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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9년만에 다시 떠오른 ‘장자연 리스트’… 성접대 강요 밝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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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과거사위 2차 사전조사 대상 선정

동아일보

2009년 3월 술자리 시중과 성접대 피해를 밝힌 뒤 자살한 탤런트 장자연 씨의 장례식 모습.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2일 장 씨가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의혹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뉴시스


2009년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 사건은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장 씨가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 접대를 강요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장 씨는 숨지기 전 직접 쓴 문건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를 비롯해 기업인, 언론사 고위층 등 유력 인사들에게 수시로 술자리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장 씨를 자살로 몰고 간 성 접대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다. 장 씨가 숨진 지 9년 만에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 씨 사건을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 ‘잠자리 강요’ 자필 문건 남겨

2009년 3월 7일 당시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 중이던 장 씨(당시 27세)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장 씨가 숨지기 1년여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던 점을 감안해 단순 자살로 판단했다. 하지만 장 씨의 전 매니저 유모 씨가 장 씨의 자필 문건을 공개한 뒤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게 된다.

문건에서 장 씨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또 문건에는 ‘어느 감독이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시켰다’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았다’ ‘나를 방에 가둬 놓고 손과 페트병으로 머리를 수없이 때렸다’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장 씨는 문건에서 ‘조선일보 방 사장’, 기획사 관계자, 기업인 등에게 술 접대와 잠자리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경찰은 장 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 씨가 장 씨에게 유력 인사들에 대한 술 접대와 잠자리를 강요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 김 씨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물 사무실에서는 침대와 샤워실이 발견됐다. 장 씨의 동료들은 “장 씨가 어머니 제삿날에도 불려나가 술 접대를 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일본으로 도피했지만 2009년 6월 현지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김 씨를 조사한 결과 장 씨의 자필 문건에 적혀 있던 ‘조선일보 방 사장’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아닌 것으로 봤다. 김 씨는 경찰에서 “장자연과의 식사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은 방 사장의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대표”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방 대표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장 씨 사건은 2011년 3월 SBS가 장 씨의 자필 편지 50여 통을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장 씨가 31명에게 100번 넘게 성 접대를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이 편지는 당시 광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전모 씨가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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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년 넘게 지난 사건들… 재수사 어려워

장 씨 사건은 올 2월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가 선정한 사전 조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 ‘한 맺힌 장 씨 죽음의 진실을 밝혀 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고 2일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3만 명을 넘어섰다.

결국 과거사위는 이날 장 씨 사건을 사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당시 경찰과 검찰에서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모든 위원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앞으로 한 달 동안 대검 진상조사단이 사전 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본조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본조사가 시작돼 검찰이 성 접대를 강요한 유력 인사들이 강간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할 경우 공소시효는 최소 10년이기 때문에 시효가 남은 사건의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넘게 지났고 성 접대 강요 피해 당사자인 장 씨가 숨졌기 때문에 의혹의 실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과거사위 활동 시한이 올 9월인 점도 제약 요인이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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