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봄은 산나물의 계절
독도새우잡이도 일손 바빠져
오징어내장탕·홍합밥·꽁치물회
울릉도 향토 음식도 꼭 맛봐야
울릉도 저동항 전경. 도동이 섬 관광객의 항구라면 저동은 섬 주민의 항구다. 저동항에서 봄이면 독도새우 배가 나가고, 가을이면 오징어 배가 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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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의 오월은 활기로 펄떡인다. 푸른 산과 더 푸른 바다에서 뭇 생명이 기지개를 켜 소란하다. 울릉도의 이름난 먹거리는 하나같이 이 꿈틀거리는 자연에서 받아온 것들이다. 울릉도의 맛은 하여 정직하고 순박하다.
혹여 인연이 닿아 울릉도에 들어가신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오직 울릉도 것만 먹고 나오시라. 울릉도가 자랑하는 태고적 신비와 청정 자연이 먹거리 하나하나에 고이 배어 있으므로.
울릉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방파제에 나가면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흔하다. 대풍감 방파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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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내장탕. 울릉도에 들어가자마자 먹어야 하는 별미다. 개운하고 얼큰한 국물이 멀미에 놀란 속을 달래준다. 사진은 도동항 어귀 ‘우성회센터’에서 찍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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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거나 느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주도에 갈치국이 있으면 울릉도에는 오징어내장탕이 있다. 육지의 편견이 이 두 음식에서 깨진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자꾸 생각난다는 공통점도 있다.
오징어내장탕은 맑은 육수에 무·콩나물 등을 넣고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내장을 넣고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넣는다. 하여 국물이 개운하면서 얼큰하다. 멀미에 놀란 속을 달래고, 과음에 지친 속도 다독인다. 도동의 ‘99식당’이 원조집이라지만, 요즘엔 도동의 관광식당 대부분이 내놓는다. 원조집은 호박을 썰어 넣는데, 도동항 오른편의 ‘우성회센터’처럼 국물이 텁텁하다고 안 넣는 집도 많다.
19:00 나리분지의 초록 물결 - 명이
봄날의 나리분지는 초록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눈앞의 평지가 죄 명이 밭이다. 봄날에만 갓 딴 생(生)명이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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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이의 올바른 이름은 ‘산마늘’이다. 그러나 울릉도에서는 명이라고 해야 옳다. 배추가 없던 섬에서 주민들은 대(大)명이 줄기로 물김치를 담가 먹었다. ‘명을 이었다’고 하여 명이가 됐다는 옛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요즘엔 명이가 인명을 앗기도 한다. 야생 명이 뜯겠다고 산에 들었다가 사고가 난단다. 올해도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리분지의 명소 ‘나리촌’의 산채 정식 상차림. 반찬이 17가지가 나오는데 나물 반찬만 14가지다. 삼나물 무침이 제일 맛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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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8:00 울릉도식 해장법 - 꽁치물회
천부 ‘만광식당’의 꽁치물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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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경북식 물회’였다. 되직한 고추장 양념 아래 길죽하게 썬 꽁치 살과 무·오이 등 채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발에 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물회라기보다는 회무침에 가까운 비주얼이다. 맞다. 경북식 물회는 세 단계로 나눠 먹는데, 첫 단계가 회무침이다. 숟가락으로 열심히 비비면 영락없는 회무침이다. 우선 회무침으로 먹고, 일부를 덜어 밥과 비비면 회덮밥으로 즐길 수 있다. 끝으로 물을 부으면 마침내 물회가 된다. 물회는 그냥 떠먹는 것도 좋지만, 양념 맛이 강해 밥을 말아 먹는 편이 낫다.
꽁치는 비린내 하면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 꽁치물회를 상상도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비린내는 없었다. 기름기 많은 생선이어서 고소한 식감만 도드라졌다. 평생을 섬에서 산 황동평(75)·박정옥(70)씨 내외가 “꽁치가 들어올 때마다 급랭을 해서 쓴다”고 말했다. 한 사발 다 비우니 전날의 숙취가 싹 가셨다.
12:00 울릉도는 밥도 다르다 - 홍합밥
도동 ‘보배식당’의 홍합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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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 ‘99식당’에서 맛본 따개비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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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 대통령의 새우 - 독도새우
독도새우. 사진에는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 새우 두 종류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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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동 ‘울릉새우’의 김동수씨와 사위 김강덕씨. 45년 경력의 김동수씨는 독도 새우잡이의 증인으로 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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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가격은 대(大) 자 기준 1㎏ 5만원. 1㎏ 한 박스면 18~20마리 들어간다. 울릉도에 독도새우 요리를 내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15만원 선에서 독도새우회 4인 상이 차려진다. 비싸다 해도 서울보다는 싸다.
독도새우는 보통 회나 구이로 먹는다. 물론 회가 더 맛있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청량한 바다 향도 나는 듯했다. 식감은 모르겠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 없어진 기억은 분명히 있다.
울릉도 |
울릉도=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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