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카나 점주 “재료·인건비 부담”
사유서 쓰고 1000원 셀프 인상
호식이 일부 매장도 2000원 올려
교촌·BBQ·bhc는 배달료로 충당
본사, 공정위 제재 우려로 안 나서
치킨 가격이 다시 들썩인다. 페리카나·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은 최근 가맹본부가 아닌 가맹점주 주도로 각 메뉴 가격을 1000~2000원 올렸다. 사진은 대구 서부시장 프랜차이즈 특화거리.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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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격을 올리지 않은 페리카나 가맹점도 언제 올릴지 눈치를 보고 있다. 서울 서대문·마포 일대 10여 군데 페리카나 가맹점주 모임에 가입된 한 점주는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른다니 어쩔 수 없이 제품 가격을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페리카나 점주는 “제품 가격을 올리기보다는 배달료를 따로 받는 방법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치킨 등 배달음식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나 인상 방식이 예전과 다르다. 가맹본부가 가격 인상안을 발표하는 게 아니라 가맹점이 독립적으로 인상에 나서는 ‘아래서 위로’ 방식이다.
이동선 페리카나 홍보팀장은 “가맹본부 차원이 아닌 매장 자체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올해 20곳의 가맹점이 가격 인상 사유서를 제출해 본사 검토를 거친 후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는데 이런 업소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은 가맹본부와 협의를 통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가맹본부는 권장 소비자가를 제시할 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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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의 배달료 유료화는 지난 5월 시작됐다. 소비자 저항이 큰 가격 인상을 피한 우회적인 방식이다. 교촌은 전 매장에서 배달료 2000원을 따로 받고 있다. 이후 BBQ·bhc의 일부 매장도 ‘배달료 따로’ 정책을 뒤따랐다. BBQ 매장의 20~30%(약 300~400개), bhc 매장의 5%(약 70개)가 배달료를 따로 받는다. 또 중저가 치킨 프랜차이즈의 상당수 매장도 배달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가격(배달료 포함)을 올린 치킨 매장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은 “bhc 매장 중에 배달료를 따로 받는 매장이 전체의 5%라지만 실제는 더 될 것”이라며 “배달료뿐 아니라 최근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린 매장도 상당수 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후라이드치킨 한 개를 팔면 식자재 원가가 56%에 달한다. 하지만 가맹 본부는 공급가 인하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결국 그것이 배달료 별도 부과나 가격 인상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BBQ 등 유명 치킨 브랜드는 지난해 가맹본부 차원의 가격 인상을 시도하다 여론의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등 조사에 들어가자 철회하는 등 소동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소 기류가 바뀌었다. 인건비 상승 등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은 “비용 상승으로 마지못해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 가맹본부도 암묵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대부분 배달을 통해 이뤄지는 치킨업종의 특성상 최근 가맹점주에게 이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맹점이 주도하는 치킨점의 가격 인상은 다른 프랜차이즈로 확산될 조짐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치킨 가격이 오르면 경쟁 상대인 패스트푸드·피자 등도 가격 인상 여지가 발생한다”며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확산 될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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