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씨 코스 좀 짜주세요]3월 30일부터 사흘간 정선에서 동강할미꽃 축제
동강 석회암 절벽에 분홍빛 자태 고운 동강할미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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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명에 당당하게 한국의 강과 한국인의 이름이 들어있는 한국의 야생화, 강원 정선과 영월 등 동강 일대에서만 피는 꽃, 바로 동강할미꽃이다. 동강할미꽃은 식물사진가 김정명씨가 1997년 봄 동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생태사진을 찍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정선 귤암리 석회암 뼝대(벼랑)에서 찍은 사진을 이듬해 ‘한국의 야생화’를 주제로 한 그의 꽃 달력에 실으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달력을 본 한국식물연구원 이영노 박사가 기존 할미꽃과 다름을 간파하고 종자를 채취하고 연구와 분석을 거듭해 2000년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gensis Y. Lee et T. C. Lee, sp. nov.)’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렸다.
할미꽃 자체는 사실 꽃보다 열매의 모양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흰 수염이 늘어진 열매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 같기 때문이다. 동강할미꽃은 고개를 숙이는 일반 할미꽃과 달리 특이하게도 하늘을 보고 꽃을 피운다. 봄이면 흑갈색 뿌리에서 잎이 무더기로 나와 비스듬히 퍼지면, 하나의 줄기에 3~7개의 작은 잎으로 구성된 꽃이 핀다. 꽃은 자주색ㆍ홍자색ㆍ분홍색ㆍ흰색 등으로 다양한데, 겉에 흰 털이 빽빽하다.
묵은 잎을 그대로 매달고 있어 더욱 신비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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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려고 묵은 잎을 없애면 추위에 고사할 수 있다. 물론 사진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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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뿐만 아니라 꽃잎에도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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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볼 수 있는 동강고랭이도 동강할미꽃만큼 귀한 식물이다. 동강고랭이는 사초과의 여러해살이 풀인데 암수 구분이 선명해 더욱 돋보인다. 지나간 해에 죽은 잎이 바위에 수염처럼 축축 쳐져 있는 가운데 초록의 새 잎이 올라 노랗고 하얀 꽃을 피운다. 노랑색은 수꽃이고 하얀색은 암꽃이다. 동강고랭이 역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한국 특산종이다.
야생화 동호인의 입소문과 인터넷으로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몰려 동강할미꽃은 한때 멸종 위기를 맞기도 했다. 솜털 보송보송한 꽃을 조금이라도 돋보이게 촬영하기 위해 묵은 잎을 뜯어내고, 싱싱하게 보이도록 점액질을 뿌리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요즘도 3월말에서 4월초 무렵이면 동강 상류 석회암 비탈에서 카메라를 들고 절벽에 기대어 사진을 찍는 사람을 흔히 보게 된다. 사다리나 차 위에 올라 선 이들도 있다.
더러 집에서 키우겠다고 몰래 캐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결론적으로 헛일이다. 동강할미꽃과 동강고랭이는 기온과 일조량, 수분 등 최적의 생장 환경을 갖춘 이곳에서만 살 수 있다. 무엇보다 야생화는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다행히 귤암리 주민들은 2005년부터 ‘동강할미꽃 보존회’를 결성해 지금까지 보존과 증식에 힘쓰는 중이다.
노랗고 하얀 꽃을 피우는 동강고랭이도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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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 보러 가는 길
올해 동강할미꽃 축제가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사흘간 정선읍 귤암리 동강할미꽃마을에서 열린다. 이곳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나와 평창읍을 거쳐 42번 국도로 가는 방법이 있고, 중앙고속도로 제천IC에서 38번 국도로 가다가 정선 신동읍 예미교차로에서 좌회전해 가는 길이 있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영동고속도로로 안내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신동읍에서 들어가는 길을 추천한다. 동강을 천천히 거슬러 오르며 주변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백운산이 있는 제장나루부터 가수리를 지나 귤암리까지 호젓한 산골 마을과 동강의 봄 풍경에 눈이 호강하는 코스다. 날짜가 맞으시면 정선오일장(2ㆍ7일장)이나 평창오일장(5ㆍ10일장)에 들러도 좋다.
이원근 여행박사 국내여행팀장 keuni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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