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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Startup’s Story #413] 직원 부모 월급까지 챙기는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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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돈 버는 데 관심이 없어요.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그런 대표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창업자를 인터뷰하러 가서 ‘돈 버는 데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조금 혼란스러운 인터뷰가 될 것 같았지만, 편견을 접어두고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인테리어 비교 견적 중개 서비스 ‘집닥’의 박성민 대표는 그 누구보다 돈에 시달려온 사람이다. 20대 초반부터 시작했던 사업이 일곱 번 째 망했을 때, 그가 떠안은 빚은 약 100억 원. 그런 그가 마지막 도전 삼아 설립한 집닥은 현재 설립 3년 만에 월간 거래 규모가 83억 원 정도 되는 회사로 성장했다. 알토스벤처스, 카카오, 캡스톤으로부터 65억 원을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박성민 대표는 돈 버는 데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집닥은 100년을 갈 기업’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자신감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이야기를 계속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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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집닥 대표



일곱 번 실패를 하고 여덟 번 째 사업이라고요.

제가 20대 초반부터 사업을 했어요. 아버지가 건설 분야에서 꽤 오랫동안 일을 하셨는데, 그 일을 배워서 건설 회사, 시행 분양 대행사 등을 거쳤죠. 2010년에 시행업을 하면서 크게 망했어요. 그 뒤에도 IT 회사, 커머스 회사 등 여러 사업을 했는데, 서른둘 쯤 되니까 빚이 100억이 되더라고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오라는 데도 없고 갈 데도 없으니까 그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죽자, 결론을 내리고 자살 시도도 몇 번 했죠.

사업을 그만하자는 마음도 생겼을 것 같은데, 또다시 창업을 하셨네요.

2014년 O2O 바람이 불고, 배달의민족 같은 회사가 잘되기 시작했어요. 내가 잘하는 인테리어와 IT를 결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죠. SK텔레콤이 운영하는 T 아카데미에서 창업 교육도 받고, 당시 강사님한테 천만 원 투자도 받게 되면서 집닥을 시작했어요.

‘이번에 망하면 끝’이라는 생각을 하셨을 것 같은데,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셨을 것 같네요.

과거에는 돈만 좇았어요. 고객이 뭘 원하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죠. 집닥 시작하기 전에는 인테리어 업체를 찾는 고객들을 수없이 만나고,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고객들이 인테리어 업체와 소통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더라고요. AS도 해준다 그러고선 안 해주고, 바가지 씌우고, 견적 달라 그러면 잘 모르겠는 말만 하면서 속이고. 인테리어 업체들도 나름 고민이 있었어요. 인테리어만 할 줄 알지, 고객 대상 마케팅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고 이상한 고객 만나면 돈도 못 받고 애만 쓰는 경우도 생기고요. 고객이랑 인테리어 업체랑 안 맞으면 정말 대판 싸움 나요. 원수 저리가라예요.

집닥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았나요.

3년 AS를 내걸었어요. 업계에서 한 번도 없었던 시도예요.

인테리어 업체 대신 AS를 집닥에서 맡아주는 건가요?

네. 보통 인테리어 업체들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AS를 해줘요. 막상 신청하면 잘 안 오는 경우가 있긴 해도요. 우리는 중개 플랫폼이지만, 인테리어 업체의 AS 기간이 끝나도 3년은 집닥이 고객들에게 보장을 해주기도 했어요. 제가 인테리어 전문가잖아요. 처음에는 제가 혼자 다 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규모가 커져서 AS를 담당하는 전문 부서가 생겼어요.

수익 모델은 중개 수수료인가요?

고객들한테는 일절 안 받고요. 인테리어 업체가 집닥 플랫폼에 들어올 때 입점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공사 거래가 되면 그때도 업체들로부터 일정 정도의 수수료를 받아요. 그걸 저희는 AS 비용으로 쓰기도 하고요. 주로 직원들 복지에 많이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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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닥에서는 인테리어 업체 별 가격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같은 평수’, ‘비슷한 디자인’등의 항목으로 다양한 업체의 정보를 비교해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직원들의 부모님들께 따로 월급을 넣어드린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부모님 통장’ 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미혼자는 10만 원, 기혼자는 양가 부모님께 드려야 하니까 20만 원을 넣어드려요.

연봉에 추가로 더해지는 건가요?

그렇죠. 연봉 플러스입니다.

돈을 받은 부모님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네요.

처음에는 ‘이게 뭐야?’ 물으신대요. 그러다 이런 제도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좋아하신다더라고요. 저희 홍보 담당자도 작년 10월에 입사해서, 벌써 부모님 통장에 60만 원이 모였대요. 그걸로 여행 가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부모님 재정 상황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이렇게 시행을 해보니까 부모님들이 직원들 회사에 관심을 가져요. 이름이라도 기억한다는 거죠. ‘신문에 보니까 너희 대표 나왔더라’ 이런 얘기도 많이 하시고, ‘야, 좀 힘들어도 참아라. 이런 회사가 어딨니’ 하는 식으로 동기부여도 해주시고요. 가끔 건강 제품이나 옷을 챙겨서 보내주시는 분들도 있어요. 감사한 일이죠.

수익의 몇 프로 정도가 직원 복지에 쓰이나요.

