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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마케팅人사이트] 마케터 두 명이서 100만 다운로드 이끈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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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뱅크샐러드는 모바일 자산 관리계의 대표 서비스다. 지난 3월 말에는 출시 10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 100만을 돌파했고, 누적 관리 자산 금액도 10조 원을 넘겼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의 한 축을 도맡은 권수진 마케팅팀장은 2015년 말, SNS 마케터로 레이니스트에 입사했다. 이전에는 웹 퍼블리셔로 일했던 그는 뱅크샐러드를 위해 퍼포먼스 마케팅을 독학하며 서비스의 성장을 도왔다.

‘서비스와 마케터의 성장 그래프는 일치한다’고 믿는 권수진 마케팅 팀장에게서 스타트업 마케터의 효율적인 일하기 방식에 대해 들어봤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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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스트 권수진 마케팅팀장



■ SNS 마케터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로, 100만 다운로드의 비결

SNS 관리자로 입사해서, 2년 만에 마케팅팀장이 됐다고 들었다.

레이니스트 입사 전에 다양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해 본 경험이 있다. 그 경력으로 SNS 마케터로 채용이 돼서 ‘좋아요 수 늘리기’를 목표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표님이 ‘좋아요 수가 왜 필요해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뱅크샐러드의 사용자 수를 늘리는 것인데, 왜 굳이 퍼널 하나를 더 만들어 사람들을 다른 바구니에 담았다가 데리고 와야 하냐는 지적이었다.

지금까지도 많은 회사가 SNS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지 않나.

그렇다. 비즈니스를 시작하면 밟아야 할 당연한 수순으로 여겼는데, 생각해보니까 대표님 말이 맞더라. 그때부터 ‘좋아요 늘리기’가 아닌 ‘서비스 유입’을 목표로 계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목표를 바꾸고 나니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방법론이 눈에 보였다. 그로스 해킹, 퍼포먼스 마케팅과 같은 개념이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스타트업은 적은 인력과 자금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이를 위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때 명확히 알게 됐다.

공부는 어떻게 했나.

나는 좋게 말하면 똑똑한 편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무식하다. 스스로 무식하고 똑똑하게 일한다고 말하곤 한다. 기본적으로 독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누가 알려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답답하다. 예를 들어 포토샵을 책으로 배우면, 그 한 권을 공부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내 방법은 일단 포토샵을 켜서 모든 기능을 다 눌러보는 것이다.

일단 다양한 광고 매체에서 직접 광고를 집행하면서 각 매체가 제공하는 퍼포먼스 지표가 어디까지인지, 이걸 우리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광고 매체 관리자 보드를 들어가면 유입량까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보통이고, 더 나아가 전환 지표까지 제공해주는 곳도 있다. 지금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부딪히면서 공부해 나갔다.

이제 막 업무에 퍼포먼스 마케팅을 도입해보고자 하는 마케터도 있을 것이다. 첫 시도로 어떤 방법을 추천하나.

나는 항상 ‘광고를 직접 태워보라’고 조언한다. SNS 광고는 소액으로도 시도해볼 수 있다. 보통 SNS 마케터들은 아직까지 바이럴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 경우 볼 수 있는 최종 지표가 참여 지표다. 공유 수 정도가 상대적으로 깊이 있는 지표다. 퍼포먼스 마케팅에서 참여 지표는 성과를 북돋아 주는 요소일 뿐, 수익 전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 광고를 집행해보면 더 깊은 단계의 지표도 다 확인할 수 있다. 이 지표들을 자사 마케팅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보면 감이 올 것이다. 페이스북 광고가 입문자에게 가장 좋다. 5천 원, 만 원부터 시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새 광고를 집행할 때 아직도 2만 원으로 테스트를 한다. 그것만 해도 충분한 모수를 확보할 수 있더라. 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구글 광고 영역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분들도 계신다. 그것도 좋은 시도다.

마케팅 관점에서 뱅크샐러드가 도약했다고 생각했던 지점은 어디인가.

현재 마케팅팀원이 2명이 된 지 1년 정도 됐다. 그 안에 100만 다운로드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다. 물론 모든 팀원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다. 되돌아보면, 사용자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것이 유효했다. 서비스를 만들 때, 기존 가계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UX 팀에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이 때 발견한 사용자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와 와우포인트를 서비스 기획뿐 아니라 마케팅에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가계부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불편함은 무엇이었나?

귀찮음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처음 한 번만 자신의 공인인증서를 연동하면, 지문 인증만으로 보유 자산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마케팅 단에서도 ‘가계부 쓰는 귀찮음을 한 번에 해결한 앱이 나왔다’는 메시지를 활용했다.

앱 출시 초반에 고객을 끌어오기 위해 어떤 마케팅 적 노력을 했었나.

2016년은 동호회 성격의 페이스북 그룹이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를 활용했다. 당시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얼리어답터 1천 명을 페이스북 그룹으로 모셨다. 그룹을 운영하며 피드백을 서비스에 즉각 반영하기도 하고, 이들을 집중 타겟팅하는 마케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기 10만 명의 사용자를 이런 방식으로 모았다. 결국 이 집단이 뱅크샐러드 초기의 다양한 비즈니스 지표를 견인해주었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뱅크샐러드 서비스 발전에 다양한 이바지를 해주고 계시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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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원 간 노하우를 공유하는 피어 튜터링(Peer Tutoring) 문화

이야기를 듣다 보니, 팀 간 협업이 굉장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내 문화 자체가 굉장히 합리적이다. 의사 결정 자체를 명확하게 하는 편이고, 일이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팀 간 원활한 소통을 중요시한다. 과거에 대표님이 ‘만둣국 맛있게 끓이는 법’이라는 주제로 전략적인 사고에 대해 강의를 해주신 적이 있다. 그 강의를 듣고 큰 감명을 받아서, 실무에 일일이 적용을 해봤더니 효과가 좋았다.

