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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월드 트렌드, NOW] 남아공 교통사고 사망자의 환생, 오진인가 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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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중상 입은 여성

시신안치소에서 극적 구조

구급차 업체 관리 감독 허술

“누구나 하고 싶으면 설립 가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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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새벽(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하우텡주(州) 칼턴빌 지역에 있는 한 시신안치소. 적막만이 감돌던 이때, 밤샘 근무를 하던 직원은 반복적으로 들려오는 희미한 숨소리에 귀를 의심했다. 바로 몇 시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성의 시신이 안치된 냉동고에서 난 소리였기 때문이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열어 본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죽은 줄 알았던 희생자가 ‘멀쩡히’ 살아 숨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소개한 황당하고 기막힌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사고가 발생한 전날(토요일) 밤, 지인 3명과 함께 남아공 여행 중이었던 해당 여성은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와 인근 광산도시 칼턴빌을 잇는 간선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셨던 탓인지 운전자가 자꾸 차량을 비틀비틀 몰았고, 결국에는 환자를 이송 중이던 한 구급차량과 충돌하고 말았다. 구급차의 운전자와 환자는 무사했던 반면, 여행객들이 타고 있던 차량은 전복돼 크게 파손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난 경보(Distress Alert)’라는 한 사설구급차 업체 앰뷸런스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 회사의 게릿 브래드닉 매니저는 “뒤집힌 차량 속에 3명이 누워 있었고, 부상당한 한 명은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과속을 하는 다른 음주 운전 차량들 때문에 혼란 그 자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교통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된 뒤, 구급차 대원들은 사고 차량 탑승자들을 살펴봤고 4명 중 맥박이나 호흡 흔적이 없는 3명에 대해 사망 판정을 내렸다. ‘죽었다 살아난’ 여성은 바로 이들 3명 중 한 명이다. 브래드닉은 “그녀가 살아 있다는 징후가 있었다면 우리는 당연히 치료했을 것”이라며 “우리 구급대원들은 충격에 빠졌고 망연자실 상태”라고 말했다.

일부러 오진을 했을 리야 없겠지만, 문제는 남아공에서 운영 중인 대부분의 사설구급차 업체(공식 등록 업체는 51곳)가 관리ㆍ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이다. NYT는 “남아공 9개 주 가운데 해당 사업 부문에 대한 규제가 있는 지역은 웨스턴케이프주 한 곳뿐”이라며 “정부 차원의 감독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근무하는 한 응급구조 요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앰뷸런스 서비스 업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명 구조’를 임무로 하는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생사람을 잡을 뻔했던 사고의 이면에는 허술한 관리 체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사망 오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의료 사고 중 하나다. 비슷한 사고가 빈발하자, 2011년 터키에서는 한 지방의회가 시신보관함 내부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반응하는 경보 센서를 장착하는 법안을 마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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