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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러시아, 서방제재 타격 줄이려 '전시 경제체제'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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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억제 최우선, 해외 자금 환류 추진…

경제 '고립주의' 강화, 민간주도 더 멀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 유럽 등과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경제를 '전시체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한 방어책으로 물가상승 억제에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두는 한편 해외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 외국에 있는 러시아 자금을 국내로 환류시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대선개입 등을 둘러싸고 외교적으로 서방과 맞서면서 경제에서도 전시체제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 총재와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 등을 모스크바 교외 대통령 관저로 불러 모아 미국이 러시아 재벌과 산하 기업, 정부 관리 등을 대상으로 단행한 자산동결과 거래금지 등 새로운 제재조치의 영향을 논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9일 전했다. 미국이 지난 6일 추가제재조치를 발표하자 러시아 통화와 주식, 국채가격이 한때 급락했다.

푸틴 정부는 서방 제재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물가상승 억제를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고 있다. 중앙은행의 긴축과 식품 자급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4% 상승에 그쳐 중앙은행의 목표치 4%를 밑돌았다. 미국의 추가제재로 루블화가치가 급락했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의 소비자 물가는 크림반도 합병을 둘러싼 서방의 제재로 루블화 가치가 크게 떨어져 2015년 한때 20% 가까이 올랐었다. 정·재계의 요구를 물리치고 중앙은행이 보수적인 금융정책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물가상승에 의한 국민의 불만고조를 우려한 푸틴 대통령의 의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재정균형도 추진해 올해 예산에서 군사비를 2년 연속 삭감했다.

미국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기업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유럽쪽 칼리닌그라드와 극동 블라디보스톡에 규제와 세금이 완화되는 '국내 오프쇼어(offshore) 지역" 설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쇼어 지역은 해외로부터의 기업이나 자산 이전, 외국에서 얻은 수입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경감해 주고 각종 규제도 완화해 준다. 푸틴 정부는 또 자산동결을 우려해 미국 국채보유액도 축소하고 있다.

이런 정책들은 이전에 국외로 도피한 러시아 자금 환류를 모색해온 푸틴 정권의 의도에 부합한다. 푸틴 대통령은 3월 대선을 앞두고 사면을 조건으로 귀국을 희망하는 영국 망명 재벌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러시아 유력 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부유층을 표적으로 한 트럼프 정권의 제재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3월 국정연설에서 신형 전략무기를 과시해 서방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동시에 서방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기술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필요한 자금원으로 해외에 있는 러시아 자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러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60%를 국영기업이 차지하며 대출의 70%를 국영은행이 담당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경제에서도 '고립주의'가 강해지고 있어 민간주도로 성장력을 높이는 길에서는 더 멀어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푸틴, 트럼프 경고에 "세상 어지럽지만 상식이 이길 것"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러시아와 시리아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협성 발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식이 이길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거행된 러시아 주재 외국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한 푸틴 대통령.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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