‘만둣국 맛있게 끓이는 법’이 뭔지 궁금하다.

전략적으로 일하는 법을 비유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좋은 강의긴 했지만, 실무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팀원이 많았다. 마침, 내가 이 방법으로 맡은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게 됐고, 나의 경험을 토대로 타 팀원들에게도 노하우를 공유했다.

사내에 팀원 간 교육 문화가 있나.

피어 렉쳐(Peer lecture)를 가끔 진행한다. 각 개인이 기술 혹은 노하우를 타 팀원에게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지난 4월에 달성한 100만 다운로드가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두고 마케팅팀에서 강의를 했다. 관련 자료도 만들어 웹에 배포했다.

보통 타 부서에서 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거나, 너무 뛰어난 직원을 시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상적인 조직이다.

다 같이 잘하자는 게 우리 목표다. 예를 들어 마케터가 사용하는 구글 애널리틱스를 UX 디자이너가 조금이라도 볼 줄 알면 다양한 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 레이니스트에서는 모든 팀원이 자신의 질적, 양적 KPI(핵심성과지표)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은 직무마다 다르지만, 각자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팀 간 협업이 필요하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협업한다는 뜻인가.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 유입량이 2배 늘면 수익 전환율이 2배 느는 것이 평균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 매체에서는 유입량이 2배 늘어도 전환율이 1.5배밖에 늘지 않는다는 것을 마케팅팀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지했다. 이 경우 마케팅팀은 제품팀에 ‘A 매체에서 광고를 진행할 건데, 유입량 대비 전환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미리 알려준다. 그래야 제품팀이 나중에 ‘왜 지표가 떨어졌지? 우리가 일을 잘못했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지표가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이 부분을 보완하여 지표를 유지시켜보자’는 식의 의사 결정을 할 수도 있다.

합리적인 조직 문화는 대표의 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나.

당연히 대표의 영향이 크다. 우리 구성원들은 대표를 ‘태훈 님’이라고 부른다.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자율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문화다.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협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종류의 자율이 주어지나.

마케팅팀의 경우 예산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팀원들이 예산을 스스로 정하고 그 책임 역시 스스로 진다. 이를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는 것을 KPI 달성을 통해 증명해야만 한다. 달성을 못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떤 종류의 책임인가. 퇴사?

절대 아니다. 사후부검이라는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패를 들춰보고 뜯어봄으로써 우리가 왜 실패했는지 시간별로, 사건별로 파악해보는 것이다. 절대 특정 개인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직 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케이스를 명확히 분석한다.



■ 서비스와 마케터의 성장 그래프는 일치한다

자율과 책임은 출퇴근 시간에도 적용되는 개념인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을 많이 하는 편이고, 야근도 자주 한다. 밤에 집중력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타입이다. 레이니스트에서는 늦게 퇴근하면 늦게 출근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늦게 출근하겠다고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된다.

야근을 하면서까지 열심히 일하는 개인적인 원동력은 무엇인가.

서비스의 성장 그래프와 마케팅팀의 성장 그래프가 일치되는 지점이 있다. 또 그 그래프와 나의 성장 그래프도 일치된다고 생각된다. 나는 주니어로 레이니스트에 입사했다. 그런데 지금 팀장을 맡고 있다. 이 빠른 성장에 대한 욕구가 일을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다. 생각해봐라. 주니어에게 어떻게 마케팅 예산 계획을 통째로 맡기겠나. 자율과 책임, 이 조직 문화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일종의 경쟁사인 토스가 작년 말부터 자산 관리 분야로 발을 넓혔다. 마케터로서는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아직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바일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 시장 자체가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낮다. 자산 관리는 고액 자산가만 받는 프리미엄 서비스라는 인식을 바꾸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토스는 우리와 함께 시장을 열어나가는 서비스다. 대표님끼리도 자주 만나신다. 핀테크 산업 협회 회장-부회장 관계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뿌리가 자산 관리 서비스이고, 토스는 송금 서비스로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 대결 구도라기보다는 핀테크 산업을 함께 만들어가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

마케터로서의 개인적 목표는 무엇인가.

레이니스트의 성장이다. 마케터들은 ‘서비스가 망하면 마케터가 마케팅 못 해서 망하는 거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뱅크샐러드의 성장이 멈추면, 마케터의 성장도 멈추는 것이다. 내 이력서에 마케팅 관련 경험은 ‘레이니스트 마케팅팀장’ 딱 한 줄이다. 이 한 줄만으로 빛나는 이력서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뱅크샐러드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우리는 불가능한 목표를 정하기 좋아한다. 2년 내 1천만 다운로드가 목표다. 올해 안으로는 4~5백만 다운로드 달성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다운로드 지표를 늘리는 것보다는 실제적인 매출을 올리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에서 최고의 자산 관리 서비스로 우뚝 서고 싶다. 그 다음은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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