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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자영업자 얼마나 안좋길래]"월 1,500만원 손실, 버티기 힘들어...가게 팔리기만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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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 종로·신촌·숙대입구역 등 불꺼진 매장 수두룩

근로시간 단축으로 직장인 회식 줄어 매출 20~30% 하락

대로변 곳곳 '임대문의' 딱지...대형매장은 불황에도 선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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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작년 오픈 당시만 해도 오전5시까지 운영했지만 점점 장사가 안 돼서 지난해는 자정, 올해부터는 오후10시 반에 마감합니다. 올 들어 두 달 빼고는 전부 마이너스였고 이번달에도 1,500만원 정도 손실을 봤어요. 최근 정직원 두 명이 그만뒀는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보충할 계획도 접었습니다. 이미 매물로 내놓고 팔리기만을 기다리는 상태입니다. 이 근방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됩니다.” (종로2가 프랜차이즈 고깃집 점주)



경기 불황에 2년 연속 큰 폭으로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종로와 신촌·숙대입구역 인근 등 대형 상권부터 대학가 골목 상권에 이르기까지 자영업 실태를 취재한 결과 임대 딱지를 붙인 매장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아직 영업 중인 매장들도 “그만두고 싶지만 가게를 양수할 사람이 없다”며 힘겨운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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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꺼진 종로·신촌 거리···‘임대’ 딱지 곳곳에=최근 기자가 찾은 종로 상권. 오후10시인데도 종로 먹자골목에는 컴컴하게 불이 꺼진 매장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1~2년 전 폐업한 대형 술집 두 곳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고 대로변의 상점에도 ‘임대문의’ 딱지가 붙어 있었다. 같은 시각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북적여야 할 신촌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로변에 2층 규모의 신발 편집숍 ‘폴더’가 불을 끈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고 포장마차나 치킨·고깃집, 카페 등 소형 매장들도 한 골목당 1~2개꼴로 ‘임대’를 내걸었다. 한 골목당 1~2곳은 폐업한 매장일 정도였다.

종로와 신촌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 상권인 숙명여대 인근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대학과 오피스가 적절히 배치돼 있어 나름대로 안정적인 상권임에도 빈 매장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불이 꺼진 한 매장에는 ‘권리금 없음’이라는 안내까지 붙어 있었다. 뜨내기 가게만 문을 닫은 것도 아니다. 근방에서 20년간 영업했던 미성식당도 몇 달 전 폐업을 결정했다.

신촌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은 “가게를 내놓은 지 1년째지만 나가지 않는다.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며 “웬만큼 좋은 상권에 잘되는 가게가 아니면 집기를 무료로 넘기고 심한 경우는 월세 수개월 분을 대신 내준다고 해야 가까스로 거래가 성사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숙대입구에서 40년째 속옷 장사를 하고 있다는 터줏대감 김현숙(60) 사장은 창밖을 가리키며 “건너편 매장도 간판만 달려 있지 문 닫은 지가 꽤 됐다. 그 옆 매장도 빈 가게고 2층에도 몇 군데 가게를 뺐다. 지난해부터 쭉 비어 있는 곳도 있다”며 “오랫동안 해온 일이고 별다르게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계속 운영은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직원도 쓰지 않고 있지만 올해는 정말 힘든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또 다른 악재 근로시간 단축··· 가게 팔리기만 기다려=자영업자들은 지속적인 비용 상승 속에서 닥친 소비 절벽에 절망하고 있었다. 영업시간과 아르바이트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지만 꼭 닫힌 지갑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

용산구 갈월동에서 돼지고기구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혜연(40) 사장은 “자영업에 뛰어든 지 8년 정도 됐다. 해마다 힘들었지만 올해는 정말 어렵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주변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면서 저녁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떨어졌다. 나를 포함해 직원이 총 네 명이었는데 두 명을 내보내고 둘이서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부담이 크지만 뽑으려고 해도 뽑을 사람이 없다”며 “고깃집 일은 힘들어서 월급을 더 준다고 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신촌에서 10년 이상 고깃집을 운영해온 양상민(38) 사장 역시 “학생 단체 예약도 줄고 직장인 회식도 줄면서 매출이 30% 이상 빠졌다”며 “축제 기간에도 단체 손님이 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고통은 영세한 자영업자일수록 더 크게 다가온다. 올 2·4분기 외식산업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외식업체의 좌석·매출액 규모가 소형일수록 경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반대로 대형매장의 고가 가격대 업체일수록 경기회복 추세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非)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경기전망지수는 프랜차이즈(직영·가맹)보다 큰 폭으로 낮았다.

상황이 이렇자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프랜차이즈에만 더욱 문의가 몰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안정된 시스템을 제공하지만 창업 비용 또한 높다.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자영업 창업의 문턱도 높아지는 셈이다./박윤선·변수연·허세민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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