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북아프리카 난민 수용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EU)이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 난민에 가장 적대적인 나라는 이탈리아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8일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볼로냐에 위치한 카타네오 연구소는 '이탈리아에서의 이민자: 실제와 관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EU) 각 나라에 체류하는 실제 이민자 수(EU 회원국 국민을 제외한 숫자)와 관념 속 이민자 숫자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큰 나라가 이탈리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실제 이민자의 숫자는 총 인구의 약 7%인데 반해, 대다수의 이탈리아인은 자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 수가 전체 인구의 25%에 달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17.4%포인트에 달하는 이 같은 현실과 관념 사이의 격차는 유럽에서 가장 큰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 국민이 실제 난민 수보다 약 4배 많은 이민자 또는 난민을 자국에 받아들였다고 잘못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이 연구소는 설명했다.

이탈리아에 이어 이민자 수에 대한 실제와 인식 간 격차가 큰 나라는 포르투갈(14.6%포인트), 스페인(14.4%포인트), 영국(12.8%포인트), 그리스(11.1%포인트), 오스트리아(9.7%포인트), 프랑스(9.1%포인트)·폴란드(9.1%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스웨덴(0.3%포인트), 덴마크(2.2%포인트), 네덜란드(3.8%포인트), 독일(4.4%) 등은 이민자 수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현실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연구소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응답자의 74%가 범죄율 상승은 이민자들의 책임이라고 답변, 유럽 평균인 57%를 크게 웃돌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민자들이 많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대답한 이탈리아 응답자 비율은 58%에 달했다.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적대적인 반난민 감정에 편승, 난민 강경 정책을 부르짖는 극우정당 '동맹'이 지난 3월 총선에서 약진해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이탈리아에는 2014년 이래 65만 명이 넘는 난민이 지중해를 통해 입국했으나, 이들 난민 가운데 3분의 2 정도는 이탈리아를 거쳐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과 북유럽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호 기자 stilcut@segy.eoc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