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고분로 ‘송리단길’과 성수동 ‘서울숲길’ 카페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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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핵심은 ‘카페’다. 물론 좋은 밥집도 중요하다. 한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개성이 넘치는 공간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실시간 공유하는 ‘카페 투어’가 인기라고 한다. 식상하지 않은 독특한 분위기, 주인이 자부심을 가지고 내놓는 커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별건가? 이런 공간에서 친구, 연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 것이다. 목적지는 서울 송파동 백제고분로 일대 ‘송리단길’과 성수동 주택가 ‘서울숲길’ 일대다.
■ 송리단길
카페에 들르기 전 좋은 밥집 먼저! 송리단길에서도 소문난 일본 나고야 음식전문점 ‘멘야하나비’로 향했다. 오전 11시, 사람들이 골목 끝까지 늘어서 있었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자판기에서 메뉴를 고르고 계산을 마친 뒤 겨우 자리를 잡았다. 일본어로 ‘섞다’라는 의미의 마제루(混ぜる)와 소바(そば)를 합친 면요리 마제소바가 나오는 데 또 20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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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대표 메뉴 ‘나고야 마제소바’는 면발이 우동처럼 굵었다. 하루분을 한정판매한다는 도나꾸 나고야 마제소바는 숯불향이 가득한 돼지고기가 올려져 나왔다. 보기에는 느끼할 것 같아도 파·마늘을 듬뿍 넣어 느끼한 맛을 확 줄였다. 3분의 1 정도 비운 뒤 셰프가 추천하는 대로 다시마식초를 넣었다. 식초는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았고, 소바의 식감을 살려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양념에 밥을 싹싹 비벼 먹었다. 왜 초여름 더위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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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는 ‘카페 마달’이다. 이곳은 사탕수수로 만든 크림을 올린 커피가 유명한데 유럽의 빈티지풍 정원처럼 인테리어가 아기자기했다. 한국 음식을 파는 ‘미자식당’과 바로 옆 브런치 카페 ‘베르베르’도 명소다. 거기도 젊은이들로 왁자지껄했다.
‘가배도’는 꼭 챙겨볼 만하다. 당구장 간판이 걸려있는 낡은 건물 2층에 있다. 굳게 닫힌 철문을 열자 탁 트인 공간이 펼쳐졌다. 일본풍 엔틱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무 창살 틈으로 햇살이 내리는 창가 쪽에 앉았다. 옛 창고 같은 건물 천장은 꽤 높았다. 여기서 주문한 커피는 호주식 카페라테. 우유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부드러웠다. 계란찜같이 생긴 이탈리안식 푸딩은 달콤하면서도 향긋했다.
주택가 생뚱맞은 곳에 있어도
경쟁력 있으면 줄 서는 명소 돼
허름한 골목의 색다른 변신에
잠시나마 또 다른 세상을 경험
송리단길과 2㎞나 떨어져 있다는 오금동의 ‘크럼브’는 디저트 치즈케이크가 유명하다. 얼마 전엔 망고 케이크를 새로 개발했다고 했다. 아쉽게도 당일 케이크 판매량이 모두 소진되고 없었다. 길바닥에 앉아 디저트를 먹던 20대 여성이 “버스로 오기 힘들어 택시를 탔는데 케이크가 떨어지기 전에 구입한 것만도 다행”이라며 웃었다.
송리단길을 소개한 사람은 이용직 투어핀 사장이다. “생뚱맞은 곳에 위치해도 경쟁력이 있으면 줄을 서는 명소가 됩니다.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서점에 진열된 책을 고르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후미진 곳이라도 누구나 좋은 정보를 올리고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새로운 카페를 소개하고 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사이버공간에서 ‘카페 큐레이터’라는 재미있는 명함까지 얻었다”며 “품질 좋은 원두, 특색있는 시그니처 메뉴, 독특한 인테리어 등 3박자를 갖춘 카페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숲길
서울 성수동 서울숲 가까이에 디저트 카페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서울숲 앞 ‘센터 커피’는 골목 끝 2층 양옥집이었다. 카페로 들어서기 전 베이커리 ‘아꼬떼 뒤 파르크’에서 바게트를 샀다. 빈자리는 없었다. 엘살바도르 커피는 신맛의 여운이 남았다. 신맛이 나는 커피는 커피향이 진하다. 센터 커피의 메뉴 중에는 ‘진토닉 게이샤’란 게 있다. 콜롬비아, 브라질, 예가체프는 들어봤지만 게이샤라니? 게이샤는 원두 이름이다. 여기에 진토닉을 섞는단다. 칵테일인지, 커피인지 헷갈리는 메뉴지만 이 집의 대표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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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인근 골목을 걷는 재미는 남달랐다. 평일인데도 서울숲길을 찾은 젊은 층이 제법 눈에 띄었다. 혼자 책을 읽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외국인들도 종종 보였다. 다가구주택 골목길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색다른 분위기를 가진 카페와 음식점이었다.
‘Greyt(그레이트)’는 도무지 카페로 보이지 않았다. 겉모습은 2층 다가구주택.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분위기였다.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메뉴판에서 커피를 골랐다. 라테를 시켰더니 에스프레소 잔보다 조금 큰 100㎖ 잔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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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Greyt)는 회색 건물(Grey)에서 티(Tea)를 판다는 뜻이지요.” 바리스타 겸 사장인 김민중씨(31)는 “캐나다에 있을 때 옆집 할머니가 주신 파운드케이크를 디저트로 개발했는데 반응이 좋다”면서 “바나나를 통째로 으깨 반죽한 뒤 아이스크림을 얹어 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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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후식당’은 식사를 한 뒤 디저트를 즐기는 ‘후식, 당’이란 의미다. 프랑스식 디저트인 피낭시에를 직접 구워낸다. 커피는 드립 커피만을 고집한다. 이 집 다락방에서는 창문 너머로 장독대가 보였다. 어린 시절 만화책을 읽으며 키득거리던 아지트 같았다.
요즘 ‘핫’한 카페는 대로변이 아니라 허름한 골목의 낡은 주택가에 있다. 카페 옆집은 슈퍼마켓과 분식집, 세탁소다. 변변한 간판이 없다. SNS를 보고 더듬더듬 주소지를 찾아가야 한다. 도로는 좁고 주차공간은 부족하다. 옛 집 그대로 저마다 색다르게 변신 중인 주택가의 카페는 잠시나마 또 다른 세상에 빠져들기 딱 좋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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