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은 바다의 도시다. 비옥한 갯벌과 아름다운 물결, 그리고 풍부한 음식이 있는 곳이다. |
[태안=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태안은 반도다. 한반도 지도를 보면 가장 길쭉하게 내려온 반도가 바로 안면도(이젠 섬이 아닌)다. 안면도 역시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원래 섬이 아니었다. 길쭉한 반도로 안면곶이었는데 조선시대 1638년(인조 16년) 세곡을 나르기 위해 중간에 운하를 파서 섬이 됐다. 330여년 후인 1970년대 다시 다리(안면대교)를 놓아 육지가 된 초유의 지역이다. 그 당시에 운하라니 굉장한 사업이었던게 틀림없다.
그 안면도가 충남 태안에 있다. 태안은 안면도라는 손잡이를 지닌 ‘버니어캘리퍼스’처럼 생겼다.
육지 중에서 가장 바다를 많이 품은 군 단위 지자체가 태안이다. 그래서 봄이 늦다. 태안 앞바다에 비로소 봄볕이 비쳐 옥색을 내고 있대서. 비옥한 땅과 바다를 품은 해양 거점도시 태안을 다녀왔다.
독살이 설치된 태안 바다 |
◇태안의 바다
태안은 해수욕장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완전히 육지와 바다가 면한 곳이 아니라 서해 쪽으로 툭 튀어나온 반도가 있으니 태안 바다는 보다 맑은 물을 품었다.
토끼와 거북이의 설화가 내려오는 태안 별주부 마을. |
비옥하기도 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어로 채집이 쉽다. 독살(석방렴)을 보러 별주부 마을을 갔다. ‘토끼와 거북이’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거북이를 닮은 자라섬(민물도 아닌데 왜…)이 있고 섬에 설화를 새겨놓았다. 간조 때는 드러나는 섬에는 거북이 등에 엎힌 토끼를 조각해서 만들었다. 그 앞바다 밑에는 용궁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간을 빼앗길 뻔 했던 토끼가 거북이를 속여 다시 돌아왔다는 곳도 있다. 그럴싸하다. 토끼는 솔숲 위 언덕(노루미재)으로 도망갔다. 그러다 토끼는 낮잠을 자고 그동안 열심히 쫓아온 거북이에게…. 아! 이건 다른 이야기다. 아무튼 설화의 교훈은 납치며 피곤이며 모두 ‘간 때문’이란 것이다.
다시 독살로 돌아와, 이 마을에선 독살체험을 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몰래 독을 타먹이려는 체험은 당연히 아니고, 원시 조업 방식인 독살을 통해 물고기를 잡는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체험을 뜻한다. 과학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매일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는 것을 보고 물고기를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돌을 주워다 제방을 쌓아두는 것. 그러면 물이 빠지면서 그물 역할을 해서 생선이며 게 따위가 그 안에 남는다. 배를 타고 나가는게 아니라 그냥 주워오면 된다. 그것이 독살이다. 한자로는 석방렴이며 비슷한 원리로 대나무로 만든 것은 죽방렴이다.
태안은 곰솔로도 유명하다. 구불구불한 솔숲에 서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
한차례 물이 들어왔다 빠진 후 독살로 달려갔다. 태안 별주부마을에는 여러 개의 독살이 설치되어있다. 그중 하나에 족대를 들고 갔다. 완전히 물이 빠지지않아 고기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돌무더기 사이를 훑으니 금세 몇 마리가 잡혔다.
태안 바다에서 독살체험을 하는 학생들. |
힘좋은 돔과 우럭(조피볼락)에 제철 숭어도 한놈 잡혔다. 장식처럼 꽃게도 한마리 잡았고 고동은 바구니 수북히 건져올렸다. 별주부정보화마을의 민박집에서 잡은 고기를 요리해준다. 회도 뜨고 매운탕도 한 솥 끓였다. 덤으로 주꾸미도 한접시 데쳐준다. 직접 잡아올린 어패류로 해먹는 요리는 꿀맛이 아닐 수 없다.
독살로 잡은 물고기를 들고 순식간에 동심으로 돌아간 관광객들. |
역설적이게도 태안은 바다 때문에 이름을 잃었던 아픈 과거가 있다. 소태현(蘇泰縣)였다가 고려 충렬왕 때 태안(泰安)이란 비로소 이름을 얻었지만 잦은 왜구(아, 이놈들은 옛날에도…)의 침략으로 해안을 비우도록 해 서산에 편입됐다. 조선 말 다시 태안군으로 승격됐으나 1914년 해미군과 함께 다시 서산군에 통합됐다. 1989년이 되서야 전국 행정구역 개편으로 다시 태안군으로 독립하게 됐으니, 군청이 설치된지 삼십년도 안됐다. 태안 사람들은 얼마나 감개무량했을까.
태안 별주부마을에선 독살체험으로 잡은 물고기에 특산물 주꾸미를 더해 밥상을 차려준다. |
대신 이후 바다 덕을 톡톡히 봤다. 충남 서해 연안의 주요 지역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태안은 한반도 중부 해양 문화권의 중심도시 역할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 특성을 보이는 태안의 바다에는 섬은 물론, 천혜의 항만과 해수욕장이 많아 국립공원(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따로 지정됐을 정도로 관광지로 이름높다.
