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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스웨덴 반난민ㆍ극우정당 열풍 낳은 ‘이민자 주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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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노동계급 분리 위해 조성한 신도시

이제는 이민자들 집단 거주지역으로 탈바꿈

WP “스웨덴 국민-이민자 분리하는 효과” 지적
한국일보

9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이 중도좌파 집권연정, 중도우파 야권연맹의 과반 달성 실패 및 극우정당의 약진이라는 결과를 낳은 가운데, 10일 수도 스톡홀름 의회 앞에 게시된 선거 포스터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스톡홀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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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좌파 집권연정과 중도우파 야권연맹이 모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그 대신 ‘네오(新) 나치’에 뿌리를 둔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SD)이 대약진을 보인 스웨덴 총선 결과는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서유럽과 동유럽, 남유럽을 휩쓴 ‘반(反)난민 기류’가 이제는 이민자들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북유럽에까지 확실히 침투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 SD의 이번 총선 득표율 17.6%는 4년 전(12.9%)보다도 4.7%포인트나 상승했는데, “난민들에 대한 백인 대다수의 ‘두려움’을 활용한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그러나 스웨덴에서 극우정당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일반 국민들과 이민자들의 주거 분리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최근 수년간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 그에 대한 대중의 ‘공포심’ 조장으로만 극우정당 약진 비결을 설명하는 건 허위이며, 정답은 바로 양극화”라면서 이 같이 전했다.

WP에 따르면 스웨덴의 주거 양극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은 스톡홀름 북서쪽 교외 지역인 허스비(Husby)다. 2013년 이민자들의 ‘차별 반대’ 폭동 사태가 발생했던 곳으로, 현재 주민 1만여명 중 90%는 외국인 또는 이민자의 자녀들이다. 실제로 SD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허스비를 “높은 범죄율, 비참한 삶”이라는 문구로 묘사하기도 했다.

허스비는 1970년대 유럽의 가장 야심 찬 건설 프로젝트였던 ‘밀리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당시 스웨덴 정부는 심각한 주택 부족 현상을 겪자 대도시 외곽에 신도시를 만들고, 노동계급을 이주시켰다. 저임금 노동자들과 중산층ㆍ자본가들의 ‘분리’였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범죄율도 증가하면서 백인 거주자들은 이 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빈자리는 스웨덴 바깥에서 밀려든 이민자들로 채워졌다. 노동계급 분리가 목적이었던 공간이 스웨덴 사회로부터 이민자를 사실상 ‘격리’시키는 구역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 같은 ‘인종 간 분리’ 정책은 스웨덴인과 이민자들에게 서로를 적대시하는 이른바 ‘우리 대 그들(us-againt-them)’이라는 인식을 심어 줬다는 게 WP의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스웨덴 정부가 이민자의 사회적 고립을 낳은 밀리언 프로그램의 구조적 결함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핵심 문제라고 지적한다. 스웨덴 웁살라대 연구원인 아이린 몰리나는 “장기적으로 주거 분리 정책은 인종주의와 낙인 효과를 확산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정부의 사회통합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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