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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K-VIBE] 이은준의 AI 톺아보기...인공지능 예술의 탄생-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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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K컬처 팀은 독자 제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 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 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뉴욕 휘트니 미술관 아론 전시
이은준 교수 제공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아론'(AARON)을 제작한 영국 예술가 헤럴드 코헨(Harold Cohen,1928~2016)의 뉴욕 휘트니 미술관 전시 '아론'(AARON)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코헨의 연구 노트와 스케치였다. 그가 아론을 개발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보여주며, 이는 아론의 예술 창작 과정과 기술적 접근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였다.

코헨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AI 예술'이라고 하면 어떤 알고리즘이 있었는지 대중은 알 방법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코헨은 자신의 작업 기록과 학습 노트를 모두 공개하며 이러한 AI 예술을 만들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함께 보여줬다.

그는 프로그램이 해야 할 모든 일들을 상세히 공부해 적어 놓았으며, AI가 인간을 그리기 위한 프로그래밍을 위해 인간의 신체 구조를 면밀히 공부했다. 그가 천착한 분야는 신체 구조, 관절의 움직임, 팔의 움직임, 어깨의 수평 회전, 팔꿈치의 수직 회전, 손목의 회전, 손의 개폐, 팔꿈치에서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 등이었다. 그는 이를 상세히 연구하고 측정해 제어하는 프로그래밍을 했다. 이러한 세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코헨은 아론이 자연스러운 인물화를 그릴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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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휘트니 미술관 아론 전시
이은준 교수 제공



코헨이 인간의 각 관절 회전 반경을 계산한 노트를 보면 그의 지독한 치밀함이 느껴진다. 그는 사람이 포즈를 취할 때 각 관절이 어느 범위 내에서 움직일 수 있는지 계산했다. 팔꿈치나 어깨의 신전 범위를 계산하고 인간의 다양한 포즈가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접근한 것이다.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넘어, 실제로 생동감 있는 인물화를 창작할 수 있는 기반을 아론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코헨에게 이러한 교육을 받은 AI는 수십년간 훌륭하게 성장하여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서, 예술적 창작의 주체로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는 마치 그가 'AI 예술'은 모두 AI가 해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함성같이 느껴졌다. 그는 아론과의 작업을 협업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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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휘트니 미술관 아론 전시
이은준 교수 제공



그렇다. AI 예술은 AI의 발전된 도구를 이용해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예술을 구현하는 것이지, 인간의 노력 없이 구현되는 이미지를 뜻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를 깨닫고 즉시 전시관에서 외쳤다.

"Look at this! This is so amazing!" (이걸 보라고, 정말 놀라워)

당시에 흥분한 필자를 보고 주변으로 곧 사람이 몰려왔다.

"What's so interesting?" (뭐가 그리 흥미롭지?)

이 질문부터 시작해 전시장에 있던 예술가, 기술자, 학자들의 대화와 토론의 장이 열렸다. 필자는 그들과 한참 AI와 예술의 관계, AI의 창의성, 그리고 미래의 예술 창작에 대해 논의했다.

코헨의 아론이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 전시된 것은 AI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중요한 기회였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확장하며 현대 예술사에서 AI와 예술의 관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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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휘트니 미술관 아론 전시
이은준 교수 제공



1995년 'The Robotic Artist: AARON in Living Color'라는 제목의 인터뷰 기사의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코헨은 그의 아내 베키와의 대화에서 "내가 아주 초창기부터 했던 약속 중 하나는 어떤 예술작업이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작업자가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나는 항상 프로그램이 수행한 작업은 손으로 만든 예술과 동등한 조건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필자 또한 그의 말에 동감한다.

AI 예술이 손으로 만든 작품보다 노력이 덜 들어가며 창의성이 없으리라는 것은 편견이다. 미국 저작권 청은 인간에 의해 창작된 독창적인 저작물만을 등록한다고 한다. 저작권법은 '정신의 창조적 힘'에 기초한 '지적 노동의 결실'만을 보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코헨은 이러한 저작권법에 대항하듯 창조적 노력에 기초한 지적 노동의 결과를 보여준다. 최근 많은 기사에서는 AI 예술이 작품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유는 대체로 '인간의 산물'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AI 예술이 저작권과 예술로 인정받으려면 다각도에서 많은 부분이 고려돼야 하지만, AI를 사용했다고 이것이 '인간의 산물이 아니다.'라고는 주장하기 힘들다.

그림을 그릴 때 또한 정작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은 '붓'이지만 주체가 붓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일부 비평가들은 아론의 작품이 인간처럼 감정이나 경험을 반영하지 못하기에 예술 작품으로 부르기에 부족한 점을 지적한다. 감정이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 예술과는 다른 창작물이라는 점에서 평가의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판은 AI 예술에 대한 일반적인 논쟁의 일부로, 예술의 본질과 AI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AI가 예술 창작에 참여함으로써 예술의 정의와 창의성의 본질에 대한 질문 또한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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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휘트니 미술관 아론 전시
이은준 교수 제공



이러한 논의는 현대 예술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 AI 예술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등의 질문은 아론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주제이다. 코헨은 예술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담론을 열었다.

아론의 작업은 창의성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며, 기계도 일정한 조건으로 창의적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술의 개념은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이전 글에서 밝혔듯이 예술은 테크네(Techne), 아르스(Ars)에서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며 발전해왔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예술이 된 과정에서나 현대 예술이 '예술'로 인정받기까지도 수많은 주장이 충돌하는 과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예술은 계속 진화하며 흥미로워졌다. AI 예술 또한 단편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넓은 범위의 AI 예술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예술가가 자기 작업에 AI를 활용하는 방법과 작업 방식을 고려해 구분 짓는다면, 조건에 따라 AI를 활용한 예술도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현시점의 AI 예술은 '예술'이라는 개념을 바꾸는 또 하나의 중요한 지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리 : 성도현 기자>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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