저녁이 되면 또 하나의 꽃이 뜬다. 낙조로 유명한 태안 꽃지해변. |
펜션도 많다. 단일 지자체로는 서귀포시나 북제주군보다 많다. 그만큼 많이 온다는 뜻이다. 태안 꽃지해변은 일년내내 펼쳐지는 이벤트(일몰) 덕에 주말평일 할 것 없이 인파가 몰려든다.
태안 사륜구동차(ATV) 해안드라이브. |
태안 방포 꽃다리. |
태안 전통시장. |
태안봄꽃축제엔 튤립이 한가득이다. |
◇꽃의 태안
‘금상첨화’라 했나. 언젠가부터 비단같은 꽃지해변에 꽃 축제를 더했다. 계절별로 꽃이 바뀌지만 지금은 봄꽃축제다. ‘꽃으로 피어난 바다, 대한민국이 빛나다’를 주제로 이달 13일까지 열리는 태안 봄꽃축제에선 벤반잔덴, 키코마치, 옐로우스프링그린 등 200여 품종의 이색 튤립을 만나볼 수 있다.
태안봄꽃축제. |
튤립은 플라스틱으로 찍어낸 조화처럼 생겼다. 아! 칭찬이다. |
꽃바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유럽에서 송이 당 가격이 금값을 넘어섰다는 ‘튤립’으로 바다를 이뤘다. 튤립은 조화처럼 생겼다. 그만큼 비현실적인 색과 모양을 낸다.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컬러의 스펙트럼으로 드넓은 꽃밭을 조성했다.
커플에게 태안봄꽃축제장은 포토존으로 최고의 포인트다. |
축제 기간 중엔 동물 먹이주기, 페이스페인팅, 캐리커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함께 준비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 딱이다. 밤에는 빛 축제도 연중무휴로 일몰 후 열린다. 무려 6만 구의 발광다이오드(LED)꽃이 피어난다.
태안봄꽃축제 튤립 꽃바다. |
이뿐이랴. 천리포수목원에는 새하얀 목련이 피어나고(지금은 저물었을지도 모른다), 곰솔 사이로 아름다운 바다를 훔쳐볼 수 있다.
다양한 야생화와 수종이 모여있는 청산수목원은 여유로운 나들이가 가능하다. |
그동안 덜 알려져있어 여유로운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숨은 명소였던 청산수목원은 야생화 천국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6월까지 홍가시나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청산수목원은 수목원과 수생식물원으로 구성됐다. 황금삼나무, 홍가시나무, 부처꽃, 앵초, 창포, 부들 등 자생 수목과 야생화 600여 종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청산수목원. |
테마정원도 아름답게 꾸몄다. 밀레, 고흐, 모네 등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 속 배경과 인물을 만날 수 있다. 계절 별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산책로와 황금메타세쿼이아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
수목원은 밀레의 정원, 삼족오 미로공원, 고갱의 정원, 만다라정원, 황금삼나무 길로 구분되어 있다. 그늘 속 시원한 바람을 벗삼아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면 심신 힐링에 도움이 된다.
청산수목원 홍가시나무길. |
좀더 더워지면 수생식물이 좋다. 자라풀, 부레옥잠, 개구리밥, 물수세미, 생이가래 등 한가득 피어오른다. 특히 예연원은 각종 수생식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엄선해 수집한 연과 수련 200여 종이 있는 곳이다. 연꽃 역시 튤립처럼 완벽한 조형미를 뽐내는 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연을 닮은 등을 만들었나 보다.
‘조각같이 생겼다’는 말도 그렇듯 생화가 조화를 꼭 빼닮았다면 그 말은 찬사인듯 하다. 형형색색 플라스틱과 색종이로 만들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원래 완벽하게 생겼으니.
아무튼 눈과 코, 입과 귀까지 행복한 곳이 봄날의 태안이다. 또 기관이 더 있다면 분명히 그도 행복할테다.
demory@sportsseoul.com
태안은 바다에서 나온 맛난 음식이 지천이다. 얼리지않아 더욱 고소한 해삼내장(고노와다)도 맛볼 수 있다. 방포회타운. |
태안여행정보
●가볼만한 곳=구불구불한 해변길(샛별길·바람길)이 있다.눈부신 경관과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변길이다. 꽃지해변에서 황포항까지 이어진 약 13㎞길(약 4시간 소요)을 걸으면 솔숲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시원한 바람에 즐거워진다.
태안 전통음식 박속낙지밀국. 정가네박속낙지탕. |
격렬비열도는 서해의 독도로 불리는 곳이다. 이름은 무협지를 닮았지만 사실 격렬비도가 3개 있어 격렬비‘열도’라 부른다. 무려 70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화산섬으로, 지금은 유인등대만 있다. 상륙할 수는 없고 인근만 돌아볼 수 있다. 청정해역에 있고 칼새·가마우지·쥐박구리 등 각종 바다새가 서식하고, 참돔·감성돔·농어 등 어족이 풍부해 낚싯꾼들은 예전부터 알고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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