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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Startup’s Story #408] 기술 스타트업 대표가 말하는 ‘개발자 능률 120% 끌어 올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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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이드의 장영준 대표는 UC버클리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금융투자회사인 메릴린치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그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글로벌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Tapas Media)를 김창원 대표와 함께 공동 창업했다.

그런 그가 2014년 인공지능 교육 기업 뤼이드(Riiid)를 창업한다. 20시간을 학습하면, 평균 점수를 107.6점 올려준다는 토익 교육앱 ‘산타토익(SANTA TOEIC)’이 대표 서비스다. 무엇이 그를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교육계로 이끌어 온 것일까? 장영준 대표를 만나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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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이드 장영준 대표



■ 우리는 토익 회사가 아니다

대표 서비스가 토익 교육앱인 ‘산타토익’인데, 토익 회사가 아니라니?

‘뤼이드는 객관식 시험 영역에 특화된 머신러닝 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기업이다. 그 첫 프로젝트로 ‘산타토익’이라고 하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회사 내부에 토익 교육만을 전문으로 한 팀원은 없다. 기술 자체가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그 적용 사례를 늘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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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첫 시도로 토익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엔 인공지능 튜터(AI Tutor)가 기존 시장에서의 강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튜터는 사교육 시장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이다. 교육 시장 자체가 다소 보수적이기 때문에, 기존 학습 방식에 대한 관성이 크다. 소비자의 행동 변화를 설득해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우리는 객관식 시험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빈틈을 찾아낼 수 있는 곳이 토익 분야였다. 토익 시장은 구매 결정권자와 실제 사용자가 일치한다. 돈내는 사람과 공부하는 사람이 같다는 의미다. 수능 시장의 경우 교육비를 학부모가 지불한다. 학부모는 보수적인 고객군이다. 또 공무원 시험의 경우, 자신의 인생을 걸고 공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굳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토익은 최대한 빠르게 점수를 내고 싶어 하는 과목이고, 학생들이 곧 구매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여러모로 우리가 진입할 수 있는 구석이 많았다.

산타토익에는 뤼이드의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 있나.

먼저 사용자가 30개의 문제를 풀면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어떤 문제를 틀릴지, 어떤 오답을 고를지까지 90% 이상의 적중률로 예측을 해낸다. 그 이후에는 어떤 문제를 먼저 풀어야 사용자에게 가장 학습 효율이 높을 지를 계산해 각 개인에게 적합한 문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문제를 이해하면 향후 3개의 문제를 더 맞힐 수 있다. 그런데 B라는 문제를 이해하고 나면 향후 30개의 문제를 더 맞힐 수가 있게 된다. 이 경우 B 문제를 학습자에게 먼저 풀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각 개인의 최단 학습 동선을 꾸려주는 것이다.

실제 학생들의 학습 효과 결과는 어떠한가.

20시간을 산타토익을 가지고 공부한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107.6점이 상승한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앱스토어, 구글스토어에서는 교육분야 매출 2위를 기록했고, 현재까지 25만 건의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 풀이 데이터는 3천만 건가량이다.

카이스트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관련 학회에 논문을 등재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하며 논문 활동까지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학문적 행보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우리는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실제 기술 자체를 연구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 글로벌 단위에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기술 회사라고 하면서 실제 기술 연구를 하지 않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Deepmind)의 경우 논문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인공지능 기술 커뮤니티 발전에 수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러한 인공지능 기술 기업으로 자리 잡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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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욕구(Unspoken Needs)를 찾아낸다는 것

기술 기업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가, 소비자의 수요로부터 동떨어진 고차원 기술 개발에 몰두하게 된다는 점이다. 기술 개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에게 적정한 기술 수준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나.

기술 기반 회사이기 때문에 연구’만’ 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의 융합 시대에는 맞지 않는 생각이다. 대표로서 우리 기술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에 대해 계속해서 소비자와 투자자를 설득하고 물건을 파는 것이 대표인 나의 역할이다.

기술 기업이 B2C 사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가장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프레임이 대표를 ‘문과생’, ‘이과생’으로 나누고 그들의 특성과 능력치를 한정 짓는 것이다. 경영 전공을 했다고 비즈니스를 잘하는 게 아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어도 코딩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결국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에 집중하고, 이를 위한 전략을 종합적인 사고로 세울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어떤 과감한 선택이 필요한지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과감한 선택이라면?

내가 처음 뤼이드를 시작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조언 중 하나가 기술 스타트업은 B2C 사업 못 한다는 거였다. 특히 교육 시장의 경우 학교나 이미 헤게모니를 가진 전통 교육 업체를 대상으로 B2B 사업을 해야 그나마 수익이 나온다고 수많은 사람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안 믿었다. 그때까지 모든 교육 스타트업이 만들어냈던 것은 기존 교육 서비스의 보완재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걸로 수익은 낼 수 있어도, 큰 사업을 만들 순 없다. 나는 기존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A부터 Z까지 대체할 수 있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2년 이상의 연구, 개발 기간을 버텼다.

