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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아직 살만한 세상]순경의 기지…SNS 뒤져서 분실폰ㆍ절도범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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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구미 원평지구대 최주원(25) 순경 [사진제공=구미 원평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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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서 자다가 폰 도난당했어요” 신고 접수

-절도범 추정 글 확인…피해자 가장해 현장 검거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난 7월 1일 오전 9시께 경북 구미 남통동의 원평파출소 최주원(25) 순경은 팀 동료가 ‘찜질방에서 자다가 휴대전화를 도난당했다’는 출동 내용을 입력하는 것을 우연히 지켜봤다. 찜질방 CCTV 분석 결과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훔쳐가는 순간은 확인됐지만 그의 인적사항은 확인할 방도가 없는 상황이었다.

휴대전화 도난이라는 말에 최 순경은 갑자기 SNS를 떠올렸다. 얼마 전 한 형사팀이 SNS를 수사에 자주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이스북의 지역 커뮤니티 페이지인 ‘구미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한 남성이 불과 12분 전 검정색 스마트폰 사진과 함께 “찜질방에서 폰 잃어버리신 분?”이라는 게시글을 올려 놓았다. 피해자가 말한 휴대전화 특징과 유사했다. 최 순경은 즉시 휴대전화 분실자로 가장해 글 게시자에게 말을 걸어 찜질방 업소와 습득 시간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곧바로 글 게시자와 접선 장소를 정한 최 순경은 경찰 신분을 숨기기 위해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글 게시자를 속이기 위해 피해자를 통해 휴대전화의 잠금장치인 패턴도 미리 파악하고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동료도 대동했다.

현장에서 글 게시자를 만난 최 순경은 우선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켰다. 피해자가 말한 통신사의 로고가 떴으나 잠금은 풀 수 없었다. 글 게시자가 이미 패턴을 많이 시도한 탓에 휴대전화가 먹통이 된 상태였다. 최 순경이 휴대전화 습득 장소를 묻자 그는 “구미천 인근에서 주웠다”고 답했다. SNS상에서 나눴던 대화와 다른 답변이었다. 비 오는 날 하천에서 주웠다는 그의 답변과 달리 휴대전화는 외관상 깨끗했다. 게다가 그는 CCTV에서 확인한 절도범의 머리스타일과 팔 문신이 일치했다. 그가 절도범임을 확신한 최 순경은 경찰 신분임을 밝히고 범행 사실을 추궁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 훔친 것을 하천 인근에서 주운 것”이라며 “파출소에 가서 억울함을 풀겠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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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범이 페이스북 지역 게시판에 올린 휴대전화 사진과 글. [사진제공=구미 원평파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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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에서 CCTV 영상을 보여주자 그는 그제서야 범행 사실을 실토했다. 알고 보니 그는 새 휴대전화가 필요해 휴대전화를 훔쳐 유심 칩까지 바꿨다. 그러나 잠금장치로 인해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사례금이라도 받을 목적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이었다.

파출소 측은 절도범의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고 연락처조차 없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곧바로 경찰서로 인계했다.

경찰에 신고한 지 서너 시간 만에 휴대전화를 찾으러 온 피해자는 “휴대전화를 찾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해 새로 장만하려고 했는데 곧바로 찾아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평소 형사 수사에 관심이 많다는 최 순경은 “첫 근무지에서 절도범을 잡는 데 기여해 기쁘다“며 “앞으로도 주민을 위해 노력하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2년차 순경의 포부를 당차게 밝혔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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