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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北에 집중하느라 남중국해 주도권 뺏겨”… 美, 뒤늦은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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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기지화 공격 나선 이유는

동아일보

美中 무역협상 돌입… 中 “무역제재 시행 땐 모든 합의 무효 될 것”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앞줄 왼쪽)과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앞줄 오른쪽)가 3일 양국 무역협상 장소인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 도착해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협상에서 양국은 농업, 에너지 등 일부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으나 중국은 “미국이 대중 무역제재를 시행하면 그동안 맺은 모든 합의는 무효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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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미국)는 대중 외교 관계의 99%를 무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중국이 보기엔 남중국해 문제의 우선순위가 낮은 것처럼 비칠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선임연구원은 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CNB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북핵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입지를 확고히 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통령 인터뷰 녹취록 저장 웹사이트 ‘팩트베이스’에 따르면 올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남중국해를 언급한 횟수는 단 한 차례도 없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는 “남중국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 범위에서 멀어져 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조용한 행보는 중국에 ‘프리 패스’를 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에 대해 역대 미국 정부처럼 구두 경고와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대응해 온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들어 강력한 대중(對中) 반격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건 미국 내의 이런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효과를 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식의 과격한 경고 발언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케네스 매켄지 미 합동참모본부 중장은 “미국 군대는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을 점령한 많은 경험이 있다”며 남중국해 내 중국이 만든 인공 섬을 없애버릴 수 있다는 암시를 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어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는 (주변 국가들에 대한) 협박과 강요가 목적”이라고 대중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대중 강경 발언의) 그 다음 차례는 트럼프 대통령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말뿐만 아니라 행동도 심상치 않다.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안보회의가 개최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미 공군은 전략폭격기 B-52를 대만 부근 상공까지 전개했다. 지난달 22, 24일 두 번에 걸쳐 B-52 2대를 남중국해 방향으로 전개시킨 지 일주일 만이다. 지난달 30일 매티스 장관은 71년 만에 태평양사령부의 이름을 ‘인도·태평양사령부’로 바꾼다고 선언하며 중국 견제의 중장기 포석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반격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관 자리를 이어받은 필립 데이비드슨 사령관은 4월 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미국과 전쟁이 나지 않는 한 중국은 남중국해상에서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며 사실상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했다. 테일러 프레이블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정치학)도 2일 CNBC에 “미국은 중국이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못 하게 막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시작하지 않은 일을 못 하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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