우리는 벌지 않아요. 마이너스 나는 기업이에요. 제가 살아온 인생을 다 말씀을 드렸잖아요. 저는 돈 버는 데 별로 관심이 없다니까요. 그냥 우리 고객 행복하고, 고용 많이 하고, 우리의 내부 고객인 직원들 행복하고. 그게 다예요.

그래도 장기적으로는 돈을 벌어야, 고용도 많이 하고 회사를 유지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 수익이 마이너스인데 직원 복지에 투자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수익 자체가 안 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난 2월에는 흑자도 났습니다. 하지만 그것 이전에 나와 같이 일해주는 사람들이 늘 너무나 고맙고 감사해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요. 그래서 그렇게 실천하는 것 뿐이에요. 다른 건 없어요. 잘 해주면, 적어도 살판나는 회사가 되잖아요. 최소한 재미는 있고, 다니고 싶다고요. 그러다 보면 자기 주변에 좋은 사람도 데리고 오고요. 회사에 대한 사랑이 커지기 때문에 실적도 실제로 잘 나와요.

돈에 관심이 없다고 하셨지만, 수익 다각화에 대한 고민은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당연히 계획은 있어요. 근데 해봐야 알아요.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해 여러 실험 등을 하고 있습니다.

집닥 조직의 특징이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주인의식 있는 사람이 많아요. 다들 자기 회사라고 생각해요. 최근 ‘집닥 2.0’이라고 서비스 개선을 해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이 아이디어도 내부에서 공모해서 뽑힌 겁니다. 의견 내라고 하면 참여도가 엄청나요. 다 수용해주는 분위기거든요. 회사 서비스 발전에 개개인이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본인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해요.

최근 IoT 분야로 사업 확장을 하실 계획을 발표하셨는데요. 그것도 내부에서 공모한 아이디어가 발전된 사례인가요?

맞아요. IoT 분야 확장에 대한 아이디어는 ‘한 사람이라도 살리자’는 생각에서 나왔어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IoT 기계를 만들어서, 혼자 사는 노인들 집에 설치해주겠다는 내용이에요. 집 안에서 사람이 죽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거든요. 욕실에서 미끄러진 노인이 응급 처치를 못 받아 사망하는 경우도 있고요. 사람을 살리는 IoT를 만들고 싶었어요.

고객층이 노인들이라면, 그것도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업이겠네요.

아니, 돈을 벌면 뭐해요. 돈은 전혀 안 받을 거예요. 처음부터 돈 안 벌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편해요. 근데 생명 하나 살리는 건 의미가 있잖아요.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감히 틀렸다고 말할 수는 있어요. 근데 일단 나한테는 아니었어요. 우주에서 지구를 쳐다보면 콩알보다 작다고 그래요. 그 작은 지구 안에서 싸우고, 전쟁하고, 병들고. 다 부질없어요. 제가 돈에 미쳐서 인생을 망쳐봤잖아요. 아까 말했듯 고객의 행복, 직원의 행복. 여기에 모든 걸 맞춥니다.

얼마 전 65억 원 투자를 유치하셨는데, 투자자들은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이렇게 똑같이 말했는데 투자를 해주더라고요. ‘나는 태어나서 이렇게 살았고, 이렇게 망했고, 다시 사업을 하는데 이제 고객밖에 안 보인다’, ‘고객과 직원을 만족시키는 인터리어계 아마존 꿈꾼다’ 하니까 ‘얼마 필요하시다고요?’ 그랬어요.

지금 직원은 몇 명인가요.

70명이에요. 연말까지 110명 정도로 늘어날 것 같아요.

대표님의 이런 특별한 철학과 방향성을 직원들도 따르게 만들기 위해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궁금해요.

설득은 오래 걸려요. 목표를 같이 만들면 더 빠르죠. 우리 회사 비전, 방향성 이런 것 모두 워크숍 가서 직원들이 만들었어요. 직원들이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많이 배웠고, 일도 잘해요. 제가 잘하는 것도 몇 가지 있죠. 그거에 저는 집중하는 거고요. 많은 일을 직원들을 믿고 맡기고 있어요.

채용할 때 기준은 무엇인가요.

별로 기준이 없어요. 착하면 됩니다. 어질면 돼요. 그런 건 얘기 해보면 알죠.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너무 못되지만 않으면 채용해요. 오늘 또 한 명이 1년 전에 다른 일 하겠다고 나갔다가, 다시 일하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오늘부터 바로 근무해요.

해외 진출 계획은 있으신가요?

없어요. 한국도 넓어요. 통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북한에 집도 짓고 인테리어도 하고 싶어요. 우리 회사 정신이면 백 년도 가고 천년도 갈 수 있어요. 나쁜 기업이 아니니까. 고객과 직원을 사랑하는 정신을 잘 이어가면 백 년은 당연히 갈 수 있다고 봐요.

마지막으로 단기, 중장기 목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출 100억 원을 올해 달성하는 게 목표예요. 지금 추세로 가면 가능할 것 같아요. 앞서 말한 ‘집닥 2.0’의 목표는 고객과 업체 간 매칭 기능을 좀 더 정교화시키는 겁니다. 이 기술을 최적화시키는 게 단기 목표 중 하나예요. 장기적으로 집닥은 건축, 퍼니싱, 인테리어, 쉐어하우스 등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토탈 서비스로 발전해 나갈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 부동산, 홈케어 업체들과 제휴도 많이 맺고 있고요. 고객들이 집닥 서비스를 통해 감동받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단순한가요? 근데 그게 정말 다예요.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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