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로 가계대출 줄었지만
개인사업자대출 증가폭은 더 커져
7월에만 2조5000억원 늘어나
금융당국이 주담대 규제 강화하자
은행들 개인사업자대출 늘린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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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은행들이 음식점 등 생계형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사실상 가계대출과 구별하기 어려운 개인사업자대출(SOHO)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속된 경기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영세 자영업자의 폐업 등으로 대출 부실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가계대출 줄자 소호대출 급증…왜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5000억원 늘어난 30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이 6월의 2조원보다 커졌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5조8000억원 증가했다. 전체 기업 대출 증가액(30조8000억원)의 절반 이상을 자영업자 대출이 차지한 것이다. 반면 전체 가계대출은 증가폭이 줄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4조8000억원 늘어난 79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6월 증가액(5조원)보다 2000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이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추가로 돈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편법 우회대출을 해줬다는 분석이다. 경기악화로 부실 우려가 큰 자영업자대출에 대한 감독당국의 규제를 비웃듯 정반대의 행태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도 “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개인사업자대출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포용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방침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기업대출을 통해 실질적인 가계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개인사업자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지만 소규모 자영업 특성상 얼마든지 생계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상당 부분을 가계부채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선 자영업자대출을 일일이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도 “자영업자 소액 대출을 생계에 사용하는 차주들이 있지만 그 부분까지 규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자영업자 폐업 우려↑…대출 부실화 가능성
문제는 내수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기준금리 인상 전망 등으로 영세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자영업자 폐업이 늘면서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율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 1분기 0.33%로 작년 말 0.29%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대출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정부 규제로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기준 중소기업 비은행 대출은 131조3564억원 규모에 달한다. 비은행 대출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최고 3배 이상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가 있는 자영업자 가구의 연간 대출원리금 상환액은 2147만원으로 상용근로자 1516만원보다 많았다. 고금리 대출금으로 자영업자 폐업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해와 내년 2년새 최저임금이 29%나 올라 인건비 충격이 큰 데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 수가 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중은행들은 자영업자대출 중 ‘요주의 이하’ 여신 비중을 1~4% 이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일부 시중은행은 자영업자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이 비중이 10%대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경기 부진 등으로 자영업자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부실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들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적인 경영자문이나 상권분석, 세무ㆍ회계ㆍ법률 상담, 그리고 해외진출 상담 등을 제공해 부실화를 방어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컨설팅이 은행과 거래가 있거나 향후 거래가 예상되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현실의 자영업자들은 소외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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