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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 로키산맥 넘어 호수까지…기차로 대자연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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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캐나다 서부 산악지역을 관통하는 동서 횡단열차 비아레일. [사진 제공 = 캐나다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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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만년설에 뒤덮인 캐나다 로키산맥 최고봉 롭슨산(3954m)을 지나고 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로키산맥의 장엄한 풍경이 차장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다. 현실이라고 믿기엔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에 사고의 지평은 일상의 한계를 초월한다.

알랭 드 보통은 여행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좋은 운송수단은 열차라고 평가했다. 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열차 안에서 꿈꾸듯 바깥 풍경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영감이 떠오른다. 열차의 덜컹거리는 소음과 흔들림 속에 오히려 자신 내면으로 돌아오는 고요한 명상의 순간을 체험할 수 있다.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는 쉽사리 도달할 수 없던 몰입의 순간을 원한다면 캐나다 국영 비아레일(VIA Rail)을 타보자.

비아레일은 단순히 교통수단이 아니다. 여행 그 자체다. 러시아 다음으로 넓은 캐나다 전역을 온전히 감상하려면 기차여야 한다. 대신 비아레일은 비교적 비싸고 느리다. 시간과 돈, 둘 중 어느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는 가난한(?) 여행자라면 다시 한번 고민할 수밖에 없다.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4467㎞에 걸쳐 있는 캐나디안 라인의 경우 비행기로 5시간 270달러(약 23만원) 정도인데 기차로는 꼬박 사흘 넘게 달려 침대칸의 경우 총 150만원 정도 든다. 다른 짧은 구간의 경우도 하루 50만원 정도. 게다가 연착도 빈번해서 일정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시간과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그래서 그 어떤 여행보다 사치스럽다. 하지만 천천히 가는 시간 속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여행이라는 사치를 원한다면 그 정도는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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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시내 구간을 달리는 비아레일. 오른쪽 위에 보이는 건물은 CN타워 전망대. [사진 제공 = 캐나다관광청]


1955년에 만들어진 비아레일 스테인리스 객차는 지금의 여행자에게는 낡고 비좁다. 행여 복도 건너편 상대방과 마주친다면 둘 중 누가 양보해야 할 정도다. 좌석은 총 다섯 가지 유형으로 자리만 제공되는 1인석, 침대형 1·2인석, 객실형 2인석, 트리플 객실이 있다. 침대형 1인석은 좌석 앞이 바로 변기다. 객실형 2인석도 가로세로 2m가 넘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는 실용적 디자인과 기능에 불편함은 없다. 좁은 그 안에 세면대, 정수기, 옷장, 선반, 선풍기까지 알차게 채웠다. 팔걸이 라운지 의자는 밤이 되면 침대로 바뀐다. 객차 2량마다 배치된 전담 승무원이 벽 속에 숨겨둔 매트리스를 마술처럼 세팅해준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능한 승무원은 24시간 언제든 집사처럼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천천히 가는 여행이 주는 여유로움 때문일까. 아니면 비아레일 객차 시설의 고도의 전략 때문일까. 오히려 이 불편하고 좁은 복도 때문에 이방인과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기도 하고 이부자리를 챙겨주는 승무원에게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도 있겠다.

비아레일은 자동차로는 쉽게 가지 못하는 험준한 로키산맥과 대평원,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호수 사이를 달린다. 객실 차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이 갑갑하다면 공용 공간인 스카이라인카로 가보자. 360도 경치를 볼 수 있는 시원한 유리 지붕의 돔카에서 파란 하늘과 더 가까워진다. 라운지에 앉아 부지런히 달려오는 풍경을 내다보고,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신다.

풍경이 지루해졌다면 라운지에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안면이 생긴 동승객들과 보드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자. 좁은 객차 라운지지만 흥겨운 라이브 공연도 있다. K팝에 엄지들 들어 보이던 캐나다 현지 혼성 밴드 제네시아의 흥겨운 리듬에 몸을 움직여도 좋다.

여행의 즐거움 중 미식이 빠질 수 없다. 다이닝카에서 하루 세 번 갓 조리된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서빙 때마다 교체되는 순백의 식탁보와 정렬된 식기들에서 비아레일의 식사가 단순히 포식이 아닌 미식을 위한 노력임을 알 수 있다. 조식부터 셰프의 특선 메뉴로 시작한다. 점심과 디너는 육류, 가금류, 해산물, 채식 코스 요리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요리와 어울리는 다양한 캐나다 현지 와인들을 고를 수 있다. 디너 코스의 마지막 디저트와 초콜릿, 커피까지 들고 나면 식탁으로 인사 나온 셰프와 스태프에게 절로 감사의 박수를 치게 된다.

▶▶비아레일을 100배 즐기는 꿀팁

◇기본 정보=캐나다 비아레일은 현지인들도 쉽사리 경험하지 못한 특별한 체험이다. 비행기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밴쿠버에서 토론토에 이르는 캐나디안 라인에서 재스퍼~밴쿠버 구간(운행시간 약 18시간)만 이용하는 것도 좋다. 기차에 앉은 채로 로키산맥을 넘으며 3시간에 걸쳐 주변 절경을 본다.

◇노선=비아레일은 매주 열차 503편이 캐나다 전역 450개 지역을 연결한다. 총연장만 1만2500㎞에 이른다. 대표적인 기차는 캐나다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캐나디안 라인과 동부 도시를 연결하는 코리더 라인 등이 있다.

◇요금=6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성수기 요금을 적용한다. 토론토~밴쿠버 편도 이코노미 좌석은 성수기 요금으로 800캐나다달러(약 67만5000원), 비수기 요금으로는 667캐나다달러(약 56만3000원)이다. 객실형 2인실 침대칸의 경우 성수기 3274캐나다달러(약 276만3600원), 비수기 2751캐나다달러(약 232만2000원). 비아레일 홈페이지, 비아레일 한국어 홈페이지에서 예약·결제할 수 있다.

◇가는 법=캐나다 64개 도시, 미국 60개 도시를 운항 중인 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와 토론토를 매일 오간다. 밴쿠버까지는 약 9시간30분, 토론토는 약 13시간이 걸린다.

※ 취재협조 = 캐나다관광청, 에어캐나다, 헬로캐나다

[캐나다 = 손성봉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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