2년간 수익 없이 버티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주변에서 그렇게 기초 연구나 기술 개발에 집중하지 말고, 일단 소비자가 원하는 게 뭔지를 듣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절대 안 믿었다.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건 비즈니스 세계에서 정설과 다름없지 않나.

고객이 말하지 않은 욕구(Unspoken Needs)가 뭔지를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대부분 이미 예상 가능하고 지금의 기술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떨 때 감탄하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를 경험하거나 보게 됐을 때다. 소비자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했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었던 수요를 읽고, 이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말 그대로 ‘말이 안 되는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객의 욕구를 어떻게 읽어낼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어렵다. 나 역시 이 숨겨진 욕구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에 대해 방법론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혁신적인 기업의 리더가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 자질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를 고민해 나온 결과가 지금의 산타토익이다.

■ 기술 기업 대표가 개발자들의 능률을 120% 끌어올리는 방법

현재 팀 내 개발자 비율이 60% 정도라고 들었다. 문과, 이과로 사람을 구별하는 게 싫다고 했지만, 개발자 위주의 집단은 분명히 특정한 성격을 띠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을 고양하고, 동기 부여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나.

대표로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첫째로는 개발자들이 다른 걱정 없이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돈 문제다. 돈 걱정 안 시키는 게 대표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본다.

두 번째로는 대표는 우리 기술에 대한 비전을 개발자들에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기술이 향후 어떤 산업적인 파급력을 가지고 올 수 있는지를 명확히 해주는 것이다. 개발자나 연구자들이 그 용처에 상관없이 기술 연구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큰 오해다. 좋은 개발자일수록 자신이 만든 기술이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를 인정하고 알아주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로 개발자들의 사적이고 구체적인 욕구들을 포착해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는 유명한 개발 커뮤니티의 운영자가 있다. 해당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행사를 하면, 뤼이드 이름으로 꼭 지원한다. 이 분의 영향력이 커뮤니티 내에서 커지면 이를 통해 좋은 개발자가 우리 팀으로 들어올 가능성도 커진다.

마지막으로 기술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시도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는 이를 무조건 지원한다. ‘이 회사 들어오면 재밌는 장난감을 얼마든지 만질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했다. 코틀린(Kotlin)이라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있다. 지금은 대세 언어가 됐지만 3, 4년 전까지만 해도 그 불안정성 때문에 기업에서 이를 가지고 개발을 시도하는 사례는 없었다. 뤼이드는 사내에서 개발자들이 이 언어를 습득하고 연구하는 것을 지원했고, 결국 코틀린을 서비스에 100% 적용시킨 대한민국 1호 기업이 됐다.

모든 객관식 시험 시장을 목표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공략할 분야는 어디인가.

중국의 CET 등 언어 시험 영역은 물론이고, 영어 교육열이 높은 베트남 시장도 바라보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가계 지출 비용 중 40%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토익 서비스의 경우 해석 자료의 언어만 바꾸면 큰 공수 안들이고 베트남을 비롯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MBTI와 같은 정신분석검사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지만, 아직 여력이 안 되어 추가 연구를 못 하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2년간 세 가지에 집중할 계획이다. 인공지능 튜터를 보다 더 넓은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신뢰시킬 수 있을 만한 하나의 거점이 필요하다. 그 그점이 바로 산타토익이다. 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에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로는 이를 동력 삼아 보다 더 다양한 B2C, B2B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기술 연구, 개발에 더 투자하여 다른 기업이 넘볼 수 없는 확실한 진입장벽을 만들고 싶다.

기존 어학원 기업들은 경쟁사인가, 협업의 대상인가.

인공지능 튜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온 기업은 우리가 처음이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없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 그들은 기존의 문자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파괴해야 했다. 우리가 파괴하고 대체해야 할 상대는 인터넷 강의와 어학원, 사교육 시장의 선생님들이다.

결국 인간을 대체하겠다는 말인가.

학교와 같이 선생님과 학생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한 부문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인간을 대체한다는 발상이 위험하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원가 거품과 왜곡이 많은 곳이다. 스타급 강사를 무당처럼 모시는 사교육 기업들은 그 마케팅 비용을 상쇄시키기 위해 학생들에게 더 비싸게 서비스를 판다. 인공지능 튜터가 이러한 사교육 기업과 인터넷 강사들을 대체한다면 피해를 보는 쪽도 분명히 생기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사회를 더 낫게 만드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뤼이드의 단기, 중장기 목표를 말씀해달라.

단기 목표는 우리 기술의 적용 사례를 최대한 빨리 늘려나가는 것이다. ‘인공지능 튜터 = 뤼이드’ 라는 인식을 선점하고 싶다. 향후에는 기존 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것을 넘어, 그 대안을 제시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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