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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작은 섬들의 환대…낯선 풍경의 설렘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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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로 떠난 일주일간의 여행

주인장이 18년간 가꾼 정원 ‘소낭구펜션’

고운 모래와 매끈한 몽돌 품은 ‘거제 동부해안’

번잡함 피해 찾은 ‘외도와 지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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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록적인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던 8월 초. 무더위를 피해 찾아간 곳은 경남 거제다. 이전 여행이 어디를 꼭 가야 하는 ‘여행코스’에 집중했다면 이번 여행은 낯선 환경에서 얻는 ‘영감’과 재충전을 위한 ‘머뭄’이 더 큰 목적이었다. 여기에 가족과의 교감도 추가했다. 산더미 같은 일거리를 잠시 뒤로 미루고, 그동안 무심했던 가족에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장소가 그리 중요하진 않지만 ‘떠남’을 업으로 삼은 나에게는 ‘머뭄’이, ‘머뭄’이 일상인 가족에게는 ‘떠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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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평 정원 거닐며 마음의 안식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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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은 숙소다. 단순히 잠자는 곳이 아닌 여행목적지다.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일운면의 ‘소낭구펜션’. 옥녀봉 맞은편 산 중턱, 거제대 정문 바로 아래 자리하고 있다. 소낭구펜션은 정원으로 유명하다. 주인 박정명 씨가 무려 18년 동안 분재 다듬 듯 가꾼 정원이 무려 2000여평에 달한다.

소낭구는 소나무의 경상도 사투리다. 이름처럼 정원에는 잘 생긴 소나무가 유난히 많다. 특이한 점은 정원 나들목마다 옆으로 길게 누운 소나무가 있다는 점이다.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지나게끔 했다. 여기에 벽을 쌓듯 큰 돌을 쌓아 만든 폭포에서는 청아한 물소리와 새소리가 합주하고, 황토를 다지고 돌을 둘러 옛 기법대로 만든 연못에서는 연꽃 사이로 비단잉어 수십 마리가 헤엄쳐 다닌다.

오솔길에는 침목을 깔고 나무터널을 만들었다. 곳곳에 놓아둔 물확에서는 개구리들이 인기척에 놀라 펄쩍 뛰어오른다. 구사일생으로 이곳에 옮겨온 키 큰 팽나무 아래의 통나무 시소와 삐걱대는 나무그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돌 틈에는 야생화가 철에 따라 피었다 지곤 한다. 앉고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나무의자가 있거나 원두막이 그늘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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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정원에 집들도 제대로 앉았다. 남향으로 금송정·육송정·해송정·풍양정·운양정·토양정·석양정·서마실·동마실·아랫마실 등 옛 정취 물씬 나는 한옥은 정갈하기 이를 데 없다. 사무실로 쓰는 너와집, 창고로 쓰는 굴피집, 관리원들이 사는 황토집·초가에 이르기까지 지붕 하나 이는 것에도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창가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멀리 호수처럼 잔잔한 지세포항의 전경이 펼쳐지고, 눈을 들면 옥녀봉이 아름다운 자태로 서 있다. 달 밝은 날 지세포 바다에 비친 달이 파도에 살랑거리는 풍경, 해무가 올라왔다 걷힐 때의 풍경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처마에 부딪친 바람은 방안으로 빨려들듯 밀려온다. 해풍에 나뭇잎 서걱대는 소리는 파도소리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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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모래, 매끈한 몽돌 품은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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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거제를 찾은 이유다. 가족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해수욕이어서다. 거제에는 해수욕장만 16곳에 이른다. 그중 동부해안에는 이름난 네 곳이 있다. 두 곳은 모래 해변이고, 나머지 두 곳은 몽돌해변이다.

1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면 가장 먼저 ‘와현모래숲해변’을 만난다.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해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들어앉은 해변이다. 물이 맑고 바다가 잔잔한 게 특징이다. 백사장 길이는 500m 정도로 짧은 편. 폭은 100m 정도여서 고운 모래가 발에 밟히는 감촉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다.

‘구조라해변’도 지척이다. 거제에서도 질 좋은 모래와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름이 난 곳이다.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전국 청정 해수욕장 20선’에 선정한 곳이다. 동쪽으로 거제의 ‘풍경 전망대’인 망산과 서쪽으로 수정봉, 앞쪽으로는 안섬·윤돌섬 등이 어우러져 수려한 풍경을 펼쳐 낸다. 으뜸은 ‘해변’이다. 해변 길이가 1.2㎞, 폭 30m다. 모래는 비단같이 부드럽고 바다는 맑고 깨끗하다. 해변 옆에 바다로 툭 튀어나온 수정봉이 거센 물결을 막아줘 대체로 물결이 잔잔하고 수심은 완만하다. 여기에 수온도 적당해 좋은 해수욕장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가장 적합한 해수욕장이다.

