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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자영업자 569만명 세무조사 유예…실효·적절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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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저임금 부담 덜려고

내년 말까지 한시 유예

신고내용 확인도 면제

“불성실 납세자 이득” 우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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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고소득 전문직을 제외한 소규모 개인사업자 및 기업주 569만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내년 말까지 전면 유예하기로 했다. 이번 조처를 두고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고충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세무조사 유예의 실효성과 적절성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16일 국세청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부담 축소 및 세정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영업자 대책의 일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세청장으로부터 관련 대책을 보고받으면서 “세무당국이 현장 방문을 통해 자영업자의 고충을 청취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세무조사 유예 또는 면제 등 세금과 관련한 경제적인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년에도 일부 업종에 한정해 131만명의 중소기업주 및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등 경기악화 국면에서 비슷한 조처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상 폭이 넓기는 처음이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경우 수입액(매출)이 도·소매업은 6억원 미만, 제조업과 음식점·숙박업은 3억원 미만인 519만명이 세무조사 면제 대상이다. 전체 개인사업자(587만명)의 89% 수준이다. 이들에 대해 2019년 말까지 세무조사 착수가 유예되는데, 이미 조사 착수가 사전 통지된 경우라도 자격이 되는 납세자가 신청하면 세무조사가 미뤄진다. 또 납부세액의 적정성을 따져 문제가 있을 경우 소명의무를 부과하는 신고내용확인(사후검증)도 면제된다.

법인사업자의 경우, 업종별로 일정 매출액(금융·보험업 80억원 이하, 음식점·숙박업 10억원 이하 등)에 미달하는 소기업주 50만명(전체 법인의 71%)이 면제 대상이다. 2011년부터 연매출 100억원 이하 중소법인이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납부세액에 대한 적정성 검증도 면제된 셈이다. 다만 국세청은 “탈세 제보를 통해 명백하고 구체적인 탈루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엄격한 검증을 실시하고 부동산임대업이나 유흥주점, 의사·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은 이번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세청의 세무조사 면제 조처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과 적정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 영세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나 신고내용 확인 자체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온 탓에 이번 조처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를 내겠냐는 것이다. 2016년 기준 전체 개인사업자 548만명 가운데 세무조사를 받은 사업자는 4985명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만건을 넘겼던 신고내용확인 건수(법인·개인 사업자)도 지난해 2만1천건까지 줄어든 상태다. 더구나 2020년 이후 세무조사가 재개돼 뒤늦게 세금탈루 사실이 적발될 경우 이자 성격의 가산금까지 붙어 납세자 입장에서는 세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심리적인 측면에서 긍정적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상당 부분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검증이 완화된 상황에서 추가 대상 축소가 아닌 완전 면제라는 방식을 취하게 되면 일부 불성실 납부자에게만 이득이 되거나 ‘탈세를 해도 괜찮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승희 국세청장은 이날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고내용확인 대상자가 50% 정도 줄고, 정기 세무조사도 25% 정도 줄어드는 실질적 효과가 있다”며 “구체적이고 명백한 탈세 혐의가 있을 때는 적법조치를 해 성실납부 분위기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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