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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담배회사는 ‘무해한 담배’를 만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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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한겨레

<한겨레>에서 건강 및 보건정책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는 김양중입니다. 이런 제가 담배에 대해 쓴다고 하니, 답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의료전문기자로 일하며 담배 기사를 쓰다보니, 흡연자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되더군요. 담배는 고단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휴식시간을 같이 보낼 애틋한 벗일 때가 많았죠. 그렇다고 그 벗을 계속 간직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노동 조건과 경제적 상황 등 여러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서 담뱃값만 올려 금연을 이끌어 내기란 힘들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하냐를 놓고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첫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는 지난해에는 8개월동안 7870만갑이, 올해에는 지난 4월까지 9700만갑이 팔려나갔습니다. 가파른 성장세죠. 국외에서도 일본, 영국, 캐나다 등 3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흡연률 감소로 고심하던 담배회사들에게 전자담배는 새로운 ‘성장동력’인 셈입니다. 다만 미국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있는 단계로, 아직 시판 허가가 나지 않았습니다. 신상품을 가장 발빠르게 들여올 것 같은 미국이 오히려 안전성 문제에 대해 더 철저한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의 안전성 논란은 지난 7일 식약처의 발표부터 본격화됩니다. 식약처는 당시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나오는 11가지 물질에 대해 조사했는데, 벤젠,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등 9가지의 발암물질 및 위해물질의 농도가 일반 담배에 견줘 크게 낮게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위해물질이 나오기는 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담배를 피울 때 수분과 니코틴을 제외한 성분 모두를 일컫는 타르 농도는 더 높게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 조사하지 않은 다른 위해물질은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식약처의 위험 경고에도 많은 흡연자들은 전반적으로 위해물질 농도가 일반담배보다 낮게 나왔기 때문에 더 안전한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더군요.

얼마 뒤인 지난 18일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는 일반담배를 피우다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지 6개월 만에 암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을 알려주는 일부 검사 수치가 개선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두 발표를 종합하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위해물질도 적고 그 결과 암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도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하다는 것은 여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우선 담배에는 알려진 것만 해도 70종의 발암물질과 7000종의 위해물질이 있습니다. 현재 11종의 위해물질 검사로는 판단이 어렵고,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검사가 매우 많다는 것입니다. 또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250~350도 정도로 가열하는데, 일반담배(650~850도)보다 낮은 온도에서 태우다보니 불완전 연소가 돼 위해물질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필립모리스의 발표에서 몇몇 검사 지표로 암이나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이 줄었다고 하는 것도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암이나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을 예측하거나 진단하는 검사 지표는 수도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가운데 몇몇 지표가 줄었다고 해도 다른 검사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검사 수치가 낮게 나왔어도 그 차이가 적어 질병 발병 위험을 줄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로 바꾼 뒤 수년에서 수십년이 지나 실제로 암이나 심장질환에 덜 걸렸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조사 결과 기다리다 끝나겠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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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시원한 답을 기대하셨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스런 답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담배회사는 금연단체나 외부전문가 등 담배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이들의 검증을 더 거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도 이 검증을 함께 해야 하고요. 정부는 이와 함께 갖가지 스트레스로 담배부터 찾게 하는 사회환경을 개선하면서 금연 관련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 나갔으면 합니다. 특히 흡연율 높은 저소득층에게 담뱃세만 몽땅 내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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