길을 남쪽으로 재촉하면 ‘학동흑진주몽돌해변’이 나온다. 국도변 요지에 자리해 한여름이면 제법 많은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곳이다. 몽돌은 해안에 깔린 돌들이 오랫동안 파도에 씻기고 다듬어지면서 어디 하나 모난 데 없이 크기도 비슷하게 둥글둥글해진 돌이다. 어느 계절이든 안심하고 맨발로 다닐 수 있고 잘 밟고 다니면 지압에도 좋다. 학동 몽돌은 약 1.2㎞에 걸쳐 있다. 하얀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밀어닥치면 몽돌은 파도에 이리저리 밀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14번 국도가 끝나는 지점인 다포삼거리에서 1018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여차몽돌해변이 나온다. 학동흑진주몽돌해변과 같은 몽돌 해변이다. 차이라면 조금 더 조용하고 해수욕보다 풍경 감상에 더 좋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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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앞바다 작은 섬에서 번잡함을 피하다

여름 휴가철 거제는 피서객으로 북새통이다. 이런 번잡함을 피해 거제 앞바다에 총총히 박힌 섬으로 간다. 무려 70여개가 넘는 작은 섬이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그중 여행자들을 싣고 가는 배로 당도할 수 있는 섬은 일부 섬에 불과하다. 섬 하나가 통째로 정원을 이룬 외도가 간판격이고, 늦봄의 동백으로 이름난 지심도, 최근에야 길이 놓인 내도 등을 꼽을 수 있다.

외도는 섬 전체를 이국적인 정원으로 꾸민 해상공원이다. 14만 8760㎡(약 4만 5000평)에 불과하다. 겉으로는 한 개의 섬 같지만, 실제로는 동도와 서도로 나뉜다. 이 중 서도는 공원으로, 동도는 자연상태 그대로의 동백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도의 정원은 어디든 나무랄 데 없다. 정원 구석구석과 해안으로 이어지는 동선은 근사하다. 섬은 긴 시간의 노동과 정성으로 더 손댈 곳이 없는 모습이다. 구태여 흠을 잡자면 관광객을 가득 태운 유람선이 한꺼번에 몰려 바다 위에 정박할 정도로 번잡스럽다는 정도다. 또 타고 온 유람선으로 섬을 나가야 하는 원칙 때문에 2시간 안쪽만 머물 수 있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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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심도는 외도와는 정반대 분위기다. 거제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5㎞ 남짓 떨어져 있다. 너비 500m, 길이 1.5㎞의 자그마한 섬이다. 동백나무와 함께 후박나무, 소나무 등 3종의 식물이 뒤섞여 자라는데 10그루 중 7그루가 동백이다. 섬 전체가 동백숲인 지심도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붉은 꽃이 후드득 떨어져 융단처럼 덮이는 늦봄 무렵이다. 그러나 여름날 짙은 동백 숲 터널도 이에 못지않다. 어둑한 동백 숲과 함께 일제강점기의 포대와 진지 등을 짚어가며 둘러보는 맛도 괜찮다. 거제도가 피서 인파로 북적이는 한여름에 찾는 이가 많지 않다는 점에도 점수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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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대전을 지나 비룡분기점에서 대전∼통영고속도로로 갈아타고 통영까지 간다. 통영에서 14번 국도를 타고 신거제대교를 건너면 거제도다. 서울역에서 부산역까지 KTX로 이동한 뒤 차를 빌려 거제로 향하는 방법도 있다. 부산역에서 거제까지는 50분 남짓. 가덕도를 거쳐 거제시 장목면까지 잇는 거가대교를 타야 한다. 차량으로 이동한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를 갈아탄다. 이어 통영을 지나 거제대로를 따라 약 15㎞를 내려간다.

△먹을곳=장승포 ‘항만식당’은 해물뚝배기, 상동동 ‘백만석’은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하다. 여기에 ‘싱싱게장’도 알아주는 거제 맛집이다. 옥포의 ‘타이웨이’는 탄탄면과 탕수육, 고현터미널 근처의 미루차이나는 꽃게가 통으로 들어간 짬뽕이 유명하다. 소낭구펜션의 카페 ‘마실’에서는 주인장이 만든 독특한 ‘단호박식혜빙수’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냉대추차와 냉유자차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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