만난다는 데 있다"며 "이번 지쿠호 가와라 코스는 양국의 역사를 볼 때 올레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코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이사장은 "4∼5세기 신라인이 구리 제련 기술을 이곳 가와라에 전해줬고, 아직도 그를 기리는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며 "우리 두 나라는 많은 것을 서로 주고받고, 배우며 지내왔다. 정부 간 긴장 관계와 별개로 서로 지식과 문화를 나누는 민간 교류의 역사는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야야마 언덕의 대나무 숲



개장식이 끝나자 올레꾼들은 사이도쇼역을 나서 철길을 지나 해발 304m의 야야마(失山) 언덕으로 향했다. 마을이 끝나자 둘레가 40㎝는 족히 넘을 대나무들로 이뤄진 숲이 나타났다. 대나무 숲이 끝나면 아름드리 삼나무 숲이 나왔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나무 군락의 위용에 올레꾼들은 연신 감탄사를 쏟아냈다.

이번 코스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새로 만들어진 길이어서 제대로 다져지지 않아 다소 미끄럽기도 했지만, 마치 원시림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만했다.

올레꾼들은 야야마 언덕에 올라 종을 치며 저마다의 행운 빌기도 했다.

연합뉴스

행운의 종 치는 올레꾼들



야야마 언덕에서부터 코스는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언덕을 내려오다 보면 가와라 특산품인 곶감을 생산하는 감나무밭과 옛 구리 광산터도 볼 수 있다.

가와라 코스의 또 다른 특징은 철도를 끼고 코스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시작과 도착 지점이 모두 JR역으로 구성돼 있고 가와라를 관통하는 히타히코산선(日田彦山線)을 오가며 코스가 짜였다. 벽돌로 만들어진 터널, 교량, 열차 모두 볼거리다. 1915년 문을 연 사이도쇼역은 옛 모습이 보존돼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연합뉴스

가와라 올레



가미마부(神間步)공원을 지나면 히타히코산선 철길을 건너게 된다. 너른 들판과 띄엄띄엄 들어선 주택들이 정겹다. 곳곳에 핀 홍매화와 백매화, 산수유 꽃들이 이곳에도 완연한 봄이 찾아왔음을 실감케 했다.

가와라를 관통해 흐르는 기베강을 건너면 공업단지, 기후네 신사 등을 거쳐 가와라산 전망대에 닿게 된다. 가와라산 전망대에서는 세 봉우리로 이뤄진 가와라산과 그 앞을 지나는 히타히코산선 열차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멘트 원재료인 석회암을 캐내는 봉우리 하나가 깎여 있는 모습이 아주 이채롭다.

연합뉴스

모토코간지 절 입구의 거대 녹나무



다시 기베 강을 건너 주택가를 걷다 보니 모토코간지 절의 입구에 서 있는 거대한 녹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녹나무는 옛날 옛적 산사태가 났을 때 수많은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전해진다.

연합뉴스

가와라 신사



모토코간지(元光願寺) 절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니 가와라 신사가 나왔다. 8세기께 세워진 가와라 신사는 신라에서 건너와 구리 제련 기술을 이곳에 전파했다는 가라쿠니 오키나가 오오히미 오오메(辛國 息長 大姬 大目)를 모신 곳이라 한다. 가라와 신사는 1천년 이상 이어진 한국과 일본 간 민간 교류의 상징인 셈이다.

가라와 신사엔 가와라산 정상에서 떨어졌음에도 사당에 피해를 주지 않고 경내에 자리한 거암 산왕석도 놓치지 말고 봐야 한다.

연합뉴스

가와라신사 산왕석



가와라 신사를 나서 기베강을 거슬러 올라와 육교를 건너면 코스의 종착점인 가와라역이다.

전체 코스를 도는 데는 최소 4시간, 쉬엄쉬엄 간다면 5시간 이상이 걸린다. 코스 후반부가 다소 지루하게 구성된 점은 단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jiho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