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급격한 인상 비판
업종별 차등 적용 등 3개항 요구
야당 정치인 53명도 참석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한국외식업중앙회·소상공인총연합회 등 3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집회에는 전국에서 3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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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돼 직원 한 명을 내보냈다. 대신 지난해 어깨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은 아버지가 아침부터 고추 포대를 나르신다.”(경기도 용인시 횟집 ‘서해회바다’ 원상우 대표)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소상공인 총궐기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소상공인도 국민”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정숙희 회장은 “정부에 우리의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아침부터 전남 목포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며 “업종에 따라 적합한 최저임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서울은 호우 예비특보가 발효되는 등 궂은 날씨였지만 많은 자영업자가 전국에서 모여들었다. 소상공인생존권운동연대가 주최한 ‘소상공인 총궐기의 날’ 행사엔 주최 측 추산 3만 명, 경찰 추산 1만 5000명이 참석했다. 오후 4시쯤부터 빗줄기가 거세졌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차장은 “불과 2년 정도 기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항의와 분노를 담아 29일을 총궐기의 날로 정했다”고 밝혔다.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집회를 시작하며 “우리 자영업자는 저임금 근로자를 착취하는 나쁜 국민으로 매도됐다”며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똑같은 국민이다. 자영업의 종말은 곧 대한민국의 파산을 의미한다”고 호소했다. 종로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이모씨도 “점심 장사만 놓고 봐도 120그릇 정도 팔던 걸 이제는 70~80그릇밖에 팔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장사 접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일방적으로 결정된 2019년 최저임금 결정안 관련 사과와 5인 미만 사업장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즉시 마련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입법 처리 ▶소상공인도 존중받는 경제정책 대전환 등 세 가지 사항의 요구를 내걸었다. 집회에 참여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고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10.9% 더 인상된다. 경영계는 즉각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난타 공연으로 시작한 집회는 살풀이 공연을 마지막으로 오후 6시30분쯤 끝났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회장단의 삭발식도 진행됐다. 집회를 마무리한 뒤 50여 명의 소상공인은 끝까지 남아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이날 집회엔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정치인 53명도 참석했다. 의원들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정부를 비판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자영업자가 이미 죽어 가고 있는데 약을 줄 생각은 안 하고 정부는 믿고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고 있다”며 “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론에만 존재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서 벗어나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국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장사가 잘돼야 하고 매상이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에 경고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 나와서 경청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취약 자영업자를 위해 올해 지원한 일자리 안정자금을 내년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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