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week&] 바다에는 독도새우, 산에는 초록 명이 … 맛있는 울릉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울릉도의 봄은 산나물의 계절

독도새우잡이도 일손 바빠져

오징어내장탕·홍합밥·꽁치물회

울릉도 향토 음식도 꼭 맛봐야

일일오끼 ⑦ 울릉도

중앙일보

울릉도 저동항 전경. 도동이 섬 관광객의 항구라면 저동은 섬 주민의 항구다. 저동항에서 봄이면 독도새우 배가 나가고, 가을이면 오징어 배가 나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릉도만큼 가슴 설레는 섬도 드물다. 3시간 뱃길을 상상할 때부터 울렁울렁 가슴이 울렁인다. 제주도보다 울릉도가 가깝지만, 심리적 거리는 울릉도가 더 멀다. 애오라지 배편에 의지하는 여행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릉도 여행은 낭만의 다른 이름이다.

울릉도의 오월은 활기로 펄떡인다. 푸른 산과 더 푸른 바다에서 뭇 생명이 기지개를 켜 소란하다. 울릉도의 이름난 먹거리는 하나같이 이 꿈틀거리는 자연에서 받아온 것들이다. 울릉도의 맛은 하여 정직하고 순박하다.

혹여 인연이 닿아 울릉도에 들어가신다면, 아무것도 하지 마시라. 오직 울릉도 것만 먹고 나오시라. 울릉도가 자랑하는 태고적 신비와 청정 자연이 먹거리 하나하나에 고이 배어 있으므로.

중앙일보

울릉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방파제에 나가면 낚시대를 드리운 강태공을 흔하다. 대풍감 방파제에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2:00 울릉도 여행의 시작 - 오징어내장탕

중앙일보

오징어내장탕. 울릉도에 들어가자마자 먹어야 하는 별미다. 개운하고 얼큰한 국물이 멀미에 놀란 속을 달래준다. 사진은 도동항 어귀 ‘우성회센터’에서 찍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육지 어디에서 배를 타든, 울릉도에 들어가면 점심때 언저리다. 익숙하지 않은 배 여행에 속도 많이 놀랐을 터. 뒤집힌 속을 달래려면 배부터 채우는 게 상책이다. 멀미 기를 가라앉히는 울릉도만의 처방이 있다. 오징어내장탕이다.

오징어내장탕은 이름처럼 오징어 내장으로 끓인 탕이다. 해물은 내장부터 상한다. 싱싱하지 않으면 내장 요리는 금물이다. 그러나 여기는 오징어의 고장 울릉도다. 오징어 작황이 예년 같지 않다 해도 내장만큼은 아직 여유가 있단다. 오징어를 잡으면 내장을 해체한 뒤 바로 급랭해 1년 내내 나눠 쓴다.

비리거나 느끼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제주도에 갈치국이 있으면 울릉도에는 오징어내장탕이 있다. 육지의 편견이 이 두 음식에서 깨진다. 한 번 맛을 들이면 자꾸 생각난다는 공통점도 있다.

오징어내장탕은 맑은 육수에 무·콩나물 등을 넣고 끓인다. 한소끔 끓으면 내장을 넣고 마지막에 청양고추를 넣는다. 하여 국물이 개운하면서 얼큰하다. 멀미에 놀란 속을 달래고, 과음에 지친 속도 다독인다. 도동의 ‘99식당’이 원조집이라지만, 요즘엔 도동의 관광식당 대부분이 내놓는다. 원조집은 호박을 썰어 넣는데, 도동항 오른편의 ‘우성회센터’처럼 국물이 텁텁하다고 안 넣는 집도 많다.

19:00 나리분지의 초록 물결 - 명이

중앙일보

봄날의 나리분지는 초록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눈앞의 평지가 죄 명이 밭이다. 봄날에만 갓 딴 생(生)명이를 맛볼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도 든든하니 이제 돌아다닐 시간이다. 해안도로를 돌아 나리분지까지 들어간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의 자궁이다. 면적 2.0㎢의 드넓은 분지가 화산섬 울릉도의 분화구다. 경사 가파른 섬에서 가장 넓은 평지를 이룬다. 이 평지 대부분이 명이 밭이다. 이맘때 나리분지는 명이가 초록 물결을 일으킨다. 갓 딴 ‘생(生)명이’도 이맘때만 맛볼 수 있다. 절임이나 장아찌보다 알싸한 향이 진하다.

명이의 올바른 이름은 ‘산마늘’이다. 그러나 울릉도에서는 명이라고 해야 옳다. 배추가 없던 섬에서 주민들은 대(大)명이 줄기로 물김치를 담가 먹었다. ‘명을 이었다’고 하여 명이가 됐다는 옛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요즘엔 명이가 인명을 앗기도 한다. 야생 명이 뜯겠다고 산에 들었다가 사고가 난단다. 올해도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앙일보

나리분지의 명소 ‘나리촌’의 산채 정식 상차림. 반찬이 17가지가 나오는데 나물 반찬만 14가지다. 삼나물 무침이 제일 맛있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리분지에서 명이를 재배한 건 20년이 채 안 된다. 워낙 흔해서였다. 명이 농사를 짓는 이숙희(57)씨는 “옛날에는 내다 팔 생각을 안했다”고 기억했다. ‘나리촌’은 산채 정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산채정식에 삼나물·명이·부지깽이·더덕·모시나물·전호 등 나물 반찬만 14개가 나온다. ‘나리촌’ 김도순(51) 사장은 “일조량이 적어 울릉도 나물이 육지 나물보다 연하다”고 소개했다.

