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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생보사 즉시연금 환급, 약관따라 4갈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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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유형별로 4가지 유형...삼성생명 차감근거 명시 안해 분쟁 소지]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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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추가 지급 권고를 거부한 가운데 다른 생명보험사(이하 생보사)의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당장 한화생명이 다음달 10일까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즉시연금 추가 지급 권고를 받아들일지 결정해야 한다. 다음달 말에는 KDB생명의 즉시연금 과소지급 논란에 대해 분조위가 열린다.

주목할 점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KDB생명의 즉시연금 약관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KDB생명과 하나생명의 약관은 비교적 상세해 연금을 추가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제가 되고 있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약관 유형이 4가지로 나뉜다. 즉시연금은 노후자금 마련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가 생보업계에 주문해 만든 업계 공동상품으로 22개 생보사가 팔았다. 생보사들이 공동상품 개발 후 사후보고 형식으로 상품을 추가 신고하면서 약관 종류가 4가지로 갈렸다.

즉시연금은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뺀 금액을 공시이율로 운용해 매달 운용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험료를 제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운용수익 일부를 만기에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만기 환급 재원(책임준비금)으로 쌓는데 약관에 이를 명확히 기재하지 않아 연금 과소 지급 논란이 벌어졌다.

◇삼성생명형, 약관에 직접적인 연금액 계산 방법 없어=가장 문제가 되는 약관은 삼성생명형이다. 약관에 ‘연금계약의 적립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금월액을 매월 계약해당일에 지급한다’고 기재돼 있어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떼겠다는 내용이 전혀 없고 연금월액을 어떤 식으로 계산하는지 내용이 빠져 연금액 계산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차감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분조위 결론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연금액이 책임준비금 산출식에 포함되는데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명기해 연금액에서 책임준비금이 빠진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은 2017년 11월14일 분조위가 만기 환급 재원으로 쌓은 책임준비금까지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한 이후 약관을 두번 고쳤다. 올 1~ 4월까지 판매한 상품 약관에는 ‘연금계약의 연금재원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여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수정했고 이후 ‘연금계약 재원을 기준으로 공시이율을 적용하여 산출방법서에 따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을 제외하고 계산한 연금월액’이라고 상세히 재수정했다.

◇한화생명형, 책임준비금 ‘차감’ 대신 ‘고려’로 써서 문제=한화생명형은 삼성생명형보다 더 직접적으로 연금액 계산시 책임준비금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밝혔으나 분조위는 단어 사용을 문제 삼아 삼성생명형처럼 책임준비금까지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약관에 ‘연금개시시의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연금을 지급한다고 했는데 약관 다른 항목에 ‘차감’이란 단어를 썼다는게 이유였다. 분조위는 한화생명이 ‘고려하여’와 ‘차감하여’라는 용어를 약관에서 구별해 사용했다며 ‘고려하여’가 책임준비금을 뗀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KDB생명형, 소비자에게 산출방법서 설명 여부가 핵심=KDB생명·하나생명형은 약관에 ‘책임준비금 기준으로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연금액’이라고 표기했다.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가 만기 때 보험료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재원을 차감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분조위가 산출방법서를 약관으로 인정해줄지 여부가 관건인 만큼 보험사가 산출방법서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로 꼽힌다. KDB생명형은 앞서 두 유형에 비해 명확하지만 분조위가 삼성생명형에서 약관에 기재한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를 연금액 산출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이다. KDB생명의 연금 과소지급 여부는 이르면 다음달 말 열리는 분조위에서 결론 난다.

◇농협생명형, ‘적게 하여’라고 기재한 것이 신의 한 수=과소지급 논란에서 비껴간 농협생명형 약관은 ‘가입 후 10년간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방법에 따라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 10년 이후 연금계약 적립금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고 기재했다. 금감원은 ‘연금월액을 적게 하여’라는 문구를 차감의 의미로 해석했다.

분조위 결정으로 즉시연금 과소지급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으나 이는 아직 분조위 결론이 나지 않은 KDB생명형도 포함한 수치다. 또 보험사들은 4가지 유형 중 한 유형만 판매한 것이 아니라 여러 유형을 뒤섞어 팔았다.

금감원이 주장하는 과소지급액은 어느 시점의 공시이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삼성생명의 과소지급액으로 추정되는 4300억원은 지난해 11월 분조위 결정 시점으로부터 과거 3년간 덜 지급한 연금액에 만기 때까지 추가 지급할 연금액과 만기 지급 재원을 모두 합한 수치다. 소멸시효를 인정해 과거 3년 금액만 합한 것.

삼성생명이 금감원 요구대로 4300억원을 전액 지급한다고 결정했더라도 과거 3년치 과소지급분은 한꺼번에 지급하고 만기 지급 재원은 당장 충당금으로 쌓아야 하지만 만기 때까지 추가 지급해야 할 연금은 매월 연금에 얹어 지급하면 된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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