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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월드트렌드, NOW]이란의 3월 설날, ‘노루즈’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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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3월 춘분에 맞춰 설날 명절 ‘노루즈’를 쇠는 이란에서 21일 새해를 앞두고 시민들이 시장에서 금붕어를 구경하고 있다. 금붕어는 이란에서 행운과 복을 가져다 주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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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을 넘겨서야 뒤늦게 새해를 기념하는 나라들이 있다. 이란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에 맞춰 설 명절인 ‘노루즈(Nowruz)’를 쇠는 국가 중 하나다. 노루즈는 페르시아어 ‘No(new)’와 ‘rouz(day)’를 합친 말로,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노루즈는 21일(현지시간)이다.

이란 설 명절이 봄으로 미뤄진 데는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메디나로 이주한 622년을 원년으로 하는 이란의 역법( 法)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이란 뿐 아니라 인도, 터키,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등 중앙아시아, 서아시아의 페르시아 문화권 국가들이 노루즈를 기념하고 있다. 전 세계 3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1월이 아닌 ‘3월 설날’을 챙기는 것이다.

이란에서 노루즈를 쇠기 위해선 ‘차하르 샴베 수리’란 전야 행사부터 치러야 한다. ‘차하르 샴베’는 수요일이라는 뜻의 이란어이고, ‘수리’는 불 또는 빛이라는 의미로 ‘붉은 수요일’로 불린다. 한 해의 마지막 주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액운을 씻고 새해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그래서 지난 13일 밤에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모닥불을 뛰어넘거나, 풍등을 날리는 인파가 넘쳤다. 불을 숭상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종교의식에서 유래한 것이다.

노루즈 명절을 즐기는 축제 기간은 장장 13일에 달한다. 빨간 날로 공식 지정된 공휴일은 3일이지만, 민간 기업들은 약 2주간 신년 휴가를 쓰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다. 고대 페르시아에선 ‘13’ 이라는 숫자는 혼돈을 의미하는데, 불운한 날을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축제 기간 사람들은 가족 친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집에 머물러 있는 것은 나쁜 징조로 여겨, 멀리 여행을 못 가더라도 가까운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기는 등 무조건 밖으로 외출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숫자 하나,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할 정도로 이란 사람들이 신성시 여기는 노루즈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놓고 찬물을 끼얹었다. 19일 특별성명을 통해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아름다운 노루즈를 쇠길 바란다”면서도 이란을 겨냥해 “이란인들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신, 자기 자신을 섬기는 통치자들에 의해 부담을 지고 있다”고 이란 집권세력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합의 폐기를 운운하며, 이란 제재 재개 카드로 꾸준히 압박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노루즈 메시지에선 정치적 내용을 담지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 미국의 대 이란 노선이 강경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혁 한국외대 이란어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이란 내 반정부 시위로 인해 미국은 지금을 이란 사회에 분열을 일으킬 적기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한솔 인턴기자(한국외대 이란어 전공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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