이튿날 8:00 울릉도식 해장법 - 꽁치물회

중앙일보

천부 ‘만광식당’의 꽁치물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천부 읍내의 허름한 식당을 찾아갔다. ‘만광식당’. 꽁치물회로 소문난 집이다. 팔도 물회는 다 먹어본 줄 알았는데, 꽁치물회는 처음이었다. 울릉도와 경북의 몇몇 포구마을에서 꽁치물회를 먹는다고 한다.

전형적인 ‘경북식 물회’였다. 되직한 고추장 양념 아래 길죽하게 썬 꽁치 살과 무·오이 등 채소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사발에 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물회라기보다는 회무침에 가까운 비주얼이다. 맞다. 경북식 물회는 세 단계로 나눠 먹는데, 첫 단계가 회무침이다. 숟가락으로 열심히 비비면 영락없는 회무침이다. 우선 회무침으로 먹고, 일부를 덜어 밥과 비비면 회덮밥으로 즐길 수 있다. 끝으로 물을 부으면 마침내 물회가 된다. 물회는 그냥 떠먹는 것도 좋지만, 양념 맛이 강해 밥을 말아 먹는 편이 낫다.

꽁치는 비린내 하면 빠지지 않는 생선이다. 꽁치물회를 상상도 못했던 까닭이다. 그러나 비린내는 없었다. 기름기 많은 생선이어서 고소한 식감만 도드라졌다. 평생을 섬에서 산 황동평(75)·박정옥(70)씨 내외가 “꽁치가 들어올 때마다 급랭을 해서 쓴다”고 말했다. 한 사발 다 비우니 전날의 숙취가 싹 가셨다.

12:00 울릉도는 밥도 다르다 - 홍합밥

‘울릉오미’라는 말이 있다. 울릉도가 자랑하는 다섯 가지 맛이라는 뜻이겠으나, 먹을 게 너무 많아서인지 자료마다 오미(五味)가 제각각이다. 울릉군청은 울릉약소·홍합밥·산채비빔밥·오징어내장탕·오징어물회라고 소개한다. 하나 요즘엔 오징어는 물론이고 울릉약소도 믿기 어렵다. 오징어 철은 아직 이르다 해도, 생(生)명이에 약소를 싸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울릉약소 전문이라는 식당도 약소가 드물다고 울릉도 사람들이 귀띔했다.

중앙일보

도동 ‘보배식당’의 홍합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합밥은 건재하다. 아이 손바닥만한 홍합은 이제 없지만, 홍합밥 특유의 감칠맛은 여전하다. 도동의 ‘보배식당’이 원조집으로 알려져 있다. ‘보배식당’ 이은혜(66) 사장은 “집에서 해먹던 홍합밥을 95년쯤 메뉴로 처음 내놨다”고 말했다. 보배식당은 홍합밥 하나만 한다. 홍합 넣고 지은 밥에 양념간장을 얹어 먹는다. 밥이 달다.

중앙일보

도동 ‘99식당’에서 맛본 따개비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합밥을 먹으려면 늦어도 20분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밥 짓는 시간이 필요해서다. 따개비밥도 마찬가지다.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사는 따개비는, 크기는 작아도 삶으면 진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그 육수로 밥물을 쓴다. 솔직히 따개비는 밥보다 칼국수가 윗길이다. 진한 국물 때문이다. 홍합밥·따개비밥 모두 울릉도 식당 대부분이 한다.

19:00 대통령의 새우 - 독도새우

중앙일보

독도새우. 사진에는 도화새우와 물렁가시붉은 새우 두 종류만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릉도의 봄은 독도새우의 계절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7일 청와대 만찬에 독도새우 요리가 올라와 화제가 됐지만, 막상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귀하기도 하거니와 새우잡이 철이 끝날 무렵이어서였다. 이윽고 봄이 왔고, 울릉도의 새우잡이 어부도 바빠졌다. 독도새우는 울릉도·독도 바다에서 잡히는 새우 3종류, 즉 도화새우·물렁가시붉은새우·가시배새우를 이르는 말이다.

중앙일보

저동 ‘울릉새우’의 김동수씨와 사위 김강덕씨. 45년 경력의 김동수씨는 독도 새우잡이의 증인으로 통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릉도에서도 독도새우는 귀하다. 저동의 ‘울릉새우’와 ‘천금수산’ 두 업체만 독도새우를 잡는다. 두 곳 모두 수협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한다. 특히 ‘울릉새우’는 울릉도 독도새우 잡이의 역사로 통한다. 김동수(67)씨의 새우잡이 경력이 45년이다. 사위 김강덕(36)씨도 장인을 따라 날마다 바다에 나간다.

현지가격은 대(大) 자 기준 1㎏ 5만원. 1㎏ 한 박스면 18~20마리 들어간다. 울릉도에 독도새우 요리를 내는 식당이 여러 곳 있다. 15만원 선에서 독도새우회 4인 상이 차려진다. 비싸다 해도 서울보다는 싸다.

독도새우는 보통 회나 구이로 먹는다. 물론 회가 더 맛있다. 담백하고 고소하다. 청량한 바다 향도 나는 듯했다. 식감은 모르겠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 없어진 기억은 분명히 있다.

중앙일보

울릉도


◆여행정보
울릉도행 배는 4개 지역에서 뜬다. 강원도 강릉(안목항)과 동해(묵호항), 경북 울진(후포항)과 포항에서 하루 1편꼴로 울릉도행 배가 출발한다. 여행박사(tourbaksa.com)가 김포~대구 국내선 항공을 이용한 2박3일 울릉도 패키지상품을 내놨다. 34만1000원부터. 월·화·토요일 출발. 070-7017-0024.



